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이차 지나간다.
잠자는 장롱 속 면허증만 가진 내가 차라니, 처음엔 당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내 당신의 시선을 따라가다 알았다, 정말로 내 차가 지나가고 있다는 걸.
되돌아보면 당신은 종종 나의 길을 걱정하곤 했고 나는 종종 우스갯스러운 푸념으로 답을 하곤 했다. 지하철이 자주 오지 않는다고, 기다리다가 하루가 다 간다고. 그 우스갯스러운 푸념을 여즉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맘 편히 걸을 수 없는 지금. 당신의 하루 속 유일한 풍경인 창밖에 지나가는 지하철을 바라보며 그런다, 제민이차 지나간다고.
하루종일 창밖에 지나가는 지하철이 몇 대였을까,
세어보다 열손가락이 모자랄 만큼 지하철이 지나갈 때마다 당신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금 지나가는 지하철에 내가 타고 있을지 궁금했을까, 타고 있다면 당신을 만나러 오는지 기대했을까,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 발걸음 소리에 다음 지하철을 타고 오는지 기다렸을까, 더 이상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캄캄한 밤이 오면 입가에 쓴맛을 참으며 잠에 들었을까, 차라리 그랬다면 좋았으렸만. 조금 전 마주했던 당신의 입가가 환하디 환해 내 입가에 쓴맛이 조금 돌아 그저 당신의 손을 잡곤 묵묵히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는, 지금도 창밖엔
제민이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