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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Jul 14. 2023

애나 어른이나 똑같다

육아서가 알려주는 인생 치트키

육아 콘텐츠를 보면 볼수록, 육아의 비법들은 아기 돌보기에만 한정된 말들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육아 비법과 철학들은 '어른 돌보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아기가 없는 어른 시청자들도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거였다. '금쪽이 설루션'이 필요했던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며. 그래서 곧 오은영 박사가 어른을 상담해 주는 '금쪽 상담소'도 나오지 않았나.   


육아서를 읽으면서 '애나 어른이나 똑같구나'라고 느꼈던 3가지 포인트가 있다.


1. 관계의 기본은 '리액션'이다.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육아콘텐츠는 유튜브 '베싸TV'(베이비 싸이언스 TV)와 같은 유튜버가 출간한 '베싸육아'라는 책이다. 이 유튜브는 수많은 육아서와 논문들을 직접 찾아보고 일종의 '팩트체크'를 해주는 콘텐츠다. 일종의 '육아 팩트체커'같은 채널이다. 하나의 영상에서도 수많은 논문과 해외 보고서들이 인용돼 있다. 그렇게 많은 논문과 보고서 등을 직접 찾은 그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반응 육아'다.


누군가 제게 육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저는 ‘반응’이라고 답할 거예요. (...) 아기가 자신에게 반응해 주는 부모와 맺는 관계는 애착 형성을 비롯해 모든 뇌 발달의 기본 토대가 되거든요. 하버드대학교 발달 중인 아동센터에서는 양육자와의 반응적인 관계가 발달의 기초가 된다고 말합니다. (...)

아기는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가장 잘 발달한다는 거예요. 반응과 상호작용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입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다면 멀뚱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요. 상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SNS에서 ‘소통’의 활동을 이어가며, 전화나 메시지를 열심히 주고받아야겠지요. 아기와의 상호작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하면 돼요. -책 '베싸육아'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상호작용, 즉 '관계 만들기'다. 그런데 관계를 잘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잘 '반응'해주면 된다. 아이의 표정을 관찰해 필요한 요구를 들어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라도 계속 반응해 준다.


아이가 커서 놀이할 때도 양육자가 뭔갈 가르치려 하기보다 아이의 놀이에 반응을 해주며 아이의 세계에서 함께 놀아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이가 하고 있는 놀이에 '반응'하며 놀아주다 보면, '아이와 뭘 하고 놀지?'같은 고민은 덜하게 될 것이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vUWe8Uu-e54 

베싸TV. 아이와 '뭘 하고 놀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곧 부모가 주도하는 놀이를 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콘텐츠.


부모가 무언가를 과도하게 해주려고 하기보다 아이가 하는 일을 관찰하고 응원하고 반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은 수많은 육아서에서도 공통적으로 나온다.


이 시기 육아원칙은 과유불급이 되어야 합니다. 즉 지나친 자극은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자기가 필요한 자극은 스스로 찾아다닙니다. 싱크대에서 그릇들을 꺼내어 어질러 놓기도 하고, 전화기를 두드려고 망가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자극의 강도를 스스로 조절합니다. 까다롭고 예민한 아이들은 자신이 감당하기에 힘든 자극이 오면 피해버리고, 탐색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아무것이나 만지려고 달려들지요. 이것이 모두 자신의 뇌발달에 맞게 반응하는 모습입니다.

부모는 그저 이것을 다 받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버릇을 가르친다고 엄하게 대하거나 두뇌를 발달시킨다고 아이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시각적 자극을 주게 되면 뇌 발달에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신의진 아이심리백과'

사실 이 원칙은 어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연애 비법 유튜브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그놈의 '리액션'이다. 


남자든 여자든 '말 잘 통하는 사람'을 찾는다. 상대에게 '말 잘 통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려면 잘 듣고 리액션을 잘해주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상대가 원하는 반응이나 정보,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 주면 된다. 애나 어른이나 똑같다.


2. 개인의 의지보다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최근 육아 담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를 꼽으라면 '발달'일 것이다. '발달'을 위한 놀이나 대화법은 어때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아이의 뇌가 자극된다더라, 근육이 잘 발달된다더라 등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면서 '책육아'라든지 '놀이 육아'라든지 '바이링구얼'이라든지 '몬테소리 교육법', 'TV 없는 거실' 등의 키워드들을 만나게 된다.


많은 발달에 대한 이야기의 핵심은 아이가 제대로 된 생활 루틴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라는 것이다.


