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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생 Mar 17. 2022

제주는 돌담과 돌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제주 건축 문화 기행

W 제주는 화산의 폭발로 용암이 분출되어 만들어진 화산암들이 넘쳐났고, 예로부터 자연에 순응하며 살던 제주인 들은 그 돌로 집 밭담을 만들고, 제주 곳곳에 소식을 전하던 연대 등을 건축했다.     


 이런 제주 옛 전통 돌집의 지붕은 초가이다.

하지만 육지의 초가집은 볏짚을 사용다면, 제주도는 벼농사를 짓지 않아 바람에 잘 견디고 습기에 강한 ‘띠’라는 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표선 민속촌 초가집

 그리고 따뜻한 제주의 초가집은 방마다 구들을 넣지 않 특징 있다고 한다.     


 이런 제주의 전통 주택은 표선의 제주 민속촌과 성읍 민속마을에 가면 쉽볼 수 있고 여행 중 한 번쯤은 다녀올 법하다.     


 우리는 이렇게 제주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역사 시간을 통해 배운 데로 은연중 돌담과 돌집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1950년 6.25 때 많은 피난민이 제주로 몰려왔을 당시 부족한 주택을 해결하기 위해 피난민 주택이 생겨났고, 이후 정부의 정책에 따라 후생주택이라는 형태의 집도 있었지만 피난민 주택은 대부분 사라지고 후생주택 제주시 삼도2동에 일부 남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성이시돌 목장의 ‘테쉬폰(ctesi phon)’이라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또 다른 형태의 이국적인 주택의 모습도 그 이후 생겨다.     


 1960년대에 민간을 통해 제주에 보급된 이 집은 이라크의 오래전 수도 'Cteshphon'이라는 지역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하며 맥그린치 신부가 고향인 아일랜드에서 건축기술을 배워와 이시돌 주택을 지은 것이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성이시돌 목장의 테쉬폰

 곡선형으로 연결되어 쇠사슬 형태의 구조로 합판을 휘어 지붕과 벽체 틀을 만들고 겉에 억새와 시멘트를 덧발라 만든 건축형태이다.     


 내부에 기둥이 없어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고, 바람이 많은 제주에 적합한 형태의 건축이었다.     


 국내의 다른 지역에도 대한주택공사가 시험 추진하려 서울의 구로와 수유리에 시험 삼아 몇 호 만들어 보았지만 무산되고 지금까지 그 형태가 남아 있는 것은 제주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와 같이 제주의 상황에 맞아떨어지는 이시돌 주택의 장점을 살려 제주에서는 축사나 사료공장, 군용 막사, 교회 건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림의 협재 성당도 테쉬폰 형태의 건축물이었다고 하며 현재는 일부만 남아 보존되어 있다.     


 이렇게 제주에는 돌로 만든 주택만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근현대기로 들어서며 건축에도 많은 변화 생겨났다.     




제주 여행 10번째 tip     

- 건축을 테마로 한 여행 -


 나는 대학시절 건축을 전공하였다.

앞선 8화에서 이야기했듯이 나의 관심 분야에 따라 제주 건축기행을 해보고 싶다 생각을 하던 중 우연히 정방폭포 주차장에 있는 건축문화기행 안내판을 보게 되었다.     


 몇몇 정보는 그전에도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또 하나의 테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건축학도였던 나로 하여금 설렘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대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간 건축문화기행     


안도 다다오

오사카 출생으로 세계 3대 건축 거장이다.

그가 이곳 제주에 설계한 건축물은 현대가의 의뢰로 만들어진 본태박물관과 섭지코지의 유민 미술관, 글라스 하우스가 있다.     


 나는 먼저 집 가까이에 있는 본태박물관찾았다.     


 지형에 순응한 본태박물관은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의 간결한 조화로 단순한 느낌이다.     

