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깃든 바람 17

시간의 흔적

by 봄비가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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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지하가 사라졌다.

아파트를 나오며 해인은 온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바람에 날아갈 듯 휘청이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지하는 밤새 뒤척이다가 엄마의 물건을 정리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살던 집이지만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꽤 많은 것이 집안에 쌓여 있었다.

옷과 신발, 가방 등은 상자에 넣어 분류하고 엄마 방에 있는 가구는 친구와 함께 내놓기로 했다.

책상과 서랍장을 정리하며 지하는 잠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울음이 몰려왔다.

엄마의 물건이 아니라 모두 지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상자에 차곡차곡 넣어 예쁜 보자기에 싸서 서랍장에 가득 넣어 놓았다.

책상에는 지하가 어려서부터 쓴 일기장과 그림, 글짓기 대회에서 받은 상장 파일이 나란히 꽂혀 있고 책상 서랍에는 오래된 앨범이 있었다.

그 역시 지하가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사진이 정리되어 있었다.

<아..>

앨범을 하나씩 넘길 때마다 그때의 시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린이집 행사, 저학년 소풍, 운동회.

알록달록 사인펜으로 그날의 일기도 적혀 있었다.

<지하가 웃었다. 웃는 모습이 제일 예쁜 아들!>

<김밥을 두 볼을 빵빵 맛있게 먹었다.>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졌는데 울지도 않고 벌떡 일어나 다시 뛰었다.>

지하는 기억 못 하는 어릴 때의 일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엄마.>

지하는 사진을 하나씩 보다가 눈이 점점 커졌다.

그리고 앨범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없다. 아버지가 없다.>

지하의 기억에 없는 어린 시절에 돌아가셨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지하의 아기 때 사진 속 어디에도 아버지의 모습은 없었다.

왜 이제야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아버지 이야기를 피했다.

지하에게는 기억에 없지만 엄마한테는 아픈 일이라 보고 싶고 궁금하지만 참았다.

그런데, 어떻게 어디에도 아버지의 흔적이 없을까.




<출처/Pixabay>





한참 멍하니 있던 지하는 아직 열지 않은 서랍도 열어 보기로 했다.

책상 서랍을 모두 열고 마지막 하나를 열려고 할 때였다.

하지만 열리지 않았다.

<왜, 안 열리지.>

가만히 살펴보니 열쇠구멍이 보였다.

그런데 정리하며 지하가 모르는 열쇠는 없었다.

그때였다.

휴대폰이 울렸다.

외삼촌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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