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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프랑크푸르트 공항.

독일 철도청의 완벽한 장애인 서비스에 놀라다.

by andre

독일로 출발하는 날 4.29. 6시 30분경 인천공항 1 터미널 아시아나 체크인 카운터 앞. 아시아나 카운터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별도의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전동휠체어를 가져가므로 이 창구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휠체어를 수화물로 부치는 방법에 있어 잠시 혼선이 있었다. 니켈밧데리의 경우 밧데리를 분리하여 휴대하고 기내에 타느냐 전동휠체어와 같이 수화물로 부쳐야 되느냐에 대하여 혼선이 있었다. 남자 직원과 매니저라는 여자직원의 말이 서로 달랐고 비행기를 예약할 당시 전화로 안내한 직원의 말과도 서로 달랐다. 나는 어느 방법이나 상관없다고 하였다. 결국 크인카운터에서 수화물로 위탁하고 항공사 측에서 제공하는 휠체어로 게이트까지 가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경우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므로 혼선이 있을 수 있다. 최근 항공사고는 리튬밧데리로 인한 사고였지만 니켈밧데리의 경우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의 수화물은 전부 3개로 되어있다. 캐리어, 전동휠체어, 보조밧데리와 휠체어방석을 담은 가방. 수화물이 3개나 되다 보니 모두 착오 없이 운반될지 약간 걱정이다. 가끔씩 수화물이 분실되느니, 파손되느니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전동휠체어의 경우 부품이 부서지면 골 아픈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휴대물을 전부 꺼내놓아 검색대를 통과하게 되었는데 무언가 검색대에서 걸린 모양이다. 그것은 휠체어조이스틱이었다. 전동휠체어조이스틱(전동휠체어를 손으로 조작할 수 있게 하는 부품)은 중요한 전자부품이어서 파손이 염려되어 분리해서 휴대하기로 한 것이다. 부품에 대한 설명을 하니 그냥 통과.


비행기는 지연 없이 예정 시간에 출발한다. 좌석은 만석이다. 나는 혹시나 장애인좌석을 신청하면 그 옆자리가 공석이 될지 모른다는 약간의 기대를 하였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옆자리 장애인 좌석이 공석이어도 다른 일반석이 만석이면 결국 장애인좌석도 일반인이 앉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려 13시간 정도 좁은 좌석에 앉아 있으려면 온몸이 근질근질할 텐데 어떻게 견딜까,


나는 이번 여행에 처음 전동휠체어를 가져가느라 약간 걱정이 되었다. 전동휠체어가 파손되지 않고 온전히 운반될지, 공항에 내려서 지하철 이용 시 미리 예약한 리프트 서비스가 착오 없이 진행될지 걱정이 앞섰다.

기내식은 식사가 두 번 나왔다. 이륙 직후, 착륙 직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자가 나왔는데 맛이 괜찮다. 피자의 포장지를 보니 우리나라 어느 유명 식품제조업체의 것인데 사이즈는 혼자 먹기에 알맞을 정도였다. 시중에서 팔지 않는 제품이었다. 비행기 기내식은 무얼 먹어도 맛있다. 여행을 간다는 들뜬 기분에 먹으니 맛이 없을 리가 없다.

비헹기 기내식


지루한 여행이 끝나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였다. 창문을 통하여 들어오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햇살이 환하다. 15년 전에 공무원의 신분으로 스웨덴으로 가기 전 환승하느라 들른 적이 있다. 내 기억으로 그때도 지금같이 가을 하늘처럼 햇살이 따사로웠다. 그 당시는 7월이었고, 지금은 5월이니 날씨가 조금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나랏돈으로 왔으니 마음이 즐거워서 그랬을까, 지금보다는 훨씬 기분이 들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그 당시의 공기는 지금보다 훨씬 쾌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5년 이상이 흘렀으니 도시화, 산업화 등으로 인하여 도시의 공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어쩠던 내가 살아서 다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왔다는 사실만으로 감격스러웠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역
프랑크푸르트 공항 도착


