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따른 악순환
이전 글이 서울에 왜 집중이 되었나에 대한 배경과 역사를 다루었다면 이번 글 부터는 서울 집중에 따른 문제와 현상을 다양한 층위로 다루고자 한다.
그 문제 중에 으뜸인 부동산 집중부터 이야기하고자 한다.
서울 집중화는 단순히 인구나 일자리의 문제를 넘어 주거 비용과 직결된다. 부동산 시장은 서울 집중의 가장 직접적인 증거이자 결과이며, 동시에 그것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주거비 상승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계층 간 갈등을 격화시키는 구조적 원인이다.
서울 집값의 특이성은 단순한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권력과 자본이 한 곳에 모이면서 부동산이 단순한 생활 기반을 넘어 자산 증식의 수단이자 투기의 장으로 변질됐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금융 불안 속에서 집이 안정자산으로 인식되었고, 2000년대 중반의 저금리 기조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글로벌 유동성 확대는 서울 아파트 불패 신화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부동산에 진입할 수 있는가’가 계층 이동의 결정적 변수가 되었다. 부동산 시장은 사회적 사다리를 대체하는 장치가 되었고, 이는 집중화의 악순환을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과 통화량 확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도성장기와 그 이후를 거치며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지고 통화가 늘어나면서, 늘어난 유동성은 가장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자산으로 흘러갔다. 한국 사회에서는 주식이나 채권보다 변동성이 낮고 장기적 수요가 보장된 서울 부동산이 사실상 ‘안전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시장의 다양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본은 대체 자산을 찾지 못하고 결국 서울 아파트에 파킹되었다. 이로 인해 서울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위험 회피와 자산 보존의 수단으로 기능했고, 가격 상승은 다시 투기를 정당화하는 신호로 작동했다.
투기 메커니즘은 단순하다. 자본이 서울에 몰리고, 이는 주택 가격을 끌어올린다. 가격 상승은 다시 더 많은 자본을 불러들이며, 결국 실수요자는 밀려나고 투자자만 남는다. 정책은 반복적으로 가격 안정을 외쳤지만, 실상은 투기적 수요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 토지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논리 역시 자본 축적 구조를 건드리지 못해 결국 같은 흐름을 재생산했다.
또한 서울 내부에서도 격차가 심화되었다. 강남 3구는 교육, 교통, 자본이 집중되면서 전국 집값 상승을 주도했고, 강북은 재개발 호재에 따라 뒤늦게 가격이 올랐지만 여전히 불균형이 뚜렷하다. 도심은 각종 재개발·뉴타운 정책으로 자산가치가 높아졌지만, 외곽 지역은 상대적 소외가 고착화되었다. 서울 집중화는 단순히 ‘서울 대 지방’이라는 구도가 아니라, 서울 내부에서도 계층적 위계가 형성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악순환은 불평등을 가시화한다. 주거비 부담은 소득의 불평등보다 더 날카로운 체감 격차를 만든다. 소득이 낮아도 지방에서는 안정적으로 주거가 가능하지만, 서울에서는 중산층조차 주거비로 삶의 기반이 흔들린다. 동시에 서울의 집값 상승은 다른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며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킨다. 서울에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간 갈등이 모두 이 구조에서 촉발된다.
결국 서울 집중화와 부동산 시장은 상호 강화 관계다. 집중화가 가격을 올리고, 가격 상승이 다시 집중화를 정당화하는 구조다. 지방의 기회는 줄어들고, 서울의 기회는 가격 장벽에 의해 독점된다. 부동산은 단순히 주거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의 가장 중요한 전선이 되었으며, 이는 집중화가 한국 사회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요인임을 보여준다.
이제 집중화를 논하는 데 있어 부동산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것은 결과이자 원인이고, 동시에 사회적 긴장을 증폭시키는 증폭기다. 서울의 집값을 둘러싼 갈등을 풀지 못한다면, 서울 집중화의 악순환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