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지반티카님이 감사함 명상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언젠가 처음 만난 누군가에게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한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말에 영혼이 없는 것 같은데요."
무례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 뒤로도 쭉 무례했고, 그래서 친구가 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그 말에 얼마나 진심을 담았었을까? 그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 딴지를 걸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그렇게 느껴졌던 걸까? 그는 단순히,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 형식적이다, 말뿐일 거야,라는 생각으로 직진하는 흐름의 사고를 가진 사람은 아니었을까?
감사함은 무해한 감정이다.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그의 말마따나 영혼 없이 말했더라도 감사합니다는 감사합니다이다. 다른 것이 되지 않는다. 현대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외국어를 배울 때 회화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초반에 나올 리가 없다. 어떤 외국어를 누구에게 배워도 감사하다는 말을 가르치지 않는 곳은 없다.
하루 중 몇 번을, 만난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든 하는 이 말. 형식적인 인사치레 같기도 하지만, 한 번 보고 말 사람에게는 그만한 인사말도 없을 것이다. 진심을 담아서 하고, 상대방이 그 진심을 느낀다면 서로 기분 좋은 최고의 인사가 될 수 있다. 막 만들어지기 시작한 인간관계의 서먹한 초반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가까운 관계의 위기 상황을 극적으로 넘기게 해주는 치트키 같은 말이 되기도 한다.
당신은 하루에 몇 번이나 이 말을 하는가? 그리고 이 말에 얼만큼의 진심을 담는가? 따로 시간을 내어 하루 중 감사했던 순간을 떠올려보거나, 그 순간에 있었던 상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본 적이 있는가?
당신에게 따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궁금한 것이다. 시간을 조금만 들이면 쉽게 느낄 수 있는 감사함이라는 감정, 그리고 이 감정을 담은 말에 대해 얼마나 무게를 두고 생활하고 있는지, 이에 대해 자신에게 묻고 확인해 본 적이 있는지. 또,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을 매일 의도적으로 가지고 있는지도. 아직 그렇지 않다면, 그 시작을 지금부터 할 용의가 있는지 말이다 (결심과 그에 따른 행동을 꼭 연초와 월초에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도 종종 말하곤 한다).
21일 루나 디톡스는 2014년 타 플랫폼에서 이묘정이라는 필명으로 연재했던 ‘감사함 명상 에세이’다. 그리고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5월에 - 감사함을 숙고하기에 적절한 가정의 달에 - Zoom 온라인 명상 수업으로 밤마다 진행했다. 21일 동안 대여섯 명이 꾸준히 출석했고, 그중 한 명의 제안으로 7일을 더해 28일을 쭉 채워 진행되었다 (고백컨대 21일째 수업에서 나는 이제야 푹 잘 수 있겠구나 하는 기쁨에 한껏 편안해진 상태였다). 잊지 못할 진한 경험이었다. 이때의 경험에 대해선 언젠가 또,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기면 해보는 것도 좋겠다.
2023년 올해는, 브런치에서 21일 루나 디톡스를 진행해 보기로 했다. 그렇다. 이것은 감사함 명상이다. 명상은 언제나 체험 (process)이다. 당신들 중 누군가는 너무나 좋아하는 명상을, 또는 이제껏 미뤄왔던, 그도 아니라면 본인이 하게 될 거라곤 생각지도 했던 명상을 하게 된다.
나는 실천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거나 안내하지 않는다. 체화된 경험만을 나누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매일 감사했던 순간을 찾아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21일간 매일. 프로세스는 간단하다.
1. 자기 전 시간을 내어 하루 중 감사했던 순간을 돌아보고 글로 꺼낸다.
2. 그 글을 브런치에 나눈다 (당신에게 이 글이 갈 때쯤엔 그날의 또 다른 감사함을 음미하고 있을 것이다).
3. 이 글을 읽는 당신들 중 나와 함께해 줄 당신들이, 글을 확인함과 동시에 하트를 눌러 출석 도장을 찍고 댓글로 감사했던 일을 자유롭게 올린다.
그렇다. 이 프로세스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과 나, 우리가 함께 하며 생겨나는 경험이다. 물론 하트도 댓글도, 권고 사항일 뿐 의무는 아니다. 다만, 별 거 아니어서 하기 귀찮은 그 일을 행할 때 당신은 감사함을 돌아보는 그 순간을 조금 더 소중히 여기고, 21일 동안 해나갈 동기를 얻는 데 도움을 받을 것이다. Zoom 온라인 미팅이나 수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비디오를 켜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더 집중도와 책임도가 높아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당신은 성인이며 나는 유치원 선생님이 아니기 때문에 권고 사항으로 둘 뿐이다. 최고의 성과를 뽑아내는 것은 당사자 본인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학습과 수련이라는 것을, 직접 경험과 안내하는 요가, 명상 수업에 오는 수련생들을 통한 간접 경험에 의해 체감하고 있다.
21일 동안 감사함을 숙고하고 기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습관으로 붙이는 시작을 하기 위해서. 어떤 새로운 습관을 들일 때, 매일 빠지지 않고 진행하기에 좋은 최소 기간이 21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소 기간이기 때문에 정말 습관으로 만들려면 60일에서 100일 정도 연속으로 하는 것이 좋다. 개인차도 있고, 언제 습관으로 자리 잡을지는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1년이 채 안 되게 걸릴 수도 있다.
어쨌든, 그래서 최소한 감사함을 습관으로 만드는 시작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나는 이 프로세스에 21일 루나 디톡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21일 동안 매일, 달을 보며 감사함을 숙고하며 나를 깨끗이 비우고 잠드는 것이다. 그리고 일어나면, 또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었다며 짜증이 날까?
궁금하다면 같이 해보자. 자,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절 취 선*
* 왜 저런 절취선 같은 말을 넣어보고 싶고 그런지 잘 모르겠다. 종이와 종이 위에서 살아 숨쉬는 활자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