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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 여름 햇살 겨울 눈꽃
13화
소설보다는 에세이처럼 9
사이프러스 나무 길 끝에서
by
봄비가을바람
Sep 16. 2022
서연은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하진의 정체를 알고 나서 그를 향한 마음이 그동안 있었던 일로
인한 만들어진 감정인지, 조용히 서연을 지켜준 하진이 정말 마음속으로 들어온 건지 통
머릿속이
뒤 엉겨 버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심장도 문제가 생겼는지 조금 전 하진의 말을 곱씹으며 잠시도 쉬지 않고 방망이질을 해댔다.
"윤승우 씨 만나러 갔다가 그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서연 씨를 본 적도 있어요."
"......"
"감히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는 마음은 없어요. 단지, 저도 서연 씨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에세이는 핑계였던 거네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실제로 출판사와 얘기하고 있는 중이고요."
"아, 네. 그런데 전 지금 상황에서는 더더욱 못 쓰겠는데요."
"네. 알겠습니다. 그 얘기는 없던 걸로 하지요."
하지만 서연은 왠지 선뜻 말하는 하진이 좀 서운했다.
에세이가 처음부터 서연을 만나기 위한 구실이었는데 이제 와 다른 핑계로 하진이 서연을 만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서연이 하진의 마음을 거절하는 것 같은, 그 비슷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출처/Pixabay >
서연은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후두둑 후두둑!
창문을 두드리는 가을비 소리에 빗방울을 하나둘 셀 수 있을 만큼 머릿속이
맑아서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러지?
이하진이라는 사람이 처음부터 매력이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지수가 전해준 프로필에는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의뢰인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설렜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하나씩 이하진의 진짜 이야기를 알게 되며 서연은 더욱 흔들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서연은 잠이 들었다.
생각에 생각을 몰고 오던 가을비는 서연을 잠 속으로 이끌었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호위무사처럼 줄 서있는 가로수길을 따라 웨딩드레스를 입은 서연이 사뿐사뿐 느린 뜀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숨도 차지 않고 뛰고 있었다.
'어디로 이어진 길이지? 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서연이 앞으로 던진 시선에는 사이프러스 나무길의 끝이 보였다.
그 끝에는 작은 교회가 보였고 그 앞에 남자 한 명이 뒤돌아 서있었다.
<출처/Pixabay >
서연이 교회 앞에 다다를 즈음 그 남자가 천천히 몸을 돌려 이쪽을 바라보며 섰다.
"오빠!?"
윤승우였다.
"오빠가 어떻게. 오빠!"
윤승우는 늘 그랬던 것처럼 서연을 향해 그 특유의 미소로 답했다.
서연이 점점 윤승우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그 옆에 또 다른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누구?"
"이하진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인사를 하는 이하진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서있는 서연의 옆으로 윤승우가 다가왔다.
그리고 서연의 손을 살며시, 부드럽게 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서연은 하진 쪽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승우 앞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미안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승우의 말에 서연은 울음이 터졌다.
"오빠!"
"하지만, 이제 곁에 있을 수는 없어."
"아니야. 내가 옆에 있을 거야. 매일 찾아갈게. 그러니까 오빠, 우리는 계속 함께하는 거야."
"아니. 이제 괜찮아. 충분히 할 만큼 했어.
서연아, 너도 이제 편해져도 돼."
"오빠. 제발."
"그래야 나도 편해져. 할 수 있지? 우리를 위해 서연이가 괜찮아져야 해."
윤승우는 서연의 손을 힘을 주어 꽉 쥐고 서연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하진을 향해 고개를 돌려 웃어 보였다.
다시 잡았던 서연의 손을 하진에게 신부 아버지가 건네주듯 살며시 서연을 하진에게로 이끌었다.
"오빠!"
승우는 두 사람에게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서연이 달려왔던 반대 방향의 사이프러스 나무길로 천천히 사라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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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어요> 출간작가
17년 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등단 시인입니다.. <시간보다 느린 망각>시산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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