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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Feb 27. 2024

그들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7화

#7 미숙



미숙의 시선 끝에 맞은편 횡단보도에 서 있는 명수가 눈에 들어왔다. 후줄근한 운동복을 입고 서 있는 명수를 보니 미숙의 마음속에서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렇게나 운동복 차림으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건만 소귀에 경 읽기 격인지 도대체가 말을 들어먹지를 않았다.      


평상시에 공부하느라 외모나 기타 옷 입는 거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거는 이해하지만 그래도 여자 친구를 만나러 나오는데 저 복장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녀 혼자만의 생각일까?      


그녀를 만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운동복 차림으로 나오는 것을 볼 때마다 그녀가 질색하는 것을 알면서도 왜 명수는 그 단순한 거 하나마저도 제대로 해주지를 못하는지 미숙은 도대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횡단보도를 건너온 명수의 얼굴을 보니 면도도 하지 않아서 수염이 까슬까슬하게 자라 있어 가뜩이나 복장도 그러한데 더 추레해 보였다.      


얘는 나오기 전에 거울도 보지 않고 나온 건가? 이제는 오래된 연인이라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 만날 때만큼은 추리닝 차림으로 나오지 말아 달라고. 면바지에다가 티만 입어도 되니깐 그렇게 입고 나와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도 꼭 이렇게 나와야 하는 거야? 일부러 이렇게 입은 거야? 네가 아무리 짖어도 나는 내 마음대로 한다, 이거야? 그리고 면도는 왜 또 안 한 거야? 지저분해 보이게.”   

  

명수는 면도를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는 듯 손으로 자신의 턱을 쓰윽, 하고 만졌다. 마치 수염이 언제 자랐대?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어색한지 손으로 운동복 하의를 잡아당기는 모습이 더욱더 미숙을 짜증 나게 했다. 


“제발 부탁이니깐 나를 만나러 나올 때는 그 너덜너덜한 추리닝 좀 입지 말아 줘. 응? 별거 아니잖아. 이걸 들어주는 게 그리 어려워?”     


“알았어. 오늘은 급하게 나오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랬어.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잠깐 자고 나오는 거라.”   

  

“제발 부탁이니깐 다음부터는 이런 말 좀 안 하게 해 주라. 응?”     


‘나는 고시생이라고 자랑하는 것 마냥 방 안에서 입던 옷을 왜 데이트를 하는 자리까지 저리 입고 나오는 걸까? 한두 번도 아니고. 일부러 나를 자극하려는 것처럼. 꼴 보기 싫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저러는 것일까? 머리도 감지 않고 나온 모습에 그저 어이가 없는 웃음만 나오네. 일부러 정나미를 떼려고 그러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도대체 명수의 마음을 모르겠다. 왜 저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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