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마라톤 10. 뉴욕으로 보스턴의 아쉬움을 달래다
보스턴 마라톤은 살면서 꼭 한 번은 경험해야 할 굉장한 대회이지만, 역시 심심한 도시임은 틀림없다. 우리는 대회를 마친 다음 날 찰스 강 주변 새벽 조깅을 마치고 아침 일찍 암트랙 기차를 이용해 뉴욕으로 이동하였다. 보스턴 숙소 근처인 사우스 스테이션을 출발해 뉴욕 모이니한 트레인홀 펜 스테이션으로 가는 기차였고 대략 4시간 소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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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도착하여 먼저 점심식사를 하였다. 맨해튼 BCD(북창동) 순두부찌개 식당. 뉴욕에서 웬 북창동 순두부냐 생각할 법 하지만, 입 안에 가득 펴지는 굴 향 등 너무 말도 안 될 정도로 맛있었다. 솔직히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더 좋았다. 해산물 식재료 천국인 동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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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이동하여 짐을 풀고 정리하였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우리 숙소는 맨해튼 이스트 강 건너편 롱아일랜드 7호선 버논-잭슨 역 근처였는데, 38층이라 강 건너편 맨해튼 마천루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와 경치가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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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로 다시 이동하여 간단히 둘러보고, 아이를 위한 디스펜서 선물을 위해 M&M 숍 방문, 함께 이동한 일행 분의 <나 홀로 집에> 시리즈 추억 탐방으로 플라자호텔과 센트럴파크 등 구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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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달렸던 뉴욕의 조깅 코스들
1. 롱아일랜드
숙소 바로 앞이 최고의 조깅 코스 중 하나였다. 남북으로 3km 정도 이어진 잘 정비된 산책로에서 이스트 강 맞은편 맨해튼의 스카이라인과 저 멀리 윌리엄스버그 브리지, 루스벨트 섬 등을 조망하며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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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센트럴파크
숙소에서 지하철로 이동하여 5th 에비뉴 등 하차하여 이동 후 조깅할 수 있는 코스. 딱히 설명이 필요 없는 뉴욕의 대표적인 러닝 코스인데 첫날 산책만 간단히 하였고, 다 같이 새벽 러닝을 계획했던 날에는 비가 내려 일부 일행들만 센트럴파크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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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허드슨야드 > 배터리파크, 허드슨 강변 산책로
숙소 앞에서 이용하는 7호선 라인의 종점인 허드슨 야드 역에서 이동하여 맨해튼 남쪽 배터리파크까지 이어지는 산책로 코스이다. 역에서 내려 뉴욕의 새로운 명물 중 하나인 베슬 Vessel과 하이라인파크를 지나 시작되는 코스로 많은 러너들이 이곳을 달리고 있었다. 다만, 하이라인파크는 길이 좁고 바닥면이 고르지 않기 때문에 러닝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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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루스벨트 섬
숙소에서 이스트 강변을 따라 북쪽으로 달린 후 뉴욕마라톤 코스와 겹치는 구간으로 다리를 건너 섬으로 이동할 수 있다. 뉴욕 다리들은 서울 한강과는 다르게 교각 중간 계단이나 승강기가 있는 구조가 아니라 대부분 다리 끝까지 이동하여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더 많은 거리를 뛰어야 해서 간단한(?) 조깅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루스벨트 섬은 그런 면에서 비교적 러닝을 통한 접근성이 좋은 섬이었다. 다만, 나는 먼저 귀국한 시점에서 다음 날 아침 나머지 일행 분들 일부가 달렸기 때문에 나 스스로는 직접 제대로 경험은 못한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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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뉴욕 트랙들
첫 번째 방문한 트랙은 윌리엄스버그 브리지 맨해튼 쪽에 위치한 존(욘) 린지 이스트리버 파크 트랙 John V. Lindsay East River Park Track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체육공원 느낌이었고, 주변 풍경과 트랙 상태 등 모두 마음에 들었다. 두 번째 방문한 트랙은 숙소에서 루스벨트 섬을 지나 북쪽으로 계속 달려 위치한 아스토리아 파크 트랙이다. 로버트케네디 브리지 바로 아래 위치한 공원의 트랙으로 우리나라 한강 공원에도 다리마다 이런 트랙을 설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다. 다만, 로버트케네디 브리지의 차량 통행량이 꽤 많아 소음이 심하고 매연 냄새가 발생되는 것은 단점이었다. 트랙 또한 다소 미끄러웠다(알파플라이 2 착용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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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즐길거리들
