스물두 살 4월 한라산에 올랐다.
첫 한라산 등산
스물두 살 4월
한라산에 올랐다.
파릇파릇 어린 새싹 같은 마음은
저 혼자 신나 길인지 아닌 지
분간하지도 않고
앞으로 앞으로 앞섰다.
비 온 뒤 길이 바뀐 계곡을 지나
축축한 나무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고
나무 그늘을 헤치고
햇살이 사선을 그었다.
뒤돌아 웃음소리 얼마나 쫓나
돌아보고 돌아보고
앞서는 마음은 자꾸 옷깃을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안개가 덮쳐
앞으로도 뒤로도 못 가겠다.
잠시 숨 멈추고 눈앞 희뿌연 김을 후 불고
눈 딱 감고 앞서는 내 발자국만 따랐다.
넘어질 듯 기어오르고 올라
한라산 꼭대기 백록담을 내려다보았다.
역시 4월은 잔인하다.
눈 녹인 물도 메마르고
차마 흘리지 못한 눈물도 마르고
마음속 야호 소리도 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