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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플래너 Sep 15. 2024

공사의 시작

중간 - 3. 건축 공사 스타트(feat. 버림 콘크리트 타설)

"잡석과 비닐은 왜 깔아요?"


건축 착공 2일 전 새벽 6시 50분 골조 김팀장이 제주도 구좌읍 송당리 현장에 도착했다. 그동안 나는 잘못 쌓여져 있던 돌담 이전 설치도 완료하고, 상수도와 가설 전기 인입 신청도 하고, 예상 건축 공사비 견적 작업과 철근 레미콘 등의 각종 물량 산출 작업 그리고 마감재료 스펙 북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골조 김팀장은 자신이 소유한 3.5톤 트럭에 거푸집 설치에 필요한 각종 철물재와 각재, 합판 등을 한가득 싣고 완도항을 통해 제주도로 들어왔다. 김팀장의 계획은 필요한 모든 형틀 부속자재는 화물차에 실어 육지에서 가져오고 골조 작업을 위한 형틀공과 철근 배근을 위한 철근 공은 제주도 현지에서 인력을 수급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로폼과 외부 비계 설치를 위한 단관 파이프 등의 가설재도 제주에서 임대할 계획이었다. 이는 나와 약속한 공사 금액으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한 비용 절감 차원이었던 것이다. 새벽 배를 타고 온 김팀장과 송당리 현장에서 기쁨의 재회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하러 세화리 시내로 향했다. 식사를 하고 근처 카페에서 전체적인 현장 개요와 예정 공정표를 서로 확인하고 나서 김팀장은 내일 현장에서 다시 만날 약속과 함께 헤어졌다. 그렇게 김팀장은 자신이 머물 숙소도 구하고 형틀공과 철근 작업자를 만나기 위해 제주시로 떠난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어제저녁에 도착한 건축주와 일찌감치 돗자리, 막걸리를 챙겨서 송당리 현장으로 향했다. 건축 공사 기간 동안 무사 안전을 위한 간단한 고사를 지내기 위해서다. 과일과 떡, 북어포 등을 차려놓고 골조 김팀장과 건축주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서 안전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냈다. 따라놓은 막걸리는 건축주가 부지의 동서남북 모서리에 소망을 담아서 뿌렸다. 고사가 끝나고 김팀장과 함께 건축 터파기를 위한 수평 규준틀 작업을 진행하였다. 저번에 경계 측량 시에 표시한 경계점을 기준으로 전체적인 건물의 평면을 부지 위에 실을 띄우고 락카로 표시하는 작업이다. 건물의 기초 크기가 부지 위에 명확하게 표시되고 나니 안뜰 마당의 크기가 확실하게 가늠되었다. 건축주도 도면에서 보던 것보다 실제로 보니까 감이 잡힌다고 하였다. 전기팀도 어제 육지에서 도착하여 공사 시 사용하기 위한 임시 전력 인입 작업을 진행하고 안전검사도 받았다. 이제 공사 착공을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났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된다. 기초가 표시된 마당에 서서 바라보는 제주 먼바다 조망은 역시나 아름다웠다.


23년 12월 수평 규준틀 설치 작업 전경


이슬을 머금은 돌담 사이로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건축 터파기를 위한 06w 포크레인이 도착하고 골조 김팀장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메이리 친다. 띠띠띠 띠~~~ 하는 자동 수평 레벨기 소리도 들린다. 여기 좀 더 파고, 저기는 너무 낮으니 메우라고 연신 골조 김팀장의 입은 쉴 줄을 모른다. 드디어 건축 터파기가 시작되었다. 첫 삽을 뜨는 날이 12월 초였는데 낮 기온이 최고 20도까지 올라갔다. 건축 터파기는 기초를 만들기 위해 기초 두께만큼 땅을 파는 작업이다.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물은 기초다. 기초 콘크리트가 완성되기까지는 건축 터파기, 잡석 다지기, 비닐 깔기, 버림 콘크리트, 기초 먹매김, 바닥 단열재 설치, 기초 거푸집 설치 및 철근 배근, 설비, 전기 배관작업, 기초 콘크리트 타설의 순서로 작업이 진행된다. 건축주 분들이 기초 콘크리트 작업 과정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 잡석과 비닐을 기초 하부에 무엇 때문에 설치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잡석을 왜 깔아요?", "비닐을 까는 이유가 뭐죠?" 기초 공사 진행 중에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이유 없는 무덤은 없다고 잡석과 비닐을 까는 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그냥 도면에 표시된 데로 공사를 하면 되지만 이유를 알고 제대로 작업을 하자. 이제 그 이유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겠다. 제주도 송당리 현장의 경우 구조 단면도를 보면 기초 콘크리트 하부에 THK 200 잡석 다지기, THK 50 버림 콘크리트, THK 0.03 PE 필름 2겹, THK 65 단열재(가등급)를 설치하라고 표기되어 있다. 기초 터파기 완료 후 잡석을 20cm 두께로 포설하고 비닐을 까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초는 지표면 즉 기초 콘크리트는 그라운드 레벨(G.L)보다 아래에 설치된다. 따라서 우천이나 지하수에 의해 기초가 침수되거나 삼투압 현상에 의한 모관 상승고가 높아져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최대의 적인 물이 침투할 수 있다. 콘크리트 속으로 물이 침투하게 되면 기초 철근이 부식하게 되며, 강 알칼리성인 콘크리트가 그 성질을 점점 잃어가면서 중성화가 되어 간다. 이는 철근 콘크리트의 수명을 단축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초 콘크리트를 보호하여 안전성과 내구성 증대를 위해서 잡석과 비닐을 까는 것이다. 잡석 다짐에는 보통 40mm 크기의 골재를 깔아주는데 골재와 골재사이의 틈으로 물이 이동할 수 있게 투수층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그 위에 비닐을 깔아서 물이 기초 콘크리트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비닐은 버림 콘크리트 타설 시 수분이 지면으로 급격하게 스며드는 것을 방지해 강도 저하를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두 번째 이유는 기초의 집중 하중을 지면에 고르게 분산하는 데 있다. 포크레인 장비로 기초 터파기를 하게 되면 아무리 작업을 잘해도 바닥면이 울퉁불통하다. 그렇기 때문에 잡석을 깔아 다짐작업으로 평활도를 확보하여 일반적인 토질에 비해서 기초 집중 하중의 지표면으로 분산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23년 12월 기초 터파기 잡석 포설 작업 전경


