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버스 정류장, 어제는 지하철 역.
퇴근 후 어둑해지는 회사를 지나는 그림자의 종점은 매일매일 다르다. 어느 날은 버스 정류장을 타고 지하철을 건너 집 앞 가로등 밑을 지나 현관 센서등 아래까지 오더니,
또 어느 날은 따라오긴 했던 건지 기억나지 않기도 하고.
라테를 마실걸, 이라는 생각이 다 마신 아메리카노의 커피잔을 버릴 때 넌지시 같이 버려지는 날이 있고, 커피잔을 버려도 남은 쓴맛이 혀를 굴리며 라테 생각을 하루 종일 놓지 못하는 날도 있듯. 사무실을 나서며 버스 정류장까지 곱씹다가 이내 흩어지는 팀장님의 한숨이 저무는 화요일이 있고, 깜빡이는 현관 센서등 아래에서도 흩어지지 않는 실수한 오탈자가 남은 목요일이 있다.
지나가는 길엔 자연스레 후회가 남는다. 당장 아메리카노를 사놓곤 라테를 찾는데 하물며 애쓴 하루의 끝이 텅 비어있을 리가. 그저 매일 다를 뿐, 발아래 깔린 그날의 후회의 무게가. 더불어 내 두 눈이 발아래를 쫒는 시간도 매일매일 그러하고.
그러니까, 현관 센서등 아래까지 데려왔다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목요일을 미련하게 만들 필요도, 버스 정류장에서 사라졌다고 멍하니 화요일을 무용하게 만들 필요도 없다.
커피가 조금 쓴 날과 더 쓰디 쓴 날, 어쩌자니 좀스러워지는 마음과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그 정도의 차이일 뿐.
굳이 가는 걸음을 멈춰 세워 뒤돌아보지 않아도 된다. 오늘과 다를 내일에도 커피를 마시고 퇴근 후 회사를 지나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