본태박물관 전경

 물과 빛의 조화를 이루며 자연을 건축에 담은 듯했고 경사진 대지의 모습에 순응하며 공간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건물과 마당을 적절히 배치했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모형과 드로잉

 주 출입 동선에서 만나는 노출 콘크리트와 담장은

한쪽은 높고 한쪽은 개방되어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산책로의 느낌은 다양한 공간감을 주는데 충분했다.     

1전시관으로 가는 주 출입구 끝에 보이는 산방산

 그 시선의 끝에 보이는 산방산은 건축의 세로축으로서 역할을 하며 열린 공간이었다면 그 끝에서 꺾어지면 만나는 기다란 물의 정원은 건축물의 가로축으로 느껴지며 다소 폐쇄적인 외부공간에 하늘의 창을 열어 물에 그 하늘을 담은 또 하나의 작품이었다.     

1전시관으로 가는 길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뒤를 돌아보니 다시 보이는 산방산과 1전시관으로 가는 동선의 건물 벽 사이 좁은 폭 안에 들어온 산방산은 또 하나의 액자가 되어 건축에 산방산을 담은 듯했다.     

옥상오르는 계단(좌), 1 전시관 가는 동선(우)

 이렇게 본태 박물관은 이름이 뜻하데로 자연에 순응하며 현대 미술을 박물관에 담은 듯하다.



유민 미술관과 글라스 하우스


 제주의 가장 동쪽 성산지역은 나의 기준에는 조금 거리가 있어, 하루 마음 먹고 이곳 유민 미술관과 글라스 하우스를 찾았다.     

섭지코지 해안

 섭지코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깎아지른 절벽과 바다, 언덕 위 넓은 초지의 수려한 풍광에 가슴은 환하게 열리고 눈은 휘둥그레진다.    

 

대지에 묻힌 유민 미술관

 그런 섭지코지 해안 대지의 지형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땅속으로 자리 잡은 건축물 유민 미술관은 건축가가 얼마나 자연을 미술관에 담으려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고, 런 이유로 처음 도착해서 잠시 미술관이 어디인지 찾지 못해 어리둥절함을 느끼기도 했다.     

유민 미술관 입구

 미술관은 제주의 물, 바람, 빛, 소리를 건축물에 담아 공간을 연출하였고 섭지코지 자연의 모습을 형상화해 설계하였다고 한다.     

전시관 입구 수변 공간

 안도 다다오가 주로 많이 사용하는 노출 콘크리트의 무미건조한 선과  열려 있는 프레임에 자연을 담아 하나의 미술품으로 만들어내 사시사철 변하는 살아 있는 미술관이 되는 듯하다.     

노출콘크리트와 자연의 조화

 수변공간을 지나 만난 구조물의 사각 프레임에 담겨 있는 성산 일출봉은 이곳 유민 미술관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술관 입구에서 본 성산 일출봉

 실내에서는 원과, 곡선, 선과 면이 만나 다양한 공간을 연출하였고 안도 다다오 특유의 미로 같은 동선은 다채로운 작품들을 공간으로 분리하여 다양한 전시 공간으로 만들어 냈다.     

 이렇게 다채롭게 분리된 공간은 1890년대부터 약 20년간 유럽 전역에서 일어났던 공예 디자인 운동인 아르누보의 유리공예 작품을 다양한 주제로 전시하고 있었다.     


 미술관을 나와 바로 옆의 글라스하우스로 향했다.

이곳 섭지코지 해안의 유민 미술관과 글라스 하우스, 휘닉스 제주, 아쿠아 플라넷 등은 모두 한화 그룹의 소유로 글라스 하우스에는 여행객을 위한 카페와 전망대가 있다.     

성산일출봉과 글라스 하우스

 섭지코지 해안 끝자락에 위치한 글라스 하우스는 성산일출봉을 향해 두 팔을 벌려 뜨는 태양의 기운을 한껏 품어 안은 건축물 같다.

글라스 하우스



    

이타미 준을 제주에서 만나다.     


 이타미 준은 일제강점기에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 건축가로 본명은 유동룡이다.      


