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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허탕을 치다.

아쉬운 하루

by andre

이제 베를린에서의 여정이 오늘이 마지막. 내일 5.11. 은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는 날. 내일 베를린 중앙역에서 ICE(독일 고속 기차)를 타려면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오늘에는 많은 곳을 둘러보려고 욕심내지 않고 꼭 보고 싶은 몇 곳만 둘러보아야 한다.

첫 번째는 베를린필하모니홀을 구경하고 음반을 구입하는 일이다. 한국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과 비교하여 음향시설이 어떨지 궁금했다. 우리가 듣는 많은 음반이 베를린 필하모니의 연주 실황이다 보니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베를린 필의 연주를 들으면 얼마나 황홀할까 궁금했다. 숙소에서 베를린 필하모니 음악당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았는데 마땅치 않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바로 가는 교통편이 없다. 결국 포츠담플라츠역까지 가는 지하철을 타고 가서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구글을 뒤져보니 숙소 앞에서 M41버스도 포츠담플라츠역으로 가는구나, M41번 버스 앞에서 기사분에게 승차하겠다는 눈치를 보이니 기사가 내려와 버스승차대 바닥에 있는 경사로를 펴준다. 여기서는 휠체어이용자가 버스에 탑승하는데 아무도 특별한 눈길을 주지 않는다. 여기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 다른 승객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포츠담 광장

M41버스는 슈프레강을 건너 강변을 따라가다가 베를린중앙역을 지나 포츠담플라즈 역에 도착. 구글지도를 보니 베를린 필하모니 음악당까지는 700미터 정도. 사거리 같기도 한 광장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난 길을 따라 한참 가니 저 멀리 사진에서 보았던 베를린 필하모니 음악당과 비슷한 건물이 보인다.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당

오늘이 토요일인데 문을 열어놓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한국에서의 예술의 전당을 생각해 보면 토요일에도 각종 연주회가 있고 카페나 레스토랑도 당연히 영업을 하니 여기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악의 경우 베를린 필하모니 음악당에서 연주회는 못 보더라도 내부 시설은 구경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외부에서 보니 베를린 필하모니 홀이 맞는 것 같은데 인적이 없다. 혹시 공연이 시작되어 사람이 밖에 없는 것일까, 건물의 둘레를 거의 한 바퀴 돌았음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티켓발매창구라든가 커피숍이라든가 그런 입구가 있다면 눈에 뜨이거나 사람들이 보일 텐데 아무리 보아도 그런 건물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현관문 같은 문이 보이길래 손으로 밀어보았는데 잠겨있었다. 사람이라도 보이면 물어볼 텐데 이상하리 만큼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공연은 하지 않아도 커피숖 정도는 운영하지 않을까, 나는 계속 미련을 가지고 한참이나 서성거렸으나 마치 문을 닫은 가게처럼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아쉬움을 남기고 사진 몇 장을 찍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내가 베를린에 대하여 좀 더 계획적으로 궁리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하긴 내가 베를린에 올 때는 베를린필 하모니는 그저 막연하게 아무 연주회라도 표를 구해서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철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현대 미술관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 이 부근에 있는 또 다른 미술관이 있음을 알고 있다. 독일 현대미술관. 여기서 멀지 않다. 구글맵으로 찾아보고 가다. 건물외양은 검은색으로 된 현대식 건물이었다. 1층에 들어서면서 Ticket 값을 물어보긴 하였으나 나는 관람할 생각이 별로 없었다. 무언가 어수선한 분위기였고 현대미술에 대하여는 문외한이라 관심이 없었다. 지하에 있는 화장실 볼일만 보고 1층 로비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한참 쉬다가 나왔다.

여기서 숙소로 가려면 아까 올 때 탔던 M41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 버스를 타려면 아까 내렸던 포츠담플라츠 역으로 한참 가야 했다. 포츠담플러츠 광장에 오니 저쪽에 무슨 쇼핑센터 같은 건물이 보인다. 여기 들러 쇼핑센터 구경하고 점심이나 먹고 갈까, 나중에 확인하니 내가 들어간 곳은 Mall of Berlin, 베를린에서 제법 큰 규모의 쇼핑센터였다.

베를린 몰에서 먹은 음식
베를린 몰 푸드코트

들어가서 일단 식당이 있는 층부터 찾아야 했다. 2층에 가니 Food Court 가 보인다. 2층 전부가 음식점으로 되어있고 한국의 Food Court처럼 여러 개의 식당이 있고 손님은 여기서 음식을 구입한 후 중앙에 있는 식탁으로 가져와서 먹게 되어 있다. 베트남쌀국수가 먹고 싶었으나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식집 같은 곳에서 연어 덮밥을 먹었는데 연어의 양도 많고 여러 가지 야채의 양도 푸짐해서 먹을 만했다. 여기는 각 나라의 다양한 음식이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그날 나는 돌아오는 길에 베를린 중앙역 Foodfactory에서 기어코 또 베트남쌀국수를 먹었다. 고기도 먹고 따끈한 국물을 먹을 수 있는 베트남쌀국수가 나에게는 가장 마땅한 음식이었다. 찾아보면 한식식당도 있겠지만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데 찾아가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니 그때그때 부근에서 마땅한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베를린 중앙역 악사

그날 나는 베를린 중앙역 앞에서 기타를 치며 혼자 노래를 부르는 거리의 악사에게 동전을 던져주기도 했다. 그는 관객들이 있던 없던 아랑곳하지 않고 혼신을 다하여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스름한 저녁이 시작되는 이 시간에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나 같은 이방인에게도 객수를 달래는데 한몫하였다. 이렇게 나의 베를린에서의 하루도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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