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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Jul 23. 2022

11)기승전술,세라비!
起承轉酒,C'estLaVie!

043/ 브랜디 한 스푼, 설탕 한 스푼, 보리차 한 스푼

043/ 브랜디 한 스푼, 설탕 한 스푼, 보리차 한 스푼


일본인 친구에게 내 수면유도 비법을 전수했더니, 그녀도 자기 나름의 수면제를 알려줬다. 홋도위스키였다. 


“일본에서는 위스키를 물로 희석해서 마시는 방식이 민간에 널리 퍼져있어.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은 그 자체의 향과 촉감을 즐기는 것인데, 위스키에 얼음을 넣은 온더락 로쿠와리(ロック割り)는 깊고 진한 맛이 나고, 위스키에 찬물을 탄 미즈와리(水割り)는 자극적이고 잡스런 맛이 억제되어서 느긋하게 즐기기에 좋지. 


하지만 난 잠이 안 올 때면, 위스키에 더운 물을 넣은 오유와리(お湯割り), 홋도위스키(Hot Whisky)를 마셔. 높은 도수의 알코올과 높은 온도의 물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몸의 피를 덥히고 근육을 이완시키면서 햇솜같은 잠의 나라로 이끌지.”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속담이 있다. 매일매일 휴식이 없는 고단한 삶을 지냈던 사람들은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회복의 시간을 임의로 늦추면서 모처럼 찾아온 휴식을 누린다. 


나도 엎어진 김에 입원한 김에 쉬어갈 수 있을까 기대 했다. 하지만 모과주 한 잔에 잠시 잠 들기는 했지만 주로 침대위에서 귀를 막고 웅크리고 견뎠다.


내가 겪은 코로나의 증세는 전에 앓아본 독감과 다르지 않았다. 독감에 걸리면 38도 이상 열이 오르고는 했다. 눈앞에 불덩이가 있는 듯 온 세상이 붉고 뜨겁게 느껴진다. 내가 내 뿜는 더운 숨은 콧구멍이 데일만큼 뜨거웠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오한 속에서 와들와들 떨다 보면 혼이 스르르 빠져 어디로인지 가버린다. 혼과 분리된 남겨진 몸은 축축하고 진한 어둠의 늪으로 질척하게 침잠한다. 나를 감싸고 있는 어스름이 새벽인지 저녁인지 분간을 안 된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나. 내 몸이 뱉어낸 수분으로 옷과 이불이 다 젖어서 혼몽에서 벗어나면 나는 딴 나라에 와있는 듯 나를 둘러싼 세상이 달라져 있고는 했다. 그 때보다 나는 훨씬 늙었고 쇠약해졌지만 코로나의 병마는 이겨낼 만했다. 젊은 날의 독감처럼 영혼이 이탈하지는 않았다. 


열이 났으므로 해열제를, 기침이 나왔으므로 진해거담제를, 해열제와 진해거담제에 동반 처방되는 간장약과 위장약을 방호복을 쓴 의료진이 세끼 식사와 함께 배달했다. 그리고 가끔 엑스레이 촬영기가 들어와서 가슴사진도 찍어갔다. 


담당의사와의 대면은 없었다. 담당의사는 하루에 한 번씩 병의 증상과 불편한 점을 구내전화로 문진했다. 음압기 소음이 너무 커서 잠들 수 없다고 불평하자, 며칠 지나면 나아 질 것이라 했다. 소음을 줄여주거나 기계를 제거한다는 설명은 없었다. 


정말 소음에도 단련이 되니 면역체계가 형성되는지, 일주일이 지나면서부터 우레와 같은 굉음이 점차로 참을 만 해졌다. 이 병마를 이겨내면 허물을 벗은 애벌레처럼 삶의 껍질을 한 꺼풀 벗어낸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겠지. 


세라비 방문자 명단에 있었던 사람들이나, 세라비2의 개업식에 참석 했던 사람 중 젊은 청년들은 감염증상도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병원이 아닌 호텔이나 모텔 등의 숙박업소에 격리되었다. 연속한 3일 이상 특이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체온 맥박 혈압 산소포화도가 정상 수치를 나타내면 격리에서 풀려났다. 


같은 날 격리 수용되었던, 알칸소의 주인장이자 바텐더인 알렌은 열흘 만에 풀려났다면서, 바닷물에 발 담그고 물장구치는 셀카사진을 보내왔다. 자신이 카메라를 들고 찍은 사진 속의 다리는 네 개였다. 아직 갇혀있는 사람을 약 올리겠다는 사나운 심보가 엿보였다. 



쿠바 코히마르 /  사진출처:cubaro


“하늘이 투명하고 공기가 맑아 보이는군. 바이러스 없는 곳 같아. 어디지?”

사진에는 가슴이 확 열리는 시원함이 담겨있었다. 비린내도 났다. 푸른 바다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제주도에요.”

알렌은 잠시 휴업 당한 틈을 타 휴가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털 달린 몽댕이 두 개는 남자 다리, 제주 무처럼 미끈한 몽댕이 두 개는 여자다리지?”

“저는 다리가 넷이에요.”


“다리가 셋이라는 남자는 수두룩 봤어도 넷이라는 남자는 첨이네. 내가 다리가 넷인 봉사정신이 투철한 남자를 왜 여즉 몰라봤을까. 하여간 부럽군. 다리가 넷이어서.”


좌우간 좋겠다. 제주도도 놀러가고. 

나도 빨리 병 나아서 쿠바 해변에 갈 거야. 함께 동행 할 길벗도 구해놨어. 가서 몰디브, 아니 모히또 마실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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