나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내려 중앙역까지 기차를 타야 했는데 미리 독일철도청에 리프트 서비스 신청을 해놓은 상태. 지하철의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단차가 있다고 하여 휠체어를 탄 채로 기차에 탑승하려면 리프트가 필요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휠체어서비스 요원이 비행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독일철도청으로부터 받은 메일에 의하면 공항에 도착한 후 DB information(독일 철도청 안내소)에 들러 리프트 서비스 안내를 받으라고 되어 있다. 내가 출력한 메일 내용을 직원에서 보여주니 그는 알았다는 듯이 나를 휠체어에 태우고 출국심사를 거치고 수화물을 찾는데까지 안내한 다음 DB information으로 데리고 간다. 미리 독일철도청으로부터 받은 메일내용을 출력해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겠지만 출력물을 보여 주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이 진행되었다. 독일철도청을 접하면서 그들의 스타일은 매사를 약속해야 하고 약속은 확실히 지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DB information 창구에서 흑인여자 직원이 응대하는데 너무 빨리 말을 하여 알아먹을 수 없다. 동행한 직원이 나에게 영어로 천천히 설명해 주어 무슨 말인지 대충 이해하다. 나는 공항에 도착 시간 이후 중앙역으로 출발하는 시간을 충분히 여유를 두고 예약하였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4시간 정도나 남아 있었다. 흑인여직원은 더 빨리 가기를 원하느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하니 그녀는 day-ticket(1일 교통권)을 끊어주었고 더 빠른 시간에 갈 수 있도록 직원은 나를 데리고 어디로 간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간 곳은 Fernbahnhof였다. 공항에는 두 개의 역이 있었다. 시내로 움직이는 Regionalbahnhof와 시외로 연결되는 Fernbahnhof가 있었는데 두 노선 모두 중앙역으로 연결된다. 흑인여직원은 조금 더 빨리 가는 시외열차에 태우려고 Fernbahnhof으로 안내한 것 같았다. 한참을 지나 Fernbahnhof DB information으로 가니 그곳의 남자직원이 퉁명스럽게 기다리라고 한다. 언제까지 기다릴지 알 수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목이 말라 옆 편의점에서 500ml 물 한 병을 구입하다.


한참 후 붉은색 야광색 복장을 한 다른 직원이 나타난다. 그 직원은 나를 데리고 또 어디로 가는 것이었다. 왜 다시 출발 역을 옮겨가는지 알 수가 없다. 더 빨리 가려고 Fernbahnhof로 안내한 것은 착오였을까, 다시간 곳은 Regionalbahnhof. 처음부터 Regionalbahnhof로 갔으면 좋을텐데, 뭔가 착오가 있었까, 그 내막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직원은 나를 S-bahn을 타는 승강장으로 안내하고 기차가 정차하는 승강장 맨 앞칸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 후 S-bahn이 도착. 기관사가 내려서 휠체어가 승차하기 용이하도록 휠체어경사로를 가져와 펼쳐 놓는다. 승차해서 보니 내가 탄 열차칸은 맨 앞칸이었고 장애인좌석이 있었다. 나는 처음 타보는 것이라 어정쩡하게 있는데 어느 승객여자가 다가와 나에게 뭐라고 하는데 내가 알아먹지 못하겠다. 아마 무언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 것 같았다.


