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하나만 법칙이 존재하는 곳)
Fox Creek?
Fox Creek, 거기가 어디인지 아는 사람은 아마 지구 상에 극소수일 것이다. 나는 그 극소수 중에 한 사람이다. Fox Creek은 캐나다 앨버타 북부에 위치한 작은 시골마을이다. 에드먼턴에서 2시간 30분가량 북서쪽으로 가면 위치한 인구 2000명 정도 되는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하나만 법칙이 있다. 식료품을 살 수 있는 마트도 하나만, 화장품과 약을 살 수 있는 드럭스토어도 하나만, 집을 수리하는데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는 큰 철물점도 하나만, 한국으로 치면 읍사무소도 하나만, 나머지 은행, 우체국, 병원, 경찰서, 소방서, 법원까지도 다 하나만 있었다. 다행히 신기하게도 기본적으로 시설은 필요한 것들은 다 하나씩 있었다.
하지만 이런 하나만 법칙을 피하는 것들이 있었으니 바로 술을 파는 리쿼 스토어, 주유소가 같이 있는 편의점, 잠을 잘 수 있는 호텔과 모텔, 그리고 레스토랑들이었다. Fox Creek은 기름이 나오는 유전(oil field)이 있는 부자 동네였다. 수 많은 석유 채굴장이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북쪽의 넓은 들판에 있었다. 그래서 Fox Creek에는 석유를 채굴하기 좋은 겨울이 되면 캐나다 전국 각지에서 온 계약직 노동자 (worker)들이 많이 유입되었다.
이런 작은 마을에 내가 어떻게 가게 됐냐고?
내 이야기 전말은 이렇다. 물리치료사를 그만두고 워홀을 준비하던 9월 어느 무렵, '빨간 깻잎의 나라'라는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 카페에 들어가서 글을 보고 있는데 한 구인 광고글이 내 눈길을 끌었다. 주유소가 같이 있는 편의점에서 일할 캐셔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그 회사는 1인 1실을 쓸 수 있는 숙소와 일하는 스태프들이 먹을 수 있는 밥이랑 라면, 김치는 무료로 제공해준다고 써져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을 하게 될 편의점 바로 옆에 있는 Best Western 호텔 수영장과 헬스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숙소 제공에 김치와 쌀밥도 제공되고 몸만 가면 되는 곳이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게다가 호텔에서 운동도 할 수 있지 않는가! 안 그래도 시골 마을로 가서 일을 하며 먼저 여행 갈 돈을 모을 생각을 했던 나에게 최상의 조건이었다. 나는 주저 없이 그 편의점에 바로 이력서를 넣었다. 거기서 꼭 일하고 싶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조금 특이한 자기소개서도 같이 보냈다.
자기소개서가 먹혀서였을까? 매니저는 나에게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메일 답장을 보내왔고, 나는 한국 시간으로 새벽 3시에 캐나다에 있는 매니저와 카톡으로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행히 순조롭게 인터뷰를 보고 매니저는 나를 채용하기로 결정하였고, 그렇게 나는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해서 캐나다 Fox Creek이라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는 그때 내가 보냈던 특이한 자기소개서를 공개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