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과제 편
모둠별 협동 과제
모둠별로 협동해서 무언가 작품을 완성해 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1학년은 책상을 돌리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요즘 학교 책상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지만, 1학년 아이들은 다리가 짧아서 최저 높이에서도 의자에 앉은 채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가뜩이나 무거운 책상에 서랍도 가득 차있고, 커다란 책가방도 걸려있는 상태여서 겨우 90도 돌려서 ‘모둠 대형’으로 만드는 것도 낑낑대며 어려워한다. 그래서 함께 나누어 쓰거나 협동해서 큰 책상을 써야 하는 경우는 차라리 바닥으로 내려가 엎드려하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색종이를 한 묶음 통째로 받아 나눠 가지는 것, 물감을 가운데 놓고 넷이서 골고루 쓰는 것도 1학년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각자 개인 색연필과 사인펜을 꺼내어 활동하는 시간이 많은데, 그마저도 학교에서 입학식 때 나누어준 12색~24색이라는 규격 안에 맞추어져 있다. 간혹 집에서 48색이나 96색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는데, 잘 말해서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금색도 있어!” “나는 형광색도 있어!” 하는 자랑과 함께 그것을 빌려 쓰고 싶은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교실에는 대혼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대로 두면 다음날 너나 할 것 없이 집에서 더 많은 색상을 가지고 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책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십 가지 색상의 채색도구로 인해 종이를 펼 자리가 없거나 바닥에 떨어뜨려 아끼던 색연필이 쏟아지는 등 각종 불편함이 야기된다.
어쩌다 모둠 대형이 꼭 필요한 경우, 내가 도와주어서 책상을 돌린 다음에는 한동안 그 상태로 다른 수업도 진행하곤 했다. 일과 중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릴 시간과 에너지가 없어서 아이들이 하교한 후에 혼자서 책상을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고 난 후에는 급히 서랍에서 간식을 꺼내어 당을 충전해야 한다.
6학년은 ‘모둠대형으로 만드세요’라는 말에 금방 뚝딱하고 책상을 돌려 만들어낸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물감이나 물통은 가운데 놓고 써도 큰 어려움 없이 함께 쓸 수 있고, 자료실에서 빌려온 24색 유성매직세트 같은 것을 4인 1조로 쓰는 것도 능숙하다. 내가 빨간색이 필요한데, 다른 아이가 쓰고 있으면 잠시 다른 색을 먼저 칠하며 기다릴 수도 있다. 1학년은 빨간색만 하염없이 기다리며 울상을 짓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친구가 빨리 칠하지 않는다고 이르거나 다툼이 시작되는 것도 주로 1학년이지, 6학년은 그런 사소한 일로 크게 다투지는 않는다. 모둠별로 해서 내야 하는 결과물을 뚝딱 만들어 제출하고 나면 온갖 수다를 떠느라 시끌벅적해지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리세요’ 하면 금방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도 6학년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어느 학년이든 협동해서 해야 하는 과제에 무임승차하는 아이들은 있게 마련이다.
6학년의 경우에 행동이 느리거나 어느 정도 배움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면 모둠에 있는 착하고 리더십 있는 아이들이 이끌어주기도 한다. 1학년은 똘똘한 아이들이 있을지는 몰라도, 뒤처지는 아이들을 챙겨가면서까지 협동과제를 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럴 땐 교사가 조금 더 섬세하게 해당 모둠에 가서 빈자리를 채워주어 ‘느린 아이’가 미움받지 않게 신경 써주면 좋다. 다만, 친구가 조금 뒤처진다고 “너는 하지 마! 빠져!”라고 말하거나 소외시키지 않도록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에 관한 것은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친구들에게 계속 미움받는다는 생각이 들면,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화를 내며 토라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도 저학년에는 종종 있다. 누적된 서운함이 고착되어 타인과 함께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 작은 성취부터 이뤄낼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어른들이 애정 어린 관심을 주어야 한다.
“선생님, 얘는 아무것도 안 해요!”라는 투덜거림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의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친구를 다독여서 작은 역할이라도 부여하고, 내가 더 하는 것은 나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이 점점 더 멋진 리더로 성장하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