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생 한국인의 생애 가상 시나리오

이대로 사회가 지속된다라는 전제를 두고

by 우주사슴

앞서 다룬 대한민국 가상 시나리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2025년생 세 아이의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본다. 각 아이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지만, 공통적으로 한국 사회 구조의 압력 속에서 성장한다. 분당, 부산, 서산에서 태어난 세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구조적 조건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휘어놓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공통 외생 변수

세 아이가 살아갈 한국 사회는 인구감소, 수도권 과밀, 주거비 상승, 교육 양극화, 자동화·AI 확산, 산업전환, 기후·에너지 리스크라는 힘에 의해 흔들린다. 이 변수들은 개인의 선택과 무관하게 끊임없이 배경으로 작동하며, 삶의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제한한다.


분당에서 태어난 남자아이



유아기

대기업 본사에 다니는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유아기부터 영어와 음악, 체육을 배우며 사교육의 강을 건넌다. 아침마다 피아노 레슨을 마치고 축구 연습을 다니는 아이는, 쾌적한 분당 아파트 단지와 안정된 가정 덕분에 발달에 유리한 환경을 누린다.


학령기

강남·분당 축에서 치열한 경쟁을 경험한다. 부모의 자산이 곧 학업 성취와 직결되며,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만으로도 하루가 가득 찬다. 그는 좋은 내신과 수능 점수를 받아 명문대 진학의 문턱에 선다. 그러나 이미 주거비는 부모 세대보다 두 배 가까이 상승해, 친구들과의 차이를 체감한다.


초기 성인기

서울 주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한다. 자동화와 AI 덕분에 업무량은 과거보다 적지만 불안정성은 커진다. 승진은 어렵고, 과로 대신 “성과 불안”이 삶을 잠식한다. 부모의 지원으로 결혼과 내 집 마련은 가능하지만, 이는 동료와의 격차를 확실히 벌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정착기

자산 축적은 가능하지만, 자녀 세대의 교육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부모가 받은 지원을 이어 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건강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장수 사회에서 노부모와 자녀 양쪽을 동시에 돌봐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중년기

자동화로 인해 대기업은 최소 인력만 유지한다. 그는 비교적 안전한 자리에 남지만, 자기보다 10년 늦게 태어난 세대에게는 기회 자체가 희박하다. 분당 아파트는 여전히 자산 가치를 지니지만, 인구 감소로 지역적 양극화가 뚜렷해진다.


부산에서 태어난 여자아이


유아기

부산 번화가 근처에서 자영업 가정의 아이로 태어났다. 부모는 가게와 생계를 위해 분주해 돌봄의 질이 일정치 않다. 사교육 선택지는 제한적이며, 간혹 동네 학원에서 친구들과 수업을 듣는다.


학령기

부산 공교육은 과밀하지 않지만, 서울과 비교하면 대학 진학 경쟁에서 불리하다. 교육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부모는 딸이 공무원이나 간호사 같은 안정적 길을 가길 바란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학원 대신 독서와 봉사활동에 시간을 쓴다.


초기 성인기

서울행을 선택하면 높은 주거비와 치열한 경쟁을 견뎌야 한다. 지역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과 비교하면, 기회의 장벽이 더욱 높다. AI 자동화는 서비스업과 단순 행정직을 빠르게 대체한다. 부산에 남아 돌봄·간호 분야에 진입한다면, 임금은 낮지만 안정적이다.


정착기

결혼과 출산은 선택지가 된다. 여성이라는 점에서 경력단절의 위험은 크다. 맞벌이를 해도 육아와 돌봄 부담은 무겁다. 부모의 자영업은 이미 경쟁력을 잃었고, 상속할 자산도 많지 않다. 그녀는 ‘어디에 뿌리를 내릴 것인가’라는 질문과 직면한다.


중년기

저출산과 고령화의 여파로 노인 인구가 폭증한다. 간호·돌봄 경험이 있는 그녀는 돌봄 산업의 핵심 노동자가 되지만, 여전히 노동의 가치는 저평가된다. 건강은 50대 이후 급격히 흔들릴 수 있으며, 자녀에게 남길 자산은 불투명하다.


서산에서 태어난 남자아이

유아기

화학공장의 굉음을 배경으로 성장한다. 아버지는 교대근무, 어머니는 마트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돌봄은 불안정하지만, 이웃과 친척이 아이를 함께 돌봐준다.


학령기

서산의 공교육은 자원 격차가 크다. 부모는 사교육을 감당하기 어렵다. 아이는 공업고나 직업교육을 일찍 염두에 둔다. 수도권 진학은 비용 장벽이 높다.


초기 성인기

자동화·AI가 제조업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단순 기능직은 급감한다. 그는 산업안전, 설비 관리 같은 특화 영역에서 기회를 찾는다. 그러나 임금은 수도권보다 낮다. 기후·에너지 리스크로 화학공장은 점차 축소된다.


정착기

결혼은 늦어지거나 포기할 수 있다. 주거비는 수도권보다 낮지만, 지역 일자리 기반이 약하다. 부모의 건강과 돌봄 문제가 겹치며 가족 전체가 부담을 진다. 자산 축적은 제한적이다.


중년기

장기간 노동 강도로 인해 건강 문제 가능성이 높다. 산업전환 속에서 지역 인구는 빠르게 줄고, 공동체는 힘을 잃는다. 자녀 세대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면 고향은 더욱 황폐해진다.


세 사람의 교차점

분당의 아이는 기회의 문턱을 넘지만 경쟁과 번아웃 압력에 시달린다. 부산의 아이는 선택의 순간마다 수도권과 지역 사이에서 흔들리며, 돌봄·성별 부담이 더해진다. 서산의 아이는 구조적 산업 전환의 직격탄을 맞으며 생존 그 자체가 과제가 된다.


그러나 이 셋 모두 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교육 양극화, 자동화, 기후 리스크라는 거대한 도 안에서 살아간다.


결국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국가와 사회의 제도적 개혁등의 변화가 없다면, 이 세 사람의 인생 궤적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퇴보의 압력에 휘둘리게 된다.


2025년생 vs. 2005년생


결국 2025년생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첫째, 구조적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05년생과 2025년생 사이의 삶을 비교해도 본질적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


둘째, 차이는 정도의 문제일 뿐이다. 세대가 달라질수록 외부 압력과 환경 변수는 강화되지만, 경쟁과 양극화, 산업 전환의 구조적 틀은 동일하다.


우리는 이미 현재의 양상을 알고 있다. 지금 세대가 겪는 경험과 문제는 곧 다음 세대가 마주할 현실의 축소판이다. 이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삶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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