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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를 부양하고 살기

아이에게 제일 가르치고 싶은 것

by 요진
CBS 창사 70주년 특별기획 '아이가 있는 삶, 미래와의 협상'


우연히 유튜브에서 CBS 창사 70주년 특별기획 영상을 보았다. 기획 시리즈 중에서 내가 접했던 영상은 EP.3으로 편집되어 올라온 것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CBS 창사 70주년 특별기획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서 출발해 다양한 각도에서 우리의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의 추세를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심층보도 시리즈였다.


복지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 과연 스웨덴으로 이민 가면 모두가 진짜 행복해지는 것일까?


영상의 인터뷰에 응한 스웨덴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그들을 관통하고 있는 1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독립'이다. 나 스스로를 부양하고 살기. 스웨덴에는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따로 없다고 한다. 거의 모든 여자들이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스웨덴에서는 모두가 독립적이어야 하며, 자신의 삶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스웨덴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초반 남자 4명의 인터뷰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고, 빠르면 18살부터 독립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있었다.


스웨덴에서는 정부에서 내린 교육지침을 어느 정도 따라야 하는데, 이 교육지침에는 중학교 때 '예산 짜기 교육'이 포함된다.

나중에 커서 대학교를 졸업하거나 일하며 살아갈 때, 일주일 혹은 한 달 동안 얼마만큼의 돈을 쓸 것인지를 스스로 짜보는 경제교육 시간이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에서도 자본주의 키즈가 유행하며 어렸을 때부터 경제교육에 신경 쓰는 부모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아직도 정부지침에 따라 운영되는 교과과정에는 미흡함이 많다. 최근에서야 경제 금융 교육 교과과정을 준비하고 실시하는 교육청이 늘어났지만 아직도 지역별 편차가 크고,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가르치는가를 보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나만 하더라도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전문직 면허를 취득했음에도 기본적인 경제 금융 지식을 깨닫기 까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돌이켜보면 30대가 되어서야 (결혼 이후에야) 스스로를 부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던 것 같다.

(23살부터 스스로 돈을 벌며 경제적으로는 독립했지만, 스스로를 부양했는가 물어보면 그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가장 가르치고 싶은 1가지: 스스로를 부양하기


아이에게 가장 가르치고 싶은 1가지를 꼽으라면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독립적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적절한 금융, 경제 지식과 위기와 변화에 적응하고 대처하는 민첩함, 자신에 대한 자신감 등 다양한 역량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러한 역량들은 '이것만 하세요, 그럼 걱정 없습니다'와 같은 한 문장으로 절대 키워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아이에게 어떠한 형태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같은 목표를 동일하게 달성할 수는 없다. 각자가 가진 장점과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래는 스웨덴의 한 어린이집 원장의 인터뷰 내용이다.


스웨덴 교육 행정부에서는 매년 매 학기마다 달성해야 하는 목표들을 정해요. "모든 아이들이 나무를 오를 수 있어야 한다"라는 목표가 있다고 가정을 합시다. 아이들을 동물로 비유한다면 원숭이와 같이 나무를 쉽게 오를 수 있는 아이들도 있고, 코끼리와 같이 나무를 잘 오르진 못하지만 다른 것을 잘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런 아이들은 다른 방법으로 나무를 오르고 사과를 따먹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한국에서는 나무를 오르기 위해 모두 원숭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여기 스웨덴에서는 모두가 원숭이가 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저희는 모두가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능력들이 사회에 필요하고요. 수학을 굉장히 잘해서 연구자가 될 사람,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필요해요.

비유가 너무 찰떡같아서 인터뷰를 보는 내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나라는 과연 다른 방법으로 나무에 오를 수 있도록 돕고 있을까? 원숭이 말고 다른 동물도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을까? 긍정의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물론 스웨덴과 우리나라는 나라 전반의 기본적인 문화, 나라가 발전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 국가정책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무조건 스웨덴이 좋고, 따라 해야 한다기보다는 스스로 자기 인생을 부양할 수 있도록,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1명의 몫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만큼은 부모로서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7세 고시가 답이 될 수 없는 이유이지 않을까.


(2살 아이를 육아중인 평범한 워킹맘입니다. 아이의 미래, 부모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생각나는 파편들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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