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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Dec 02. 2024

싸구려 커피

오래된 자판기가 뱉어낸
삼백 원짜리 따뜻함을
움켜쥐고 있노라면
손금에 절인 세월이 녹아든다

컵 안을 휘휘 저어보지만
녹지 않는 것들도 있다
덩어리진 설탕처럼
바닥에 가라앉은 시간들

담배 연기 자욱한 벤치에서
허공을 쳐다보던 사내들도
하나 둘 일어서고 나면
식어버린 종이컵만이
내 몫인 것을

누굴 기다리는 척
발끝으로 초침을 굴리며
주머니 속 잔돈을 만지작거린다
또 한 잔의 용기를 사기 위해

도심의 겨울 오후는
이렇게 미지근한데
고단한 등짝을 쓸어내리는
종이컵의 체온만은 달다


장기하와 얼굴들 - 싸구려 커피


종로의 어느 공원, 낡은 자판기 앞에 서성이는 사람들이 있다. 차가운 겨울 오후, 그들은 삼백 원짜리 따뜻함을 손에 쥐고 낡은 벤치에 앉아있다. 담배 연기 너머로 흩어지는 한숨 같은 대화. 미지근해진 종이컵을 들여다보며 주머니 속 동전을 만지작거린다. 오늘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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