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꿈을 피워 낸 참스승
글을 쓰는 작가. 오래전 가져 보았던 막연한 꿈이었다. 아득한 꿈처럼 남아 버린 꿈. 당장 오늘과 내일을 무사히 보내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내게 꿈이 있었는지도 잊고 살아왔다. 만일 기억이 난다고 할지라도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며 피식 웃으며 지나갔으리라.
그랬던 내가 꿈을 좇을 기회를 다시 얻은 건 1년 전 겨울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무탈하게 1년을 잘 보낸 것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직접 만든 동화책을 준비했다. 선물을 받고 너무도 기쁜 나머지 그 책을 몇 번 학교에 가지고 갔고 아침 독서 시간에 읽고 또 읽었다. 이를 본 담임 선생님께서 메시지를 보내왔다.
어머님, 작가셨군요!
OO이가 엄마의 재능과 따뜻한 마음을 물려받았나 봅니다.
부끄러움이 몰려와 얼굴이 화끈거렸다. 작가는 아니고 아이 생일 선물로 만들어 본 책이라고 회신을 보냈다. 얼굴은 벌게졌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유년기에 품었던 유일했던 꿈이 작가였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상기되었다.
그날 밤 첫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 작가는 어떻게 되는 거야?"
"엄마 책 진짜 재미있는데 다른 사람도 볼 수 있게 서점에서 팔면 안 되나?"
아이는 엄마가 쓴 책이 자신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 같다고 말해 왔다. 귀여운 아이의 발상과 엄마에 대한 애정이 담긴 그 마음이 너무도 고마워 그러겠다고 했다. 엄마의 책이 서점과 도서관에 놓일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했다. 출간 작가가 되겠다는 다짐을 품고서 일을 진척시킨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마냥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내가 작가가 되기 위한 스텝을 하나하나 밟게 될 줄이야.
그로부터 정확히 1년 뒤, 교보문고와 예스24 등의 서점에서 내가 쓴 책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글을 쓴 건 나였지만 쓸 수 있는 용기와 마음을 보태 준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그들에게 감사함을 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떠올랐던 사람은 첫째의 1학년 담임 선생님이었다. 매일 가고 싶어지는 학교, 배움이 즐거워지는 수업을 만들어 준 선생님 덕에 실로 행복한 1학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반 대표를 맡으며 종종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선생님은 아이를 칭찬함과 동시에 엄마인 나에게도 아낌없는 찬사를 쏟아냈다. 아이를 보면 부모를 알 수 있다면서.
아이의 1학년 담임은 아이에게뿐 아니라 나에게도 참 스승이셨다. 그런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기에 아이뿐 아니라 나 또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김** 선생님과의 만남은 행운이자 기적이었다고 믿는다. 그런 이유로 선생님께도 나의 첫 작품을 선물하고 싶었다.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은 편지와 함께 에세이집을 봉투에 담아 학교 물품 보관소에 두고 선생님께 카톡을 드렸다. 유별나게도 보일까 싶어 수십 번 고민에 고민을 거친 후 방문한 학교였다.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입 밖으로 꺼내놓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고 배웠기에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 제자를 멋지게 양성했을 뿐 아니라 그 부모에게까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말씀드리고 싶었다. 당신은 내가 만났던 선생님 중 가장 으뜸이었다고. 훗날 모진 풍파를 만나게 되더라도 오늘의 기억을 떠올리며 용기를 내길, 버티고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날 오후 선생님으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멋진 작가로 데뷔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어머님의 메시지는 늘 따뜻했고 위로를 주었어요. OO이도 마음이 따뜻하고 공감을 잘하는 친구였지요. 엄마를 닮았습니다.
어머님과 OO이가 표현한 글로 자신과 세상에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을 생각하니 정말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의 활동들을 종종 공유해 주셔도 좋습니다.
부족한 저를 늘 훌륭한 스승으로 생각해 주시니 정말 부끄럽고 감사합니다. 연락 주시고 또 귀한 책과 편지 주셔서 감사드려요. 책을 읽으며 따뜻한 겨울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평강이 가득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제자의 부모마저 평생의 꿈을 꽃피울 수 만들었으니 참으로 위대한 스승이 아니겠는가. 아름다운 마음과 사랑을 받기만 하기엔 남은 생이 너무도 길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고 싶다. 다른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