타임스퀘어, 록펠러센터, 써밋, 엠파이어스테이트, 베슬, 첼시마켓, 리틀아일랜드, 브루클린 브리지, 덤보, 월스트리트 황소상, 9/11 그라운드제로, 배터리파크, 자유의 여신상, 뉴욕공립도서관, 브라이언트파크, 센트럴파크 등 워낙 다양한 곳이 많아 글에서 하나하나 언급하는 것보다는 각자 SNS 블로그 구글맵 등 이용하여 찾아보며 본인 만의 코스를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 아무리 뉴욕에 명소가 많더라도 3~4일 정도면 웬만한 곳은 대부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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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계속 다시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핫플레이스 장소나 경치 때문만은 아니다. 미술관/박물관과 공연이 진짜 매력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짧은 일정 때문에 나의 경우는 이번에 현대미술관 MoMA만 방문하였다. 한층 당 하루씩 봐도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곳이었다. 짧은 일정과 시간으로 일부는 훑어볼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외부 음식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니 만약 다음에 가족과 함께 뉴욕 마라톤 등으로 다시 뉴욕을 찾게 된다면, 새벽 조깅 > 아침 식사 > 오전 MoMA > 점심 식사 > 오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저녁 식사 > 브로드웨이/카네기홀 공연 관람 이런 일정으로 3~4일 정도 보내는 것이 정말 좋겠다는 상상을 하였다. 디자인을 전공한 아내 또한 뉴욕의 미술관을 좋아한다. 다음에 함께 오면 아내도 그리고 아이도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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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저녁에는 일행 모두 다 같이 MJ 마이클잭슨 뮤지컬을 관람하였다. 최근 관심을 많이 받는 공연이라 시작 시간인 저녁 7시보다 훨씬 전부터 길고 긴 대기줄이 한 블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잭슨파이브 시절부터 마이클 잭슨 일대기를 대표곡과 함께 만든 공연이었다. 귀국하고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거의 매일 그때 들었던 Billie Jean과 Beat It을 수시로 듣고 있다. 꼭 MJ 공연이 아니라도 다른 많은 공연이 매일 진행되고 있는데, 미리 예매를 꼭 하지 않아도 당일 할인표 등 더 많은 공연을 여행 일정 매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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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먹을거리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답게 뉴욕에는 맛있는 음식과 식당 또한 많은데, 나의 경우는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물론 스테이크, 해산물, BBQ, 로컬 햄버거, 앞서 말했던 한식 등 이용했던 대부분의 식당과 레스토랑 음식 모두 맛은 있었지만, 환율과 물가 인상의 영향으로 가격 대비 효능감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맛은 있다. 하지만 이 가격에 굳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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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 깊어 나중에 뉴욕을 다시 찾을 때에도 재방문하고 싶은 곳은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 한 곳이다. 윌리엄스버그 브리지 근처에 위치해 있고, T본 스테이크 하우스니 물론 비싸다. 하지만 아깝지 않았다. 예약은 필수이고 일반적인 신용카드 결제는 어려워 보통의 외국 관광객들은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다시 기억해도 정말 맛있는 곳이다. 애피타이저인 빵과 토마토양파 슬라이스도 맛있었는데, 귀국하여 똑같은 생토마토와 양파를 이용해 흉내 내 집에서 먹어봤지만 따라갈 수 없었다. 우리나라와 식재료 품질 차이가 너무 크다. 심지어 음료로 마신 브루클린 라거 맥주 또한 너무 맛있었다. 완전 술을 끊기도 했지만 예전에도 나는 원래 맥주를, 특히 우리나라 브랜드 맥주를 좋아하지 않았다. 마치 소변 지린내가 나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좋아했던 건 블랑 같은 과일향이 나는 제품이거나 밀 맥주 등이었다. 술을 완전 끊은 지 몇 년 지났기 때문에 나로서는 매우 오랜만에 몸 안에 맥주가 들어왔던 것인데, 거부감 없이 호로록 단숨에 마시고 싶은 마음이었다. 메인 메뉴인 스테이크는 말할 것도 없다. 아내와 아이를 한국에 남겨두고 나 혼자 이걸 먹는다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 큰 죄책감이 들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맛. 뉴욕 마라톤에 참가하게 된다면, 그래서 가족과 함께 뉴욕을 다시 찾게 된다면 외식은(?) 피터루거에서 2~3일에 한 번씩 스테이크나 먹고 나머지는 웬만한 식당보다 만족도가 훨씬 높은, 식재료 직접 구입을 통한 아빠(남편)의 자가 요리로 해 먹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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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품질이 좋은 미국이라 홀푸드마켓, 푸드첼라, 트레이더조 등에서 장을 보고 직접 요리하는 것이 만족도가 높았다. 과일 채소 육고기와 해산물 그리고 우유 등 유제품까지 맛없는 것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마트 장 보기 이토록 즐겁다니. 미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유럽(지중해)도 식재료 천국이지만 동남아는 식당에서 먹는 것이 가격 대비 유리하고, 유럽은 요리를 너무 맛있게 해주는 곳이 많으니 장을 보고 직접 해 먹는 효용이 크지 않다. 미국은 식재료 품질은 우리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좋으면서 물가와 팁 문화 등으로 외식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직접 요리가 훨씬 효능감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