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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다 2

by 흰돌

얼마 전에 학교에서 시행했던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의 결과가 우편으로 도착했다.

열어보니 뜨악한다.

관심군이 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서행동특성의 점수가 만점에 가깝고 우선 관리군에 들어간단다.


내가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지.


우리 아이가 이 정도였단 말인가.

내가 너무 박하게 점수를 준 것일까.


매년 학교에서는 이 검사가 이루어지고 관심군에 드는 점수가 나오면 우선 학부모님께 다시 연락을 드린다.

이럴 경우 관심군에 들어가니 다시 검사지를 체크하실지를 묻는 것이다.

관심군에 들어가게 되면 학교에서도 정기적인 상담이 의무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추가적인 검사나 상담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관심군에 든 아이들과 수많은 상담을 해 왔지만 내 아이가 우선 관리군에 들어간다니.

무언가 망연자실하게 된다.

상담 선생님께 모든 걸 오픈했고 위센터에도 연결해 달라고 한 건 나였지만 이 정도의 심각한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내 생일을 기념해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구입해 축하 노래를 부르고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평소 케이크 킬러였던 아이가 먹지 않겠단다.

우리는 순간 당황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유가 더 황당하다.

자기는 케이크보다 타르트가 더 맛있단다.


5월 초 아이의 생일날, 케이크 대신 타르트 맛집에서 타르트를 두 조각 사서 생일을 축하했다.

그때 아빠는 자기는 케이크보다는 타르트가 맛있다며 연신 강조했었다.


그것이 아이의 머리에 세뇌가 된 것일까.

나는 순간 아이가 인지왜곡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자기의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 선생님의 말씀을 마치 경전에 쓰인 것처럼 맹신하던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와 반대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수용하지 못하고 너무나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경우도 잦다.


그 순간, 아 내가 알아야겠다.

내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이해하고자 상담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1년을 휴학하고 있어서 그저 센터에만 의존하고 있던 나였다.

유튜브에서 전문의의 영상을 보거나 책도 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직접 책을 구입하고 집에서 아이에게 체계적으로 적용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저 아이는 왜 저럴까 하고 한탄만 해왔다. 그저 전문가에게만 맡기고 거기에만 의존하려고 했다.

나는 adhd 관련 책과 인지행동치료 워크북들을 검색하고 구입을 했다.


앞 글에서 언급했던 미술수업 전문가가 말한 것처럼 부모가 함께 해야 치료의 효과도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adhd가 어떤 질환인지를 내가 먼저 이해하기로 했다.

그리고 워크북 등으로 집에서 직접 내 아이와 함께 배우고자 한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이제야 바른 길에 올라 선 기분이다.


어린이날 이후로 아이가 학교나 집에서도 무난히 지내고 있다.

가끔 떼가 올라오긴 하지만 이전만큼의 강도로는 올라오지 않고 있다.


나는 이 순간을 지속하고 싶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아이를 자극시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럴 조짐이 보이면 주의를 환기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노력 덕분일 거라 믿고 있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 더 알아야겠다.


그래서 책에서 도움이 될만한 부분을 정리해 보았다.


마치 용한 점집에서 점을 것처럼, 뼈 때리는 문장들은 오히려 위로와 안도감을 준다.

앞으로 이런 책들이 육아에 있어 나에게 경전이자 잠언집이 될 것이다.

도를 닦는 마음으로, 수행자의 마음으로 읽고 또 읽어 머리와 가슴에 새기고 체화가 되도록.


무엇을 잘못했는지 의문을 가지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이 특별한 아이에게 맞는 가장 최선의 양육 방법을 배워라.
ADHD를 완전히 낫게 하는 치료 방법도 없다. 고치거나 치료법을 찾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지 말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라.
해결책은 부모님의 양육 방식에 달려있다.
목표는 자녀가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이 잘 돌아가는 일이 좀 더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잘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강점 중심의 접근을 하라.
자녀를 바꾸기보다는 환경과 스케줄을 바꿔라.
또래에 비해 다양한 영역에서 2~3년 뒤처지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늦게 찾아올 뿐이다.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은 매시간마다 달라진다.
어제 잘했다고 오늘을 기대하지 말고 '과도할 정도'의 인내심을 가져라.
먼저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ADHD 치료의 본질은 반복이다.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해 주는 것은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없게 만든다.
자녀를 과보호한다고 비판하는 소리에 흔들리지 마라. 추가적인 도움과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녀가 잘되도록 돕는 것과 자녀의 독립성을 방해하는 것을 잘 구분하라.
행동의 결과를 경험하게 도와주되 너무 멀리 보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
자녀가 지식은 있으나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것일 수 있다.
단기적 목표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삶을 살아가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놓치지 마라.
자녀 인생의 성공이나 실패를 부모로서 자신과 분리하여 생각하라.
실패는 분별력을 배우는 기회다.
ADHD가 절대 변명이나 핑계는 될 수 없다.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방어적으로 대처하지 마라.
상대방에게 부적절하게 행동했다면 정중하고 구체적으로 사과하라.
지지와 수용, 이해를 바란다면 상황을 조금 공개하라. 당신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알려라.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부모들을 찾아라.
부모님의 친구나 친지 등 어른들의 만남에 자녀와 함께하지 마라.
자녀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정해 두어라.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더욱 인내심을 가지고 자녀를 대할 수 있다.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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