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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의 연금술사 Dec 17. 2021

나는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가

운명은 나를 사막으로 이끌었다.

늘도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낮인지 밤인지 모를 어둠 속에서 비몽사몽간에 제일 먼저 드는 생각. ‘여기는 어디지?’


자. 생각해 보자.. 며칠 전 런던이었고... 그다음에 탄자니아 비행을 했다가... 돌아왔으니까... 

여기는... 여기는... 아!!! 도하다!! 집이다!!!!


그렇다. 전 세계를 다니며 유목민 생활을 하는 나의 직업은 승무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카타르에서 잡은 이후로, 7년째 사막 살이 중이다. 


사실 말이 사막이지,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기본 인프라는 모두 다 갖추어져 있다. 

외려 도시 곳곳에는 엄청 화려하고 예쁜 곳들도 많다.라고 적고, ‘오일머니의 파워’라고 읽는다.

아랍의 신비함과 고풍스러움, 현대의 모던함이 섞여 독특한 매력을 내뿜는 곳, 그곳이 카타르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가?


승무원이 꿈이던 나는, 졸업반이 됨과 동시에 국내 항공사 면접을 여러 번 보았지만, 6번이나 떨어지면서 현실의 벽을 점점 깨달아 가고 있었다. 

2012년, 결국 아무런 성과도 없이 졸업하게 되었고, 나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당시 나의 영어실력으로는 외항사는 꿈도 꾸지 못했고, 이제 슬슬 꿈을 접어야 하나 생각하면서 채용사이트를 찾아보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지상직 국비 지원 반. 해외 항공사 목표반이라 그런지 기본 영어를 비롯한 영어 인터뷰 수업 등과 함께 지상직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었고, 국비 지원반이라 과정 전부가 전액 무료였다. 그렇게 나는 일단 면접이나 보자 라는 마음으로 지원을 하게 되었고, 아침 시간 제일 첫 번째 조의 1번 지원자로 배정받게 되었다.


면접날 당일, 면접실 앞에서 일렬로 줄을 서고 있는데, 창문 틈으로 면접관들이 보였다. 몇 분이나 계시나 보려고 고개를 숙여 확인을 하는데... 순간 보이는 외국인 면접관!!!!

악? 분명 지원 전에 했던 상담에서는 외국어 시험이 없다고, 전부 한국어 면접이니 편하게 하라고 하셨는데??!!! 갑자기 외국인????


그 당시만 하더라도 나는 외국인 울렁증이 있었고, 외국인 면접관의 존재를 확인한 순간, 도망가기로 결심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등지고 돌아서는 그 순간! 면접실 문이 열리며 들려오는 한 마디.

"지원자 분들, 들어오세요!"


그 소리를 신호삼아 지원자들은 줄줄이 나를 밀기 시작했고,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면접은 시작되었고, 한국어 질문을 다 대답하고 나자 이어지는 외국인 면접관의 질문들! 머릿속은 하얘지고 입은 굳어져갔다. 국내 항공사 준비를 하며 외웠던 기본 인터뷰 내용을 더듬어 겨우겨우 대답을 이어갔다. 그렇게 나의 면접은 끝이 났다.


결국 나는 그 면접에 합격하지 못했고, 예비 번호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순번이 돌아오지도 않을 만큼의 뒤 번호라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합격 전화가 왔다. 


내 앞 번호의 사람들이 국비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거나, 각자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불참하게 되어서 나에게까지 기회가 돌아온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추가 합격으로 지상직 반에 합격하게 되었고, 감사한 마음으로 2달간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있었던 지상직 오픈데이에 지원하여 카타르항공에 입사하게 되었다. 이것이 벌써 7년 전 일이다. 적어 놓고 보니 시간 참 빠르다.




그 후의 일을 요약하자면, 카타르 공항에서 체크인 카운터 및 게이트 일 2년, OJT(On the Job Training) 팀에서 신입사원 교육 담당으로 2년, 총 4년 동안 공항 지상직 근무를 하다가 2018년, 승무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입사 당시만 하더라도 해외생활도 처음이었고, 일을 하면서 영어를 배웠기에 초반에는 정말 많이도 울었는데, 점차 일도 익숙해지고, 영어실력도 늘면서 지상직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한국 나이 스물여섯에 입사해서 지상직 4년을 거쳐, 서른 살에 승무원이 되었다. 남들보다 살짝 늦게 승무원을 시작한 면이 있지만, 나는 적당한 때에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지상직 생활로 다져진 생활습관들과 영어, 마음의 단단함이 없었다면, 나는 승무원의 생활을 금방 포기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운명은 나를 카타르에 더 머무르게 했고, 나는 지금 7년째 사막 살이 중이다!



*다음 이야기*  https://brunch.co.kr/@a7lchemis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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