결국 기초 콘크리트 하부에 잡석 다짐과 비닐을 까는 이유는 기초 콘크리트를 보호하고 구조적인 안전성과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비용과 시간을 아낄 심산으로 안일하게 작업하지 말고 제대로 시공하여 기초 콘크리트의 품질을 확보하기 바란다. 건축 터파기는 2일에 걸쳐서 완료되었다. 첫째 날은 기초 두께만큼 레벨 터파기를 완료하고 둘째 날은 터파기 할 때 나온 잉여 흙과 전석을 스카니아 덤프트럭으로 반출하였다. 문제는 기초 콘크리트 타설 후에 되메우기에 사용될 흙을 쌓아두는 것이었다. 현장에는 3*6 컨테이너와 철근 24 ton, 형틀 작업에 사용될 합판과 각재들이 들어와 있었다. 162평의 부지에 작업 동선을 고려한 기초 터파기 면적 약 80평, 현장 입구 20평을 제외하면 나머지 야적을 위한 면적은 60~70평 정도에 불과했다. 거기에 기초 되메우기를 위한 흙도 쌓아두어야 했다. 그래서 옆 부지의 돌담 경계면으로 현장 사무실용 컨테이너와 철근 형틀 자재등을 최대한 붙여서 적재하고 부지 중앙 부분에 흙을 쌓아놓았다. 현장 부지 중앙에 조그마한 산이 만들어진 것이다. 오후 늦게 잡석을 포설하고 다짐작업을 진행하였다. 다음날 아침 버림 콘크리트를 타설 하기 위해 펌프카가 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버림 콘크리트를 타설 하기로 한 당일날 강풍을 동반한 비가 아침부터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골조 김팀장은 우비를 입고 형틀 공과 함께 잡석 위에 비닐을 깔고 있었다. 오후에 비가 그친다는 날씨 예보를 확인하고는 버림 콘크리트 우천 강행 작업을 진행하였다. 


23년 12월 버림 콘크리트 타설 전경


도면상에 버림 콘크리트 강도는 180 kgf/cm2, 두께는 5cm였지만 송당리 현장은 버림 콘크리트 품질 확보를 위해서 210 kgf/cm2 강도와 두께 8cm로 타설 하였다. 버림 콘크리트는 말 그대로 해석하면 버리는 콘크리트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버림 콘크리트를 타설 하는 중요한 2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가 기초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먹매김 및 작업의 용이성 때문이다. 울퉁 불퉁한 흙바닥에서 기초 콘크리트 거푸집과 철근 배근 작업을 한다면 제대로 작업이 되기는커녕 정확한 기초 위치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기초 콘크리트의 품질 향상을 위해서이다. 버림 콘크리트를 타설함으로써 바닥의 정확한 수평이 확보된다. 기초 콘크리트의 정확한 두께와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먹매김 작업을 할 수 있으며, 거푸집과 철근 배근 작업에 대한 시공성이 향상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초 콘크리트가 품질이 확보되는 것이다. 버림 콘크리트 없이 흙바닥에서 작업한다고 생각해 보라.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아직도 개념 없이 작업하는 건축현장에는 버림 콘크리트를 타설 하지 않고 비닐만 깔고 기초 거푸집과 철근 배근을 하는 곳도 있다. 건물의 가장 중요한 기초 공사를 이렇게 진행하는데 나머지 공사가 잘될리는 만무하다. 제발 기본을 지키는 건축을 하자. 버림 콘크리트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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