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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 Oct 24. 2024

사랑과 진로. 운명의 상대를 찾아서

2부. 진로와 사랑의 공통점

#6. 사랑과 진로. 운명의 상대를 찾아서


 운명적인 사랑을 꿈꿨던 적이 있었다. 첫 눈에 이 사람이다라고 느끼는 사랑. 노력하지 않아도 계속 마주치게 되는 사랑. 때문에 애써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건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과연 그런 마음으로 진짜 나의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물론 사랑에도 운과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지만, 결국 사랑에도 노력은 필요하다. 우연치 않게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을 완벽하게 준비된 내가 만날 가능성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대학교를 졸업 한 후에 만나게 되는 사회에서, 인간관계란 그냥 주어지는 재화가 아니었다.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고, 적극적으로 소개를 받아야하고, 외모 뿐만 아니라 나의 내면을 가꾸고 돌봐야 했다.


 늘 만나던 사람들과 교류를 했던 틀에서 벗어나, 태어나 처음으로 낯선 사람들이 모여있는 소모임에 나갔던 날을 기억한다. 다른 건 몰라도 글쓰기와 말하기 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내 인생이 한 번에 무너져내렸던 순간이었다.


 나를 어떻게든 포장해서 소개하는 것까지는 해냈으나, 자연스럽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 속에서 무슨 농담을 해야하는지 언제 치고 빠져야하는지 감도 잡지 못하고 은은한 미소만을 띄우며 자리에 앉아있던 기억이 난다.


 뚝딱거리는 나를 견뎌가며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농담을 건네고 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고, 애써 꾸며낸 내 모습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나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을 때 정말 원하던 만남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진로에서도 비슷한 오류를 범했었다. 천직이란, 내가 별다르게 노력하지 않아도 나에게 주어지는거라고 생각을 했다. TV에 나오는 수많은 천재들처럼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서 나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적은 노력으로도 높은 성취를 이뤄내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믿었다.


 다시 말해 나는 일에서도 막연한 운명만을 쫓았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딱 나에게 맞는 한 번에 ‘이거다’ 싶은 일을 찾고 싶어한다. 마치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옆자리 사람과 말이 잘 통했고, 알고보니 사는 지역이 같았고, 취미까지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 나 역시 같았다.



 연극이라는 가슴 뛰는 대상을 만났으면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큰 노력을 하지 않았다. 입시 역시도 혼자 습작을 하며, 그 어떤 도움 없이 해내는 것이 진짜 나의 실력이고 그것이 진짜 예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믿었다.


  지금 나는 그때의 내가 얼마나 오만하고 어렸는지를 알고있다.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면, 원하는 대학원에 가고 싶었다면, 나는 더 열심히 설명회를 다니고 작법서를 공부하고 필요하다면 내가 들을 수 있는 강의들을 수강하며 나의 한계를 발견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그때의 나는 운명적인 순간들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첫눈에 반한 순간을 뛰어넘는 운명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진로상담 장면에서 만나는 많은 내담자들 역시, 진로에서의 운명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정말 내 마음에 한번에 드는 일을 찾기 위해 아무것도 시작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정말 많은 시도를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금방 그만둬버리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심장을 베어낼듯한 강렬한 끌림에서 시작하지 않듯, 진로 역시도 처음부터 내 마음을 뺏어가는 끌림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점점 알아갈수록 더 사랑스럽고, 서로에게 익숙해질수록 나에게 더 맞아가는 사랑이 있듯이, 점점 배워갈수록 흥미가 들고, 손에 익어갈수록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는 더 많이 존재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나의 운명을 찾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노력하지 않아도 나에게 그 운명이 손에 잡힐거라는 믿음. 그 두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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