공항에서 세 정거장 정도 가니 프랑크푸르트중앙역에 도착. 기관사가 펼쳐놓은 경사로를 통하여 무사히 하차. 내가 내리는 객차 앞에는 또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안내할 다른 직원이다. 내가 갈 숙소는 중앙역 바로 옆에 있는 interciy hotel. 그에게 목적지를 이야기하니 그는 호텔까지 안내를 한다. 직원이 나를 호텔카운터까지 안내하는 것을 보고 그들의 서비스 정신에 감탄했다. 나는 그들의 서비스 정신에 감탄하여 팁으로 각 10유로를 주었다. 결국 나는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는데 3명의 안내원 도움을 받았고 그들 각자에서 10유로씩 30유로의 팁을 준 셈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마땅히 할 일을 했다고 하였으나 나로서는 그들의 직업정신에 감복하여 팁을 주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프랑크푸르트 S-bahn 내부(하차 시 누르는 보턴이 보인다)

예약한 호텔은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오른쪽 출입구를 나오면 호텔간판이 바로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베를린으로 다녀 올 생각을 하면서 중앙역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이번에 장애인 객실을 예약하면서 아고다나 호텔닷컴 같은 사이트에서는 장애인 객실이 표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장애인객실을 정확히 예약하려면 해당 호텔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예약을 해야 했다.


그날 나는 피곤하여 일단 한잠 때리기로 했다. 이 호텔에서는 시내교통카드를 제공한다고 하여 물어보니 내가 인터넷에서 접수할 때 취소하였다고 한다. 나는 취소한 적이 없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호텔홈페이지에서 입력할 때 어디를 클릭한 것 같은데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클릭한 것 같다. 다시 복귀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언어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그 부분은 포기하기로 했다. 잠깐 외출 후 돌아왔는데 이리저리 정황이 없다 보니 방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카운터 직원으로부터 방번호를 메모해서 받았다. 저녁에 무얼 요기해야 하기에 바나나 등 과일을 파는 가계가 있느냐고 물으니 엉뚱한 답변을 한다. 내가 제대로 묻지 못할 것일 수도 있고 그가 제대로 나의 질문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였을 수도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묵은 호텔, 장애인 객실


저녁 8시경인데 어둡지 않다. 밖에 나가 트램 타는 것을 구경해 보기로 하다. 승강장에서 트램을 탈 때 약간의 단차가 있지만 경사로 없이 승차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중앙역 부근에는 흡연자가 많고 노숙자도 보인다. 주로 동남아 사람이나 중동 지역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내가 묵은 호텔은 프랑크푸르트중앙역 옆의 출입구를 나가면 바로 보일 정도로 가깝게 위치해 있다. 내방은 4층이었는데 정말 조용해서 좋았다. 일전에 뮌헨에서 묵었던 호텔은 주위 사람들이 늦게까지 떠드는게 들려 소음이 있었는데 이번 호텔은 조용해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책상도 있어 매일 일기를 쓸 수 있었다. Accessible room(장애인 객실)을 신청했기 때문에 욕조는 없지만 앉아서 샤워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편했다. 조식시간은 monday~Friday는 아침 6시~10시, Saturday~Sunday는 아침 7시~11시였다.


프랑크푸르트 첫날 아침. 아침 조식을 먹으러 부페식당으로 내려갔다. 부페 식당 입구에서 여직원이 나에게 Room Number를 묻는다. 내 방번호는 460호실. 내가 잘못 발음했는지 여직원은 조식을 신청한 리스트에는 그런 방번호가 없다고 한다. 확인해 보니 내가 four six zero라고 하지 않고 five six zero라고 발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제 나이 탓일까, 모든 것이 착오가 잦다.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 나를 본 여직원이 부페 이용 시 도와주겠다고 한다. 나 혼자 할 수 있다고 해도 도와준다고 한다. 나는 그녀에게 한 번만 해주고 다음 접시부터는 내가 직접보겠다고 했다. 그날 아침에 또 다른 중년 부부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렸는데 그 부부를 부페에서 만났다. 부인이 나에게 부페음식을 나르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나는 내가 먹을 음식을 접시에 담고 있는 여종원을 가리키며 'She is helping now'라고 하며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그 부인은 오스트리아에서 여행을 왔다고 하며 자기의 이름도 밝히고 내 이름도 묻는다. 아,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격의 없구나 생각을 해본다. 그날 아침은 그 오스트리아 부부 여행객과 옆 테이블에서 조식을 하였다. 여기저기서 도와준다고 하니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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