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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18. 2024

당신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2024년 11월 18일- 인생이 가벼워지는 비법

출근길, 오늘은 지하철 이슈로 인해 버스에 사람이 옴팡지게 많았다. 평소 40분이면 오는 거리가 1시간이 걸렸고, 평소 앉아서 오는 길이 일어서서 올 수밖에 없었다 보니 스트레스가 머리꼭지를 열어버렸다. 성을 죽이기 위해 눈을 감고 100을 셌다. 정말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을 떨치려 힘을 썼으나, 주위에 몰려드는 탑승객들에 생각이 파도를 쳤다. 저 회사를 때려치우기 위해선 저 회사가 다닐 가치가 없어져 그만두거나, 아니면 내가 잘리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러다 머릿속을 스쳐 간 질문 하나.

‘가치 있는 사람이 무엇일까?’

그저 사람이 많은 출근길이 버거웠을 뿐인데 여기까지 생각이 흘러감에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꽤 논해볼 만한 내용이라 오히려 좋았다. (아마도)


20대 중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의 친구들을 만나면 몇몇이 하는 얘기가 있다. ‘저 면접 떨어졌어요. 안될 건가 봐요. 사업이나 할까 봐요.’ 이유를 들어보면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주였다. 자신이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자기혐오가 더해지면 더 심한 자책에 빠진다. 사회 초년생만의 고민인가 했을 때 그것도 아니다. 언젠가 권고사직, 정리 해고를 받을 수 있다는 불안과 경제적으로 휘청이는 시대를 만날 때면 우리의 마음은 한없이 두려움에 시달린다. 정년이 되면 남은 시기에 어떤 사업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백수로서의 삶, 고민과 현실의 괴리감에서 허덕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나. 린치핀이 되지 않으면 끝장날 것이라는 고민에 밤잠을 허덕이던 나날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기사의 제목은 '가치란 무엇인가?'였다.


가치(Value)와 값어치(Worth)는 다르다고 적혀있었다. 플라톤이 정리한 가치에는 총 7가지 가치가 있으며, ①도덕적 가치(Ethical Value), ②법률적 가치(Judicial Value), ③종교적 가치(Religious Value), ④정치적 가치(Political Value), ⑤사회적 가치(Social Value), ⑥미적 가치(Aesthetic Value), ⑦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 이 중 7번을 값어치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값어치는 가치의 부분집합일 뿐이었던 것이다.


저 하나하나의 집합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아직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값어치가 없을 수는 있지만 한편으로 여러 가치 중 한 가지 이상은 분명 존재하기에, 가치를 논할 때 그 누구도 가치 없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현재 내가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동안 한 고민은 도덕적 가치를 높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 안에서 다른 가치를 발견해 내어 그것을 사회로 드넓은 세상으로 전달하고 또 그것이 경제적 가치로의 변환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속해 살아가는 이상 우리는 어떤 조직(사회)에 속해 적합한 가치를 증명해야만 하는 운명 속에 있다. 또한 그곳에서 우리의 시간과 재화를 교환한다. 최근 진행한 수능은 수험생이 자신의 대학 수학능력을 증명해 대학에서 배울 수 있다는 가치를 증명해 내는 시험인 것이다. 졸업하고는 포트폴리오, 지원서 등 우리는 해왔던 것들을 나열하며 발자취를 증명한다. 그리고 내용이 더 추가되거나, 경력이 늘어나거나 하는 식으로 가치를 더해간다. 그리고 새로운 회사에 가서 면접관 앞에서 브리핑하며 존재에 대해 어필한다. 내가 이 회사에 재화를 벌어들이고 존속시키는데 어떤 이바지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는 단서를 붙이곤 했다. 그러다 보니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것에 이어 그 기계가 누군가에 선택받지 못한 것으로 인해 존재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러자 무력감과 자기 비하는 날로 더 강해졌고, 압박감은 더 심해졌다.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이젠 더 못 하겠어.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대로 끝인가? 죽지 못해 산다는 게 이런 건가?' 어렸던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한편에 남았던 자존심으로 인해 괜찮은 척 더 할 수 있는 척을 해댔다. '저 아직 쓸만해요. 저를 택해주세요.'라고 거짓말을 하며.


돈 버는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서 살아남는 방법을 더 빨리 모색해야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약함이 만들어낸 절망감과 살아야 한다는 위급함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를 안내했다. 바뀐 것은 없었다. 다만 돈이 아닌 더 많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이 뜨였기에 다채로운 세상을 맞이한 것뿐. 그러니 각자가 있는 위치 그곳에서 눈을 돌려 값어치, 그 이상의 것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한다면 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진정으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아직도 더 많은 것들을 배워가야 한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우던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의 지혜를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의 재미를 느끼고 학습하는 시기를 맞이했다. 이 글을 마치며 나는 조금 더 깊이 있는 어른이 되어보고자 마음을 먹어본다. 아는 것만 많은 어른이 아닌 지혜가 많은 어른이 내게도 필요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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