수면 교육을 예로 들면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있게 밤에는 조명들을 꺼두고, 어른들 역시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잘 잘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아이 혼자 씻거나 옷 입을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아이템도 있다. 발달을 위해 미디어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환경을 꾸려주는 것도 강조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UMsF0FZQLnI


아이 키우는 집 환경에 대해 찾아보다가 접하게 된 것이 'TV 없는 집'에 대한 콘텐츠였다. 이것들을 보다 보니 '거실 공부법'에 대한 다큐멘터리까지 흘러들어 가게 됐다. 일본의 사토 료코라는 인물이 거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방법으로 교육을 잘 시켰다더라 하는 내용이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사토 료코는 "공부란 것은 기본적으로 외로운 일이다. 그런데 방 안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게 되면 외로운 공부를 더 외롭게 하게 되는 셈이다. 외롭지 않게 공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가족들이 함께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서로 공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한다. 또한 공부하는 곳을 밝게, 손이 자주 가는 곳에 책이나 공부와 관련된 용품들을 세팅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어른이 되어도 역시 개방감이 있고, 다른 사람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독서를 많이 하려면 책을 책장에 모두 꽂기보다 여기저기, 손에 닿는 곳에 두라는 조언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무언가를 꾸준히 실행하려면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중요한 일이다.


3. 운동은 성장을 위한 핵심 스킬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들의 경우, '신체 발달'은 곧 '심리 발달'과 이어진다.


태어나서 1년. 이 시기에 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아이의 생리적 욕구들을 다 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때는 아이의 몸과 마음이 분리되지 않는 시기로, 신체 발달이 곧 심리 발달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아이 몸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때 먹이고, 제때 재우고, 제때 싸게 하고 바로바로 치워주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책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
아기의 놀이는 소근육 발달을 도울 수 있어야 해요. 영유아의 운동 발달이 뇌의 인지능력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가 많이 나와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소근육 발달과 인지능력 발달 사이의 관계가 잘 입증되어 있어요.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 연구진의 한 논문에서는 뇌 영상 촬영을 통해 소근육 발달과 인지능력 발달 간에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어요. 장난감 회사에서 소근육 발달을 앞세우고, 우리가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이 열풍이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참고로 피아노와 같은 악기 연주는 실제로 인지 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아두면 장난감을 고를 때 ‘우리 아기가 손을 얼마나 움직이게 될까?’ 하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선택할 수 있겠지요? 사실 돌 전에는 별다른 장난감이 없어도 일상 속의 물건 그리고 자연물로도 얼마든지 아기의 탐색 스킬 연습을 도와줄 수 있어요.
-책 '베싸육아'


소근육, 대근육을 키우는 것이 곧 인지 발달과 연결된다는 것인데,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당연한 말이다. 




육아 콘텐츠는 아니지만 주식 유튜버의 한 콘텐츠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접했다. '부자들의 유년기, 이렇게 달랐습니다'라는 영상은 라이너 지텔만의 책 '부의 해부학'을 보고 부자들이 어떤 유년기를 보냈는지 분석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부자들의 공통점은 어렸을 때부터 어떠한 것이라도 사업을 진행해 본 경우가 있고, 개인 스포츠를 즐겨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스포츠를 통해, 어떤 목표를 세우고 개인적인 노력을 투자하면 기록이 향상되는 등 '즉각적 성취'를 꾸준히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매사에 어떻게 하면 (부를) 성취할지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춰 달려간다는 설명이다.


종종 엘리트 체육을 겪은 이들이나 어렸을 때부터 아이돌 트레이닝을 받은 이들이 그 외의 삶도 굉장히 타이트하게 꾸려가는 모습을 봤다. 스포츠 스타나 아이돌 출신의 인물이 사업 등에서도 성공하는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이 콘텐츠 역시 그런 점을 짚어서 흥미롭게 봤다.


https://www.youtube.com/watch?v=8AvsfwLEVRo&t=905s

유튜브 '할 수 있다, 알고 투자' 영상 가운데 부자들의 유년기 특징을 다룬 영상.


애나 어른 할 것 없이 관계를 제대로 다지려면 좋은 '반응'을 받고 살아야 한다. 성취를 얻기 위해서는 그저 의지만을 불태울 것이 아니라 성취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게 먼저다. 머리가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몸부터 움직여야 한다.


육아서를 읽으면서 그저 아기를 돌보는 스킬만 얻어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어른인 나의 삶에도 필요한 본질들을 다시 깨닫고 있는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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