 미술가로도 활동한 이타미 준은 2005년 프랑스 예술훈장 슈발리에와 레지옹 도뇌르 훈장, 2006년 한국의 김수근 건축상, 2008년 한국 건축문화대상 우수상, 2010년 일본 최고의 건축 상인 무라노 도고상을 수상 하는 등 주요국의 건축 상을 다수 수상한 세계적 건축가이다.     


 그의 작품이 제주에 여러 군데 있어 나는 그를 만나러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지인들 제주 방문할 때마다 집 가까이 있어 자주 들렀던 방주교회를 이번에는 건축기행이라는 테마로 다시 찾아가 보았다.     

방주교회

 방주교회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성서의 이야기를 우선 알고 본다면 좀 더 도움이 될까 싶어 검색 창에 노아의 방주를 찾아보았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이야기(출처 : 두산백과)     

모든 사람들이 타락한 생활에 빠져 있어 하느님이 홍수로 심판하려 할 때 홀로 바르게 살던 노아는 하느님의 특별한 계시로 홍수가 올 것을 미리 알게 되어 120년에 걸쳐 3층으로 된 방주를 만들어 8명의 가족과, 한 쌍씩의 동물을 데리고 방주에 탄다.


 모든 생물이 멸종하고 말지만 이방주에 탔던 노아의 가족과 동물들은 살아남았다고 한다.


 노아라는 말은 헤브라이어로 ‘휴식’이라는 뜻인데, 노아는 신앙의 모범, 방주는 신자의 단체인 교회, 대홍수는 하느님의 심판을 상징한다고 한다.     


 방주교회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한 건축물로 주변의 물은 성서의 대홍수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다른 한편으로는 방주(교회) 주변은 고요하고 평온함을 상징하는 것인지 그 의도를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잔잔한 물 위에 떠 있는 방주(교회)는 신도들이 하느님을 찬송하고 그 말씀을 의심하지 않으며 하느님의 심판에 믿음만이 살길이라는 종교적 의미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건축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방주교회 좌 우 측면

 일반적 교회 건축은 실내에서, 측창 또는 천정의 창을 이용해 빛이 예수님을 향하도록 하여 엄숙함을 표현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외관의 형상적 미를 통에 의미를 담은 방주교회는 나에게는 다른 느낌이었다.

좀 더 그 메시지가 직설적이고 강한 느낌이랄까?     

방주교회 예배당

예배당 실내는 벽체의 연속된 무늬로 엄숙한 공간을 연출했고, 건물 중앙의 천창은 노아가 비둘기를 날렸던 창을 묘사한 대목에서도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방주교회 측면과 지붕

 이렇게 교회 건물의 외관은 신도들로 하여금 신앙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되고 종교건축으로의 의미가 남다르다는 생각을 해본다.     




수, 풍, 석 박물관     

 비 오토피아의 원래 건축주인 제일교포 출신 김홍수 님이 지상낙원이라는 테마로 빌라와 호텔, 교회 등을 건축했는데 당시 주민들이 넓은 산책로를 따라 산책하다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달라는 건축주의 의뢰에 따라 이타미 준은 수, 풍, 석 박물관 이곳에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박물관은 전시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설치 예술로서의 건축물로 만들어졌다.     


 사전예약을 통해 한번에 20명씩 하루 두 번 관람이 가능하고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관람을 한다.     


 언젠가부터 이곳에 보고 싶었던 나는 나름 어렵사리 예약에 성공하였고, 그 기분에 들떠 혼자 카메라를 들고 이곳으로 신나게 달려갔다.     


 관람 순서는 석, 풍, 수 박물관 순으로 진행되었고

해설을 곁들여 관람을 하다 보니 더욱 흥미로웠고, 예술품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새삼 떠오른다.     

석 박물관

 처음 도착한 석 박물관의 외관  색깔은 노란색이었지만 철이 부식되어 현재는 붉은색을 띠고 있는 것이며 이것 역시 건축가의 의도였다고 한다.     


