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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열매 Jul 02. 2024

흔들흔들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흔들렸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내가 바라는 아이는 어떤 모습인가?


삶에 호기심을 가지고,

나와 타인을 긍정하고,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사람.

막연하다.

여기에 원하는 일을 찾고,

자발성을 갖고, 열정이 있고,

독서와 예술을 즐기고,

하나씩 얹어지는 부모 마음은 끝이 없다.


딸 둘을 5살까지 돌보다 일도 많고

거리도 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유년의 기억이  힘이 되길 바랐다.


한글은 좀 늦게 배워도

이른 인지교육 없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친구와

아이의 속도를 지켜봐 주는 선생님과

함께 하며  자연에서 자랄 수 있다면,

오롯이 따뜻한 기억으로  간직된다면,

어른이 돼서도 그 추억이

살아갈 힘이 될 거라 믿었다.


쭉쭉이, 구름, 불꽃, 판다, 하늘, 진주 두 아이와 함께 한 선생님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한다.

아이, 부모, 선생님 서로 별칭을 부르며 대화한다.

공식적인 명칭은 ‘‘공동육아 꿈꾸는 어린이집”이고 우리는  생활하고 삶을 일궈내는 ‘터전’이라 부른다.


그때 지은 나의 별칭은 ‘열매’이다.

짧은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를 맺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만 혼자 살기보다  함께 싹을 틔워 자라고 열매를  맺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터전은 우이동 북한산 자락에 있다.

도선사로 올라가는 도로변

130번 종점에서 50m쯤 올라가

파란 마트에서 좌회전

골목을 지나

좁은 담벼락으로 들어가면

낮은 나무 대문이 있고 그 안쪽으로

넓은 흙마당

커다란 감나무

한편에 모래 놀이터와 나무에 매달아 둔 밧줄 놀잇감

오래된 2층 집이 터전이다.


4살-까꿍

5살-덩더꿍

6살-무지개

7살-독수리

5살은 터전살이로 터전에서 하룻밤 자기

6살부터는 들살이로 아이들과 선생님만 1박 2일 여행을 다녀온다.

4.5살 아이는 6.7세 형님과 함께하며 언제쯤  형님이 될지 기대하며 함께 커간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하네

아름다운 꿈 꾸며 살아가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린 알고 있네 우린 알고 있네

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가슴 두드리는 노래를 부르고 들으며

아이와 함께 잘 크고 싶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큰 딸을 대안학교에 보내고 싶었지만

남편과 의견 차이로 그러지 못했다.

도 매일 차를 타고 어린이집을 다녔으니

초등학교는 걸어 다니고 싶다 해서

집 앞 초등학교에 갔다.


딸은 적응해서 잘 다녔다.

나는 아쉬운 마음을  일반 초등학교에서

아이의 놀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

<참 교육 학부모회>에 가입해  활동하며 달랬다.

방과 후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1~2시간 함께 놀 수 있는 ‘와글와글 놀이터’ 학교에 건의해 만들고,

3살 둘째 딸을 유모차에 데리고 다니며 ,

일주일에 한 번 학교운동장에서,

고무 줄, 사방치기, 긴 줄넘기를  1학년 아이들과  함께 하며  놀았다.


그러던 중 1학년 공개수업이 열렸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있는 있는 일이다.

공개수업 때 아이들이,

선생님 질문에  여러 명이 손을 들었고

지명받은 아이는

“네 제가 발표하겠습니다” 한 뒤 발표를

이어 나갔다.

선생님은  대답을 듣고  다른 아이를 지명했고,

그때마다 아이들은 “네, 제가 발표하겠습니다.”하고 말했다.

혹시 잊은 아이에게는

선생님이 먼저 이 말을 하도록 언질을 주셨다.


나는 그 광경이 너무 숨 막혔다.


반듯하게 짜인 교실

줄 맞춰진 책상

화장실도 줄을 서서 가고

이야기를 할 때마다 “네. 제가 발표하겠습니다.”

같은 말을 해야 하는 아이들

그때 1학년 교실

그 뒤에  서서  

공개수업을 참관하고 있는 내가 낯설었다.

딸은 그냥 자리에 앉아 있었다.


며칠 뒤 집에서 5분 거리인  학교인데,

선생님이 하교 지도 중이어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말을 못  큰 딸은

대문 앞에서 참았던 오줌을  싸 버렸다.


남편에게 공개수업 때 일을 전하며

큰 딸을 삼각산 재미난 학교에 보내고 싶다

말했다.

대안학교를 보내는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전학을 보낼 수 있었다.


초등 대안 삼각산 재미난 학교는 큰딸이 다니던 어린이집  선배부모들이

고군분투하며 만든 학교이다.

우이동 4.19 근처이고

집에서  차로 20분 남짓 걸리며

어린이집을 같이 다닌 친구도 있다.


자유로운 배움

따뜻한 돌봄

마을공동체를 지향하는 재미난 학교는

전 학년이 9시 등교 3시 하교에

쉬는 시간이 길고,

정해진 교과서가 없고,

몸활동 시간이 있고,

점심시간은 1시간이었다.

학교 겪어보기를 하며 딸은 즐거워했고

2학년 새 학기는 재미난 학교에서 시작했다.


나는 도봉동 집에서

우이동 학교까지 매일 등 하교를 함께 했다.

아침마다 아이를 깨우고 준비했다.

5살 터울 동생이 있다 보니 등하교가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마침 동네에  같은 학교 친구가 있어

품앗이 등하교 차량 지원을 했고,

4학년부터는 친구랑  버스 등하교를 시작했다.


큰딸은  재미난 학교를 졸업 후

검정고시를 보고 일반 중학교로 진학했다.

그사이 둘째는 공동육아 꿈꾸는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1년을 언니와 함께  재미난 학교를

다녔다.

나는 이제 둘째 딸을  태우고  등하교를 하고

운 좋게  또 동네 친구를 만나

품앗이 차량지원을  한다.


공교육과 대안교육 어느 것이 맞을까?


정답은 없다.


시간이 지나며

생각은 달라지고

이상은 현실 속에서 빛바래 간다.

빛나던 열정은 식어가고

세상은 끊임없이 부모의 불안을 조종한다.

거기에 부모 역할의 무게

혼자서 꼿꼿하게 서서 나아갈 수 있게 

생각하며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


내가 지속해서 찾지 않으면

순간 휩쓸리고 만다.

세상이 이렇고 다 이렇게 사는데 유별나다고...

이거야말로 부모 욕심 아니냐고....

교육제도가  세상이

바뀌지 않는데 아이를 바보 만들 거냐고.....


사람의 성장은

지식 하나를 더 배웠다고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지식이 주는 힘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책 한 권 진득하게 읽을 수 없는

정보 과잉 시대에

나는 자꾸만  흔들린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더욱 열심을 내어

글을 쓰고 필사를 한다.


키르케고르는 말했다.

“불안은 자유라는 이름의 현기증이다.”


자유를 누리기 위해

나로 살기 위해

부모로 살기 위해

우리는 불안을

성적이라는 점수잠재우려 하지 말고

연대하며,

똑똑히 바라보고,

필요하다면,

함께 현기증을 느껴야 할 것이다.


 





토닥 한 줄

이끄는 것이란 앞에서 당기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맨 뒤에 서서  뒤처지는 사람이 없도록
밀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브래디 미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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