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은 ‘다름’을 ‘특별함’으로 승화시킨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이야기다.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한 갈매기들과는 확연히 다른 조나단은 완벽한 비행을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는 일. 어둠 속에서 몸을 가눌 수 없는 속도의 벽의 부딪혀 다이너마이트 폭발과 같은 충격을 경험하고 평범한 갈매기가 되려고 마음을 먹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조나단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성에 이끌려 ‘갈매기는 어둠 속에서 날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후 조나단은 태양이 떠오를 무렵 스스로 실천하고 배우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뛰어난 경지에 도달한다. 그가 날 때는 맹렬한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역사상 최초로 곡예비행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이런 업적에도 불구하고 갈매기 무리는 그를 추방한다. 평범하고 상식적인 것에 의존하는 갈매기들은 그들과 다른 수준의 조나단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혼자가 된 조나단은 외로움 대신에 혼자만의 자유를 천국처럼 누린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그는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가진 갈매기들을 만난다. 이들은 1차원적인 삶의 목적을 한정하는 단순한 갈매기들이 아니라 고차원적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배움의 날개짓을 하는 특별한 갈매기들이었다. 조나단은 이렇게 인생의 다음 페이지로 나아가 있는 갈매기들과 함께 천국을 맞이한다. 천국은 시간과 공간이 아닌 충만함으로 가득찬 완벽함이라는 것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있어 지옥은 자신들의 생각과 이상을 받아들이지 않는 갈매기 무리 속에 힘겨워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그렇지 않고는 그를 둘러싼 주변 상황이 크게 좌우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실험이 있다. 이는 2007년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의 진 와인 가튼이 기획한 것으로 그는 이 실험을 통해 퓰리처상(Pulitzer Prize, 미국 신문 언론, 문학,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에게 주는 상)을 수상했다. 실험의 구체적 내용은 만약 세계적인 음악가가 지하철역에서 무료로 연주를 한다면 사람들은 과연 그를 알아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 실험에는 미국이 낳은 거장 바이올린리스트 조슈아 벨(Joshhua David Bell 1967~ )이 참가했다. 그는 평범한 옷차림에 야구 모자를 쓰고 금요일 아침 출근 시간대를 맞춰 워싱턴역 지하철에 나가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했다. 43분 동안 여섯 개의 곡을 연주했고 그 동안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나갔다. 이 날 사용한 바이올린 가격만 무려 350만 달러(약 44억)에 달하는 18세기산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 이탈리아 바이올린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제작한 현악기로 현재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악기로 간주되며 매우 귀중한 수집가용 품목)였다. 평소 조슈아 벨의 연주회 평균 입장료가 $100(약 13만원)인데, 이 날 세계 최고의 연주자인 조슈아 벨이 최상의 악기로 만들어낸 연주는 43분 동안 $32(약 4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도 이 중 $20은 그를 알아본 사람이 준 돈이었다. 분당 $1000(약 1300만원)을 버는 음악가가 단 장의 표도 살 수 없는 금액을 43분 동안 번 셈이다.
이에 대해 진 와인가튼은 이는 마치 미국의 추상 화가 엘스워스 켈리(Ellsworth Kelly 1923~2015)의 걸작 중 500만 달러(약 63억)하는 작품을 박물관에서 떼어다가 일반 레스토랑에 걸어 놓은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 때 아무도 그 작품을 알아보는 이가 없을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결국 사람은 자신을 인정해주고 알아주는 곳에서 그 진가가 빛난다는 뜻이다. 마치 갈매기 조나단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조나단은 이렇게 평범과는 또 다른 차원의 비범(非凡)의 단계로 넘어가면서부터 오히려 겸손해진다. 원로 갈매기 치앙이 “끊임없이 남에게 사랑을 베풀라.”는 유언을 남기고 나서 죽는다. 그러자 조나단은 치앙의 유산을 상식적인 것에 순종하듯 신념처럼 떠받들고 ‘충분히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제자들에게 전한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하강하는 제자 플레처를 기적처럼 살려내는 장면을 보고도 ‘악마’라며 죽일 듯 달려드는 광폭한 갈매기들조차도 사랑할 것을 역설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이 배우려고 한다면 그들을 도와주라고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에 플레처는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은 그의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조나단은 악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대신 그들의 내부에 있는 선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사랑의 길이라며 이를 실천할 것을 당부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신처럼 우상시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이야기 또한 덧붙인다. 자신에게 의존하지 말고 플레처 스스로가 움직여서 알아내고 이해한 방법을 통해 스스로의 것을 다져 나가도록 당부를 한다. 그는 스승의 가르침을 뛰어 넘어 자신만의 철학과 지혜를 가지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제자를 양성하라는 깨우침을 남긴 채 사라진다.
플레처는 조나단처럼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이 되어 비행을 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조나단은 평범한 갈매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제자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를 신격화 한다. 게다가 플래처마저 승천해버리니, 갈매기들은 조나단에 대한 믿음을 더 굳건히 갖는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조나단이 신적 존재라는 것에 대해 회의를 품을 앤서니는 인생이 무가치하다고 느끼고 자살을 시도한다. 이 때 공중에서 불가능한 비행술을 보이는 갈매기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든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 누구냐고 물어보자, 그는 자신이 조나단이라고 말을 한다. 자신 스스로를 평범하게 평가할 수 있으나 이미 조나단은 다른 갈매기들에게는 초월적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높은 차원의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다수의 대중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슬퍼하거나 절망할 필요가 없다. 사람마다 표방하는 욕구가 다다르듯 서로 다른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인정하기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누고 있는데 가장 하위 단계로부터 차례로 언급하자면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소속 욕구, 존중의 욕구 그리고 가장 상위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로 나누고 있다. 작품 속에서 평범한 갈매기들은 가장 기본적 요소인 식욕, 즉 생리적 욕구에 머물고 있는데 반해 조나단은 자기를 계속 발전시켜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시키는 자아실현 욕구 단계에 있는 것이다. 이런 서로 다름 속에서의 무리하게 조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비슷한 부류를 만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일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꿈을 원대하게 펼치고 인생을 천국으로 만드는 길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볼 문제
조나단은 평범한 갈매기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
조나단은 자신이 꿈꾸는 완벽한 비행을 시도하던 중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 이후 그저 평범한 갈매기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다. 만약 자신이 조나단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평범해지는 길을 택한 것인지 아니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인지 생각을 정리해 서술하시오.
천국은 시간과 공간이 아닌 충만함이 가득한 완벽함이라고 할 때 자신에게 있어 천국은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매슬로우의 욕구의 5단계를 참고해 자신의 욕구는 어느 단계에 있는지 쓰고,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단계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서술하시오.
서로 다른 욕구의 단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세계 최고의 음악가 조슈아 벨이 지하철에서 연주를 했을 때 그의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갈매기의 꿈과 연결지어 서술하시오.
자신의 꿈을 주변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만류를 한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서술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