 건축물 밖의 손위에 돌은 복숭아를 이야기하고 건축주의 마음을 담아 무릉도원을 표현다고 하며, 여기서 무릉도원은 산방산을 은유했다고 한다.     

복숭아를 올려놓은 손 조각

 박물관 가운데 있는 천창은 얼핏 보면 하트 모양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동그란 원이고 시간에 따라 빛이 달라지며 11시~12시경에 빛이 돌을 비춘다고 한다. 빛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의 느낌은 잠시 머물며 쉬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만드는 것 같다.

석 박물관 내부

 함께 온 사람들을 피해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으니 다음 코스 이동을 위해 버스에 탑승하라고 한다. 조금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풍 박물관으로 이동을 했다.     


 풍 박물관 앞에 도착하니 은 회색빛의 건물이 하나 보인다. 원래 색은 적송을 사용해 붉은 건물이었다고 하지만 세월의 흔적을 따라 지금의 색이 되었다고 한다.     

풍 박물관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바람소리가 이리저리 건물 벽 사이사이 틈으로 들어와 연주를 한다.

잠시 머물며 눈을 감고 느낀 바람 소리는 나의 청각과 촉각을 자극시켰고, 그곳은 바람을 담은 박물관임에 틀림없었다.

풍 박물관 내부

 마지막으로 수 박물관으로 이동을 해 만난 건물의 외관은 해설사가 마지막에야 건물 모습이 카메라를 형상화했다고 설명한다. 건축물은 하늘로 뚫린 동그란 렌즈 모양에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물은 도화지라고 설명했지만 나의 생각에는 필름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곳에 하늘을 카메라로 찍어 놓은 듯했다.     

수 박물관

 세 곳의 건물을 모두 돌아본 후에 마지막으로 해설사가 퀴즈를 낸다.

“각 건물마다 한쪽에 새겨져 있던 용 문양은 어떤 의미를 담은 것일까요?”라며 말이다.


 정답은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의 이름에 답이 있었다. 이타미 준은 유동룡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국적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는 건축가로서 활동에 제약을 받자 이타미 준이라는 자신만의 예명을 지었다고 하고 그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었을까 모르지만 그렇게 각 건물에 용의 옥새 마냥 자신의 이름을 새긴 것이 아가 하 혼자만의 생각을 해보았다.      



    

 시간을 다시 뒤로 돌려 본태 박물관을 찾았던 날  이어서 박물관 가까이 있던 포도호텔을 찾아갔다.     


 숙박을 하지 않으면서도 당당하게 건축물 사진을 찍고 싶어 왔다고 안내 데스크에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허락된 범위 내에서 간신히 몇 컷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포도 호텔 외관과 주 출입구

 포도 모양을 닮아 포도 호텔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제주의 많은 오름 군락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제주의 오름들이 이렇게 멋진 건축물로 표현된 것이 그저 감탄스러웠다.     

로비에 전시된 포도 호텔 모형과 전경 사진


 겨우 정면 현관과 로비 일부만 볼 수 있어 아쉬웠지만, 워낙 비싼 숙박료에 객실과 다른 부대시설 등을 돌아볼 엄두는 내지 못하고 이렇게 발길을 돌렸다.

포도호텔 로비와 주 출입구




 따뜻한 봄 햇살 가득한 어느 날 올레길 6코스 일부를 산책하듯 걸었다.  

   

 정방폭포에 주차를 하고 소 정방폭포 방향으로 들어섰다. 평소에는 관광지의 안내판을 눈여겨보지 않던 내가 요즘은 하나하나 꼼꼼히 보며 이야기를 담는 습관이 생기다 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안내간판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정방폭포 주차장 건축문화 기행 안내간판

 앞서 이야기했던 건축문화기행 안내간판이었고 그 글을 자세히 읽다 보니 평소 지나치며 보던 소라의 성 건물이 한국 건축계의 거장 르꼬르 뷔지의 제자였던 김중업 건축가의 작품으로 추정된다는 글이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 다시 천천히 글을 읽어 보았고 왜 추정이라고 하는지는 학계의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대다수가 김중업 작품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소라의 성은 소규모 건축으로 단순하지만 곡선미와 제주의 돌을 적절히 사용하여 매스의 분절을 잘 표현 다양한 4면의 입면이 재미있는 건축물이다.     

