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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인형 Jun 14. 2023

밀랍인형

숨길 수 없는

웃을 때마다 초승달 모양으로 양 끝이 쳐지는 눈꺼풀과,  자연스레 올라가는 입꼬리 사이에 밀린 살들이 도톰히 솟아오르는 광대뼈의 모양이 마치 하회탈 같다고 했다. 친구들은 그렇게 웃는 나를 놀려댔고, 그 모습을 사랑한 남자친구와는 결혼을 했다.


나의 트레이드마크 같았던 하회탈 웃음은 어린아이들도 좋아해 주었다.

무표정하던 아이들도 내가 웃음을 지으면 함께 따라 웃었다.

내친김에 윙크라도 해 주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어떤 어린이들은 나의 윙크를 따라 해 보려고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눌러보기도 했다.


......


문득,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의 표정에 흠칫 놀란다.

어떤 표정의 변화도 없이 양쪽 입꼬리를 실룩 들어 올린다.


뭐야, 저 어색한 웃음은?


"선생님, 안녕하세요!"

"준혁아, 어서 와."

인사하면서 들어오는 준혁이도 하얀 치아가 보이도록 입꼬리를 올려 보인다. 


그러고 보니, 민아도, 재영이도, 민후도......

이상한 표정의 아이들을 둘러보다 교실 한쪽에 걸린 거울 안에서 같은 표정을 한 얼굴을 발견했다.


맙소사.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마냥 즐거워서 웃던 나의 웃음이 

어느새 


직장인의 business smile이 되었다니.


밀랍인형 같은 나의 미소를 보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행복하지 못한 나의 내면을 고스란히 들킨 것 같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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