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포르투의 랜드마크 "동루이스다리 & 모로정원"
캄파냐역에서 상벤투역으로 기차로 이동하길 잘했다.
환승하는 것이 번거롭거나 상벤투역과 숙소의 거리가 있는 경우, 우버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도 한다. 나는 숙소가 상벤투역 바로 앞이라 기차를 타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기차를 타고 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잠깐 보이는 기차 밖 풍경 때문이다.
기차를 조금 타다 보면 창 밖으로 비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나와 아내는 "우와.."라는 감탄사를 동시에 뱉었다. 창 밖으로는 아찔하게 깊은 계곡 사이로 도루강이 흐른다. 그리고 그 위로 포르투의 랜드마크인 동루이스다리를 비롯해 Ponte Infante Dom Henrique 다리가 보인다. 얇고 높고 긴 콘크리트 다리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름다운 교량이다. 다리 건너편 절벽에는 포르투 특유의 작은 건물이 아기자기 몰려있다. 절벽 아래쪽으로는 개미같이 작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짧은 순간에 포르투의 얼굴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었다.
이 경험은 서울 처음 갔을 때를 떠오르게 했다. 한강을 지나는 지하철을 탔는데 멀리 보이는 63 빌딩과 생각보다 50배는 컸던 한강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서울 사람들은 밖을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당시 나는 속으로 "우와"를 50번 정도 내뱉었다. 이날 우리를 비롯한 관광객들이 밖을 보고 사진을 찍기 바쁜 와중에 같이 탄 포르투갈 사람들 대부분은 밖을 쳐다보지 않았다.
포르투의 숙소는 Pestana Porto - A Brasileira로 잡았다.
Pestana 호텔은 이번에 처음 들어봤는데 세계적으로 제법 유명한 호텔 체인이었다. 내가 묵은 A Brasileira 지점은 5성급 호텔로 상벤투역과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상벤투역 앞쪽 공사로 인해 이동하는 동선이 편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마에 땀이 맺힐만할 때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이곳이 도심 한복판이다 보니 어딜 여행하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그제큐티브 더블룸으로 예약했다. 아고다에서 제공하는 룸 컨디션에는 면적이 크지 않게 나오는데, 실제로는 넓고 쾌적하다. 정확한 룸 컨디션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고다 등 호텔 예약 사이트보다 공식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또 가격도 더 저렴하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호텔 가격은 비행기표처럼 매일같이 변한다. 나는 비수기라서 그런지 가격이 날이 지날수록 낮아졌다. 나는 취소 수수료가 없는 요금으로 예약하고 가격이 낮아질 때마다 다시 예약했다. 덕분에 1박당 20만 원 초반대로 이 호텔에서 묵을 수 있었다.
포르투의 랜드마크, 동루이스 다리로 향했다.
숙소에서 큰길을 따라 그냥 직진만 하면 됐다. 거리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반짝였다. 구경하며 길을 걷다 보니 어느덧 동루이스 다리에 도착했다. 우리는 모로 정원을 가기 위해 동루이스 다리 위쪽으로 건넜다. 동루이스 다리 위쪽은 지하철이 다고, 아래쪽은 자동차가 다닌다.
위쪽 교량의 특이한 점은 지하철길과 인도의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띄엄띄엄 세워진 볼라드가 지하철로부터 안전한 범위를 알려주고 있기만 했다. 지하철에 없을 때는 사람이 다리 전체 구역을 차지하며 걷다가 지하철이 오면 사람이 옆으로 피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근데 이 배차간격이 생각보다 짧아서 주기적으로 피해야 한다. 한국이라면 상상하지도 못할 시스템이다.
다리는 직접 올라와보니 엄청나게 높았다. 게다가 조금씩 흔들렸다. 그래서 끝에 다다랐을 땐 약간 멀미가 났다. 다 건너고 나니 동루이스 다리에 이어 내 다리마저 떨렸다. 건너기에는 편한 다리가 아님이 분명했다. 하지만 다리를 건너 모로 정원에 앉아보니 힘들게 다리를 건너온 보람이 느껴졌다.
입안을 가득 채운 에그타르트와 포르투와인, 눈앞에 펼쳐진 포르투 도시와 노을, 귓가에 흐르는 감미로운 버스킹은 왜 많은 사람들이 포르투를 인생 여행지로 꼽는지를 오감으로 설명해 줬다.
포르투는 낭만의 도시가 맞다.