소라의 성

 이 건물을 김중업 작품으로 추정하는 이유는 르꼬르 뷔지의 ‘근대건축 5원칙’[필로티,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 연속 창(수평 창)]을 잘 표현하고 있어 학계에서는 김중업의 작품으로 해석한다고 한다.     

소라의 성 실내

 비록 깊은 지식은 없지만 건축학도로 르꼬르 뷔지의 작품을 공부했었던 나 역시 김중업의 작품이 맞는 것 같다에 한 표이다.     


 제주에는 김중업의 작품이 구 제주대학교 본관(현재는 철거)과 서귀 중앙 여자 중학교 건물이 더 있다고 한다.     




승효상 추사 세한도를 건축에 담다.     


 승효상은 한국 건축계의 거장 김수근의 제자로 현재 건축사무소 이로재 운영하며 한국 건축문화대상, 미국 건축가협회 명예상, 대한민국 예술 문화상 등을 수상한 대한민국 건축계의 2세대 거장이다.     


 나는 학창 시절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정릉동 C 씨 댁을 건축 답사 과제로 받게 되어, 주소도 모른 체 건물 사진 한 장을 들고 정릉동을 이 잡듯이 찾아 헤매고서는 사유재산인 곳을 들여다보기 위해 집주인에게 지방 먼 곳에서 왔다며 통사정을 하던 기억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고, 어렵게 허락을 받고 들어가 보게 된 집의 내부에서 건축이 주는 공간의 예술을 알게 되어 그 시절부터  존경하던 인물이다.


 터에 새겨진 무늬 없는 삶이란 땅과 무관한 유목민적 삶이다.(터무늬 없는 삶 - 승효상의 책 중)     


 그런 그가 제주에 추사관을 설계하였다.


 제주 추사관은 외형적 모습을 보면 매우 단조로워  승효상의 이름에 걸맞은지 의아해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터무늬’ 철학을 마음에 담고 있는 승효상에게는 자신의 건축물보다 추사의 세한도가 더욱 빛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제주 추사관은 세한도를 가장 닮은 건축물이다.

마치 세한도의 한 장면 같다.     

제주 추사관

 지그재그 모양의 램프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전시실이 나오는데 땅속으로 내려 앉혀 지은 건물은 세한도와 닮으려 고민한 흔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주 추사관 실내

  승효상은 제주에 추사관 외에 롯데 아트 빌라스에 승효상 숙소를 설계하였지만 이곳 역시 나에게는 넘사벽이라 가보기는 힘들었다.     




 이렇게 제주에는 건축 거장들의 작품이 다양하게 있어 건축을 테마로 여행 일정을 세워 보아도 흥미로운 여행이 되리라 생각되고, 자연과 조화되어 더욱 빛을 내는 건축물을  보며 결국 사람도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갈 때 그 삶도 역시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추가로 몇 가지 건축물을 간단히 더 소개한다면 제주 월드컵 경기장은 테우를 모티브로 한 건축물로 여러 건축상을 수상 하였다고 하며, 제주의 거센 바람을 고려해 경기장을 지하로 낮춘 독특한 형태의 경기장이다.  

제주 월드컵 경기장

 그 외 정기용 선생의 기적의 도서관     

서귀포시 기적의 도서관

 건축가 김홍식이 제주 전통가옥 눌 을 모티브로 설계한 기당 미술관     

기당 미술관

 다비드 머큘로와 한만원 건축가가 조소 작품을 건축물로 구현한 왈종 미술관     

왈종미술관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가 설계한 컨벤션 센터와 앵커호텔(현 부영호텔)     

 제주의 랜드 마크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제주시 드림타워 등이 다양하게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제주 드림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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