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인은 아까부터 여러 번 전화를 하며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무슨 일이 생겼나 보다.>
애써 더 나쁜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 병원에 다녀온 후로 지하와 통화가 되지 않았다.
멍하니 주말의 시계만 보고 있다가 저녁이 되었다.
사고 후, 자주 머리가 아픈 것 말고는 불편한 건 없었다.
임신 징후가 있다는 의사의 말이 계속 신경이 쓰였지만 지금은 연락이 안 되는 지하에 온 정신이 집중되었다,
어슴푸레 밤이 찾아오는 방에 불도 켜지 않고 눈만 껌벅거리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을까.
안개가 뿌옇게 낀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서 있었다.
소리쳐 누군가 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입술은 쉬지 않고 움직여 누군가 부르고 있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해인이 부르고 싶은 이름.
이. 지. 하.
아무리 불러도 부를 수가 없었다.
안갯속을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걸음으로 헤매다가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 현관 벨 소리?>
해인은 자꾸 무거워 가라앉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잠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출처/Pixabay>
현관벨이 울리고 있었다.
지하였다.
지하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미안해요. 회사 일 때문에 정신이 없었어요."
"아, 네. 일은 다 보신 거예요?"
"네. 잘 마무리했어요. 저녁 안 먹었죠?"
"네."
"그럴 줄 알고 뭐 좀 사 왔어요."
지하는 식탁 위에 포장해 온 음식을 꺼내 놓았다.
"우리, 내일 영화 볼까요?"
해인이 막 국물을 떠서 입에 넣을 때 지하가 말했다.
"네!? 콜록콜록!"
"아, 미안해요. 괜찮아요?"
"네. 안 하던 짓을 하니까.. 아, 아니에요."
지하는 말없이 웃었다.
지하가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지하가 한 말이 계속 집안을 맴돌고 있었다.
<우리, 내일 영화 볼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