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장 큰 역경은 바로 사람이다.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짙은 사람. 사회에서 만난 사람이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가족이라 그럴 수도 없다. 매 순간 역경이었고 매 순간 난도질 당하는 정신을 붙잡아야 했다.
"배우면 뭐 해? 써먹지도 못할 거." "넌 어떻게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니?" "생각이란 게 있니?" "근데, 니가 그렇게 언제 말했어."
어떤 주제로 시작돼도 꼭 등장하는 단골 멘트다. 너덜너덜한 마음으로 사는 게 바로 지옥이었다. '내가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인가.'
나 스스로 나를 의심하는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갔다. 난 나 스스로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곤 했다. 의심에 수치심까지 더했다.
"주변 사람 중에 나르시시스트가 있다면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피하는 상책이다."라는 말을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다. 살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었고 강연을 보았다. 그 어딘가에서 본 이 한 문장으로 나는 희망을 잃었다. 결국, 나르시시스트는 고쳐질 수 없는 성향이니 살고 싶으면 그 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니까. 하지만, 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포함된 사람이었고 끊어내고 싶다고 끊어내지는 관계일 수 없었다.
책에선 '가족이어도 끊어내야 한다'라고 할 정도로 나르시시스트는 주변 사람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강하고 말하고 있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미뤄뒀다.
끊임없이 파고들던 자기 의심. 그럴 때마다 책을 읽었다. 심리학, 인간관계 관련된 책은 나에겐 목숨줄이었다.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정보를 계속해서 찾았다. 왜 그렇게 상대방을 깎아내리면서 살 수밖에 없는 건지 조사했다. 내가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독서는 그 지옥 같은 감정에서 나를 끌어올리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어김없이 시작되는 상처 주는 말들이 쏟아지면,
나를 깎아내리면서 상대는 무엇을 얻고 싶은 건지 가만히 생각한다.
자기 의심에 수치심까지 들어 한없이 작아졌던 나는 더 이상 없다.
이 사람이 지금 나한테 하는 말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고 나는 관찰자 입장에서 상대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