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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10만 원 넘게 준비했습니다만

화이트데이 후기

by 노이 장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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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건너온 상술이기는 하지만 이벤트는 항상 우리를 즐겁게 한다. 특히 공무원조직 내에서 밸런타인 데이나 화이트 데이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게다가 나는 요즘 인생에 있어 표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더욱 뜻깊은 화이트데이를 보내기 위해 그 전날 이마트를 가서 가족과 지인들을 위한 초콜릿을 준비했다. 비용상으로도 보니까 10만 원이 훨씬 넘어버렸다!


준비만 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매장에는 갖가지 초콜릿들이 고객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준비하려고 생각한 탓에 고르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 가족들에게는 어떤 것으로 할 까?


종류는 통일할 까? 아니면 값이 저렴한 것부터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까지 여러 가지로 구입할까 고민하다가 여러 가지 원칙 중에서 갑자기 차등의 원리가 떠올랐다.


평등의 원리만큼, 차등의 원리가 인간관계에는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이 돌리는 것은 아무래도 의미가 적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더 의미가 중요하다는 사람들것부터 분류를 하기 시작했다. 순서적으로 정리를 한 다음 그다음 마지막으로는 일단 우리 부서사람들에게는 다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콜릿을 돌리는 것이 쑥스럽기도 해서 일단 아침 일찍 일어나 1시간 전에 사무실에 도착해서 부서 전체 직원들에게 초콜릿을 돌리기 시작했다. 마침 직원 1명이 일찍 나왔지만 미소 띤 얼굴로 웃으면서 개의치 않고 무조건 돌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출근하기 시작한 직원들은 책상 위에 있는 초콜릿을 의아스럽게 생각하며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몇 명 일찍 출근한 직원들이 설명하자 모두 다 한 명씩 와서 감사해요! 잘 먹을 께요 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아 별거 아닌데요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듯이 말했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아! 준비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상 위의 초콜릿에 대해서 별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다음에는 조직생활에 있어서 직속상관들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분들을 위한 초콜릿을 전달하려고 하였다. 그분들은 별도의 사무실에 근무하기 때문에 비서분들에게도 똑같은 것을 준비했다.


타 부서에 있는 사람에게 줄 때는 옆의 사람에게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2~3개씩 들고 갔다. 복도에서 만난 봉사자분과 안내를 해주시는 용역회사 직원분들, 화장실을 청소하시는 분에게 드릴 때을 드릴 때는 정말 준비를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이 문제였다. 가장 나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람들 몇 명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으로 정할 수가 없어서 일단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주자는 방식으로 많이 준비하였기 때문에 초콜릿을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초콜릿을 많이 남았다.


내 책상으로 돌아와 초콜릿을 먹으면서 초콜릿은 언제 먹어도 정말 맛있다고 생각하며 먹고 또 먹었다. 초콜릿이 건강에는 좋지 않지만 비상식량으로는 최고인 것 같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초콜릿을 먹고 있다. 하나만 더 먹으면서 글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번 화이트 데이도 그렇게 그렇게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년 화이트 데이트는 어떨까 한번 기대해 본다.


내년에는 초콜릿 대신에 떡을 한번 준비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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