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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 겨울 낚시

낚시는 마약중독 같은 끊기 힘든 병이며 전염성까지 있는 무서운 병

by 물가에 앉는 마음 Jan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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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나주, 영광에 근무할 때는 한겨울에도 물만 얼지 않으면 낚시를 했다. 구스바지와 구스파카를 입고 가스난로를 켜면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에도 견딜만하다. 물론 조과는 떨어져 한두 마리에 그치지만 물가에 앉았다는 즐거움 만으로도 낚시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

 하지만 중부권 낚시는 11월이면 끝난다. 11월 7일이 입동이며 22일이 소설이므로 절기로는 충분한 겨울이지만 한파가 몰아닥치지 않으면 12월 초순까지도 낚시가 가능하다. 특히 2024년은 기온이 따뜻해 12월 초순까지 민물낚시를 계속 즐기고 있지만 갑자기 기온이 떨어질 것이다..

 겨울이 되면 낚시꾼들은 낚시장비를 꺼내 줄을 교체하고, 바늘을 묶어 여분의 채비를 만드는 등 다음 낚시시즌을 준비한다. 얼음이 녹기를 기다리나 한번 얼은 얼음은 쉽사리 녹지 않는다. 또한 얼음이 녹았다고 해도 물이 차가우니 동면 상태에 들어간 붕어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낚시꾼들의 마음도 덩달아 엄동설한이다.


 물론 겨울에는 따뜻한 하우스낚시터를 개장하지만 이상하게도 1월 1일 해를 넘기면 입질이 시원치 않아 진다. 입질이 약해진 원인으로 낚시바늘에 시달린 붕어들이 학습효과로 인해 약게 미끼를 빼먹는다는 說(설)이 있고, 아무리 실내낚시라 해도 해를 넘기면서 地溫(지온)과 水溫(수온)이 떨어지기에 붕어들 활성도가 떨어진다는 說이 있다. 붕어는 水溫에 영향을 많이 받는 동물이므로 후자가 설득력 있고 과학적인 說이 아닌가 한다.

 붕어는 변온동물이다. 수온변화에 따라 스스로 체온을 변화시켜서 적응하는 동물이다. 대표적인 변온동물인 뱀이 冬眠(동면)을 하듯 붕어도 수온이 내려가면 겨울잠을 자거나 에너지가 소모되는 행동을 극도로 감소시킨다. 먹이 활동으로 잃는 에너지보다 먹이에서 얻는 에너지가 적다면 행동을 멈추거나 절제하는 것이다.

 이는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수온이 낮아질수록 회유반경은 줄어들고 초저온기에는 삭은 수초나 나뭇잎 속에서 꼼짝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서 코앞에 들이밀어도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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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성이 좋은 고수온기에는 아무 미끼를 사용해도 잘 먹는다. 어분, 글루텐, 보리가루 같은 시판용 미끼는 물론이고 자장면 국수, 바나나, 고구마, 감자, 옥수수, 지렁이, 새우, 납자루(붕어는 잡식성이라 의외로 조그만 물고기들도 먹는다.) 등 모든 미끼를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물론 수온이 너무 오르는 한여름에는 붕어도 식욕을 잃지만 먹이활동은 가을까지 왕성하다. 특히 가을은 겨울을 나기 위해 몸에 지방을 축적해야 하는 시기로 먹성이 좋다. 그래서 붕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름이 오른 가을붕어 맛을 최고로 친다.

 그러나 수온이 내려가는 초겨울부터 붕어 입질이 까다로워진다. 떡밥 物性(물성)도 물렁물렁하게 해야 먹고 붕어식성도 변해 어제 잘 먹혔던 미끼를 오늘은 먹지 않는 경우도 많다. 까다로워진 붕어식성을 맞추기 위해 이 시기에는 낚시꾼들도 다양한 미끼를 준비해야 한다. 어느 미끼를 선호할지 모르는 상황이니 가능하면 현지낚시점에 들러 미끼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시기에는 소위 生(생) 미끼라는 지렁이 또는 생새우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생미끼는 집어효과가 떨어지지만 잡히면 대물이고 찌 올림이 확실한 장점이 있다. 찌가 점잖게 오르는 찌맛을 보는 낚시꾼들이 선호하는 미끼이기도 하다. 생미끼는 고수온기에도 잘 먹히는 미끼지만 입질이 까다로운 저수온기에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지렁이는 선호하는 미끼는 아니다. 아무리 붕어 낚는 것을 좋아해도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바늘에 꿰는 작업은 꺼려진다. 민물새우나 김장용 새우가 사용하기 좋은 크기인데 구하기 어려워 대하를 적당 크기로 잘라 사용한다. 아내가 반찬용으로 대하를 사면 낚시를 위해 한두 마리를 남겨 놓곤 한다.

 냉장고를 뒤적거리다 보면 대하는 없고 물오징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 대하보다는 못하지만 물오징어도 훌륭한 미끼다. 지렁이처럼 길게 잘라 사용하면 되지만 오징어 다리로는 낚아본 경험은 없다. 붕어도 질깃한 다리보다는 야들야들한 오징어 몸통을 좋아하는 듯하다.


 하절기에는 그늘진 나무밑이나 갈대 부들밭이 포인트다. 먹이사슬 중 하위계층인 붕어들은 은폐, 엄폐물이 있는 곳을 선호하지만 동절기에는 해가 잘 드는 곳에서 훌륭한 조과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해가 잘 들면서 은폐, 엄폐물이 있는 곳이면 더욱 좋다.

 이외에 저수지 수면이 전부 얼었으나 얼지 않는 곳이 드물게 있다. 이곳은 십중팔구 샘솟는 자리일 가능성이 높다. 따뜻한 지하수가 솟아 나오니 붕어들이 몰려 있어 겨울낚시 최적의 포인트다.

 

 물가에 가지 못하는 계절이라 어설픈 낚시꾼은 낚싯줄을 갈고 낚시찌를 정비하고 있다. 낚시사이트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며 붕어를 낚아내는 상상을 하고 있다. 낚시는 마약중독 같은 끊기 힘든 병이며 전염성까지 있는 무서운 병이다. 이런 重患者(중환자)들을 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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