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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 듯이

by 윤한솔



사랑했던 날과

사랑하지 않는 날의 사이에서

아, 아마 나는 모든 것을 잃었는지도 몰라

그때 내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나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모든 기억이 알알이 추억으로 자리 잡아서

잠시 그것들을 꼭 쥐고 있다가

지나간 향기를 좇던 날마저 지나

아, 나는 이제 얼마든지 더 망가져도 좋아


사랑 없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고 싶어

아무도 봐주지 않는

아스팔트 귀퉁이의 작은 꽃보단

길 한복판 커다란 건물에

엉망진창으로 깨어진 창문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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