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수요일이 지나간다.

by 제밍




중간지점을 지나고 있다.
사실 일주일로 따져보면 목요일이 중간지점이긴 하지만,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은 정신없이 지나가던 길목에 잠시 자리를 펴고 신발을 벗고 누워 햇빛을 쬐는, 그런 여유로운 마음이 충만해 눈감아 넘기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수요일에 서서 뒤돌아보나 꽤 여러 가지들이 보인다.
오늘까지 하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낸 일도 보이고, 갑작스러운 야근에 월요일엔 해내고 화요일엔 건너뛴 일도 저 뒤에 있고,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일어날 기색 없이 널브러져 있는 월요일부터 묻어둔 일도 보이고. 고작 이틀을 지나왔을 뿐인데 이렇게나 다양한 모습이라니, 상상했던 것과 다르게. 당황스럽지 않다면 뻔한 거짓말이다.

곧이어 수요일에 서서 앞을 보는 순간은 고민이 많아진다.
월요일부터 묻어둔 저 널브러진 일은 일으켜 세우면 마음이 달라질까, 갑작스럽게 야근이 또 생긴다면 화요일처럼 목요일에도 건너뛰어도 되는 걸까, 이 와중에 꾸준했던 일을 금요일까지 꾸준히 하고자 하는 건 욕심일까.


이미 이런저런 모습으로 틀어진 지나온 길의 사정을 모두 알고 앞으로 지나갈 길의 사정을 기대하는 건 터무니없이 마법 같은 일이겠지만. 지나온 길과 지나갈 길을 함께 보며 생각할 수요일 같은 날이 하루쯤은 있어야 함을 부정할 순 없어서. 항상 질문하지만 언제나 답은 시원찮은 수요일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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