흐린 날씨임에도 경관은 최고였다. 모로 정원은 일몰시간이 다가와서인지 사람이 많았고, 모로 정원에서의 풍경은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우리는 오는 길에 사 온 에그타르트를 꺼내 먹으며 조용히 포르투의 노을을 감상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그들은 각자 소중한 사람 옆에서 눈으로는 노을을 보고, 입으로는 포르투 와인을 마시며, 귀로는 감미로운 버스킹 음악을 듣고 있었다. 여기가 바로, 한번 오면 평생 잊지 못한다는 낭만의 도시 포르투였다.
랜드마크는 도시의 얼굴이다.
도시를 이루는 사람과 교통이 혈액이자 신경세포라면 도로와 상하수도는 혈관이며, 주택과 건물은 도시의 몸통이고 랜드마크는 도시의 얼굴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의 얼굴을 보러 찾아온다. 그래서 그 앞은 늘 북적인다.
또 랜드마크는 도시의 명함이다.
도시를 찾은 방문객들은 랜드마크 앞에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며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알린다. 별도의 설명은 필요 없다. 랜드마크 사진 한 장이면 충분하다.
저녁 식사를 위해 원지가 지구마블에서 갔던 Tapabento로 향했다.
7시에 저녁 오픈인데, 6시 40분쯤 가니 웨이팅 없이 들어갔다. 다만 예약하면 훨씬 편할 것 같다. 예약자들을 우선 들여보내줬다.(알아보니 예약은 전화예약만 된다고 한다.) 음식은 아시안과 포르투갈 음식 등 세계적 메뉴가 다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 메뉴판도 있었다. 또 미디어의 힘 덕분인지 한국인들이 굉장히 많았다. 포르투 전통 음식을 먹고 싶었던 아쉬운 마음을 포르투 와인으로 달래고자 가장 작은 사이즈인 2cl을 시켰다. ml가 아닌 cl이라 단위를 헷갈렸다. 게다가 가격도 8유로라 적어도 200ml 정도는 되는 줄 알았다. 2cl이 20ml인 것은 서빙된 잔을 보고 알았다. 약 0.3모금 정도 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와인을 시킬 때는 용량을 꼭 확인하고 시키길 바란다.
메뉴는 새우 리소토와 해물탕을 시켰다.
사실 지구마블에서 원지가 여기 식당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포르투갈 여행을 결정한 것도 있었는데, 기가 막히게 맛있지는 않았다. 물론 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현지 가이드도 여기는 포르투를 대표하는 맛집이라고 했으니 나의 의견은 참고만 하길 바란다. 아 그리고 직원들은 아주 친절했다.
이날 포르투는 독립기념일 전야제로 떠들썩했다.
비수기인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을까 의아했는데 이날 독립기념일 전야제가 열렸다. 공연 음악소리와 폭죽으로 도시는 북적이며 활기찼다. 숙소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클럽이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까지 술 취한 젊은이들의 유흥이 멈추지 않았고 있었다.
포르투 도시가 작다고는 하지만 이날 하루 2만보를 걸었다.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기절했다. 이틀 같은 하루였다.
(여행 팁 ★)
캄파냐역에서 환승하는 것이 걱정인 분들께.
리스본에서 포르투 가는 기차를 탔다. 리스본 산타아폴로니아역에서 포르투 상벤투역까지 직행 기차는 없다. 포르투 캄파냐역에서 환승해야 한다.
예약 사이트에서 산타아폴로니아역에서 상벤투역까지 가는 기차표를 끊으면 자동으로 환승 티켓까지 발행된다. 단 캄파냐에서 상벤투역까지 가는 기차 시간은 선택할 수 없고, 자동으로 환승시간이 정해지는데 이 시간이 대부분 짧다.(실제 나는 환승 시간이 10분도 안 됐다.) 포르투갈의 환승 시스템도 모르는 상태에서 제시간에 환승을 환승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이날 기차가 지연돼서 예정보다 30분 늦게 캄파냐역에 도착했음에도 환승을 잘해서 상벤투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실제 경험해 보니 캄파냐역 환승은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환승이 쉽다.(용산역 환승과 비슷하다.)
1. 가까운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으로 내려간다.
2. 통로 전광판에서 sao bento행 플랫폼을 찾는다.
3. 전광판에 나온 플랫폼으로 올라간다.(끝)
* 같이 기차를 타고 온 한국인을 따라가도 된다.
두 번째, 다음 기차를 타도 된다.
캄파냐에서 상벤투역으로 가는 기차는 도시철도다. 그래서 시간을 맞춰 지정된 좌석에 타지 않아도 된다. 상벤투에서 캄파냐에서 오는 기차도 마찬가지다. 즉, 예매 티켓에 써진 기차 시간은 무시해도 된다. 표검사를 하는 분께 예매한 티켓을 보여드리면 시간에 상관없이 "오브리가도"하고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