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탑-1

by 이차원

차원이 잠에 든 밤, 같은 시각에 마법사의 탑에 있는 조그만 실험실에는 불이 켜져있었다. 문패에는 [수석 마법사 갈라할]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문 옆에 있는 조그만 철창에는 조그만 검은 강아지 - '고'가 기절한 채 누워 있었다.


방에 있는 책상 위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종이가 올려져 있었고,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뭔가를 중얼거리면서 펜으로 써내려가고 있었다. 워낙 정신없이 집중하고 있어서 입에서 나오는 말의 내용이 정확지는 않고 드문드문 들려올 뿐이었다.


"..대체 몇 년 만에 발생한 이상현상... 첫 째 마법사 이후로 반복된... 기이한 생물 역시 동반... 으으음-"


그는 거기까지 작업을 하다가 기지개를 켰다.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니 그가 지난 십여년 동안 읽고 써댔던 연구의 결과들이 가득했다. 거기에 있는 책들은 [차원 이동 마법, 실제로 가능한가], [우리가 사는 세계를 넘어서], [차원 이동 마법사, 그 허구와 실제] 등의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드디어.. 실마리를 잡게 된 건가."


그는 차원 이동에 관한 연구를 하는 마법사였다. 괴짜들이 가득한 이 탑에서도 유명한 괴짜였으니, 괴짜 중의 괴짜라고 할 수 있었다. 그의 동료들은 그가 연구하는 분야를 '현실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는 쓰레기같은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그 수많은 모멸의 시간들을 버티면서 참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결실을 볼 때가 왔다. 실제로 차원 이동을 한 듯한 생물을 수로에서 발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이한 차원 왜곡의 현상까지 목격해버렸으니.


'이젠 다들 내 말을 믿어 줄거야.'


그리고 그 가장 확실한 증거는 저기 있는 강아지가.. 어라?


'어디.. 어디갔어!'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철창은 기계로 잘라진 것처럼 깔끔히 잘려나가 있었고, 그곳에는 아무런 생명체도 없었다.




다음 날, 새벽 동이 트자마자 찾은 운하는 여전히 맑고 깨끗해, 평온한 감상을 주었다. 옆에 고가 없다는 것만 아니면, 차원 역시 이곳에 올 때 계획했던 대로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안녕, 친구! 좋은 아침. 또 보네~"

".. 해리. 분명 우리 둘만 간다고 하지 않았어?"

"믿을 만한 길잡이 한명은 있어야지! 어떤 일이 있을 지도 모르는데."


하아. 해리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카밀라가 뭐라고 하는 이유가 있었다. 차원은 왠지 어제 잠들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마구마구 떠오르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별 수는 없었다. 지금 그들은 어제 제이든이 말한 '시작의 수로'에 있었다. 거기서 보트를 타고 출발해 조그만 섬에 있는 '마법사의 탑'쪽으로 가볼 예정이니, 확실히 해리 말대로 보트를 모는 데에 익숙한 사람이 한명 쯤 있는 것이 좋긴 했다. 상의도 안하고 자꾸 일행을 늘려서 곤란할 뿐이지. 차원이 골치아파하든지 말든지 해리는 제이든과 함께 속편하게 떠들고 있었다.


".. 어이, 차원 뭐 해. 빨리 타!"

"빨리 안오면 놓고 간다- 친구! 하하."


하아. 차원은 잠시 한숨을 내쉰 뒤, 보트에 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신을 도와주는 고마운 이들이었다.


"이야- 저 괴짜들의 탑이라. 이거 가슴이 두근두근 한 걸."


... 그냥 자기들이 가고 싶어서 가는 것 같기도 했지만. 조그만 전동 보트가 탈탈 거리면서 출발하는 것이 느껴졌다. 저 너머에 있을 마법사의 탑, 지금 고가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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