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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규 Sep 28. 2024

3-5. 행정사는 민원 해결사

민원 해결 달인

살다 보면 행정관청에 볼 일이 많습니다. 사업 관련 등록을 하거나, 인허가를 내고자 할 때 우리는 행정기관을 찾습니다. 집을 짓거나 증축을 할 때도 행정기관을 만납니다. 교통사고 생겼을 때, 아이가 학교폭력 관련자가 되었을 때 등등 행정기관을 접촉할 일이 많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여러 관청을 찾지만, 목적은 결국 민원해결입니다. 일반 민원인이 관청을 상대로 이해관계를 관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민등록 등본을 떼는 일 정도는 직접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업정지 등 복잡한 문제일 때는 비전문가인 주민 혼자서 일처리를 하기 어렵습니다. 


민원 경험이 많거나 기질이 강한 민원인은 행정관청 공무원에게 기가 안 질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개의 민원인은 공무원에게 기가 죽습니다. 마치 의사 앞에서 공손해지듯 말입니다. 


민원이 있어서 관청을 가도 사무실 들어가기 부담스러워합니다. 어렵게 용기를 내서 들어가 봐도 사무실에 앉아있는 공무원은 쳐다도 안 봅니다. 누구에게 말을 걸어볼까 두리번거려도 아무도 고개도 들지 않습니다. 


끝에 앉아 있는 젊은 주무관에게 "영업허가 업무 때문에 왔는데요" 말을 걸어봅니다. 젊은 주무관은 고개도 안 들고 "저 안쪽으로 가세요" 합니다. 


저 안쪽이 어딘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서 또 물어봅니다. "영업허가 업무 때문에 왔는데요". 그제야 담당자를 만나게 됩니다. 


궁금한 건 태산 같은데 공무원은 바쁜 눈치입니다. 하기야 기본적으로 할 일이 있겠죠. 아주 짧게 사무적으로 안내하고는 마무리 짓습니다. 일어서서 몇 마디 더 물어보지만, 궁금한 것에 비하면 알아낸 게 너무 적습니다. 


남의 사무실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일단 물러납니다. 그래도 궁금한 게 해결되지 않았기에 고민 끝에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를 합니다. 그러나 담당자는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영업허가를 받으려고 했는데 불허가 되었다면 민원인은 속이 탑니다. 금전적 손실이 큽니다. 물러설 수가 없습니다. 


다시 사무실을 찾아갑니다. 영업허가가 안 나오는 이유를 또 물어봅니다. 담당공무원의 말투에 짜증이 섞여 나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위생관리법 위반이에요".


그 법의 내용이 뭔지 모르지만, 법을 언급하니 물러납니다. 참으로 답답한 현실입니다. 


이렇게 포기하는 민원이 적지 않습니다. 법의 내용을 연구하고, 판례를 찾아서 민원인에게 유리한 케이스를 찾고 행정적으로, 법리적으로 따질 수 있지만, 대개의 민원인이 그런 단계까지 따지기는 어렵습니다. 


이래서 행정사가 필요합니다. 공무원을 상대로 민원인의 이해를 관철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이 있는 행정사가 요구됩니다. 


법률분야 자격증은 행정사 외에도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회계사, 노무사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른 전문가는 비교적 알지만, 행정사는 잘 모릅니다. 행정사 제도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렇습니다. 행정사 시험 제도는 2013년 1회 배출 이후 현재 11회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이외에 공무원 퇴직자에게도 자격증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예전보다 공무원 퇴직자에 대한 우대는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이제는 일부 시험 면제 정도 수준으로 우대가 적어졌습니다.      


일본은 행정사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 비슷하게 흘러가는 경향이 있으니, 행정사도 일본처럼 활성화될 것입니다. 


은퇴 후 행정사를 시작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나이 먹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부담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놀 수는 없어서 도전했습니다. 


지금은 그때 도전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한 덕분에 나갈 사무실이 있고, 할 일이 생겼습니다. 큰돈 안 들이고, 적지만 돈도 벌고... 사무실 유지비 이상만 벌으면 일단은 성공이라고 판단합니다. 그것 보다 더 벌면 감사하고요. 물론 월급 이상 벌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죠.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 있겠죠. 


70대 중반까지, 즉 몸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노후 시기 가지 할 일을 갖는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아무 것도 안 하면 무료할 것입니다.  



인생의 마지막 단계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여정이다

- 헨리 밀러 (미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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