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오랜만에, 토요일 요가 수련

요가실록, 첫 번째 수련 이야기

by 지반티카


언제 마지막으로 오전 인텐시브 수련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최근 몇 년 동안은 평일에 하는 90분 수련으로도 충분했으니까.


2011년, 처음 요가 수련을 시작하고 3, 4년째에는 요가에 흠뻑 빠져 수련을 아주 열심히 했었다. 종류가 다른 수련 두 타임을 연달아 듣기도 하고, 오전에 수업을 들으러 요가원에 왔다가 저녁에 또 오기도 하고. 일주일에 다섯 번도 가고, 주말에도 가고.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맹렬히, 그리고 맹목적으로 수련했었던 날들.


요가 수련 13년 차, 포레스트 요가 수련 6년 차. 이제는 그렇게 수련하지 않는다.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처럼, 요가와 나는 서로가 서로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을 안다. 수련을 하면 하는 대로 좋고, 하지 않을 땐 순간 하고 있는 행위에 몰입한다. 머물고 있는 그 순간에 존재하고 있다면, 매트 위에 있지 않더라도 그 역시 요가이지 않은가(요가는 산스크리트어 단어인 "yuj"에서 온 단어이며, 하나 됨을 의미한다).


쉬다가 수련을 하면 수련이 더 잘 된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과 마음, 삶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맞춰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의 중요성도 알게 된 것이다. 수련자이기 이전에, 삶을 영위하는 한 사람이니까. 요가 수련도 결국엔 몸과 마음 건강하게 삶을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요가는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한 도구이지, 숭배하는 대상이나 절대법 같은 것이 아니라고, 나는 나의 수련생들에게 안내한다. 어떤 이들의 오해처럼 종교라던지, 종교의 율법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늦게 일어나 늦게 도착한 요가원 수련실 안에는 이미 매트가 좌르륵 깔려있다. 다행히 선호하는 앞자리가 비어있어 냉큼 깔고 수련을 준비했다. 오랜만에 하는 토요일 오전 포레스트 요가 인텐시브 수련은 역시, 녹록지가 않다.


힙 오프닝(hip opening)과 백밴드(backbend)가 주를 이루는 수련이었다. 수업 초반에 복부 운동을 하면서 이미 타이트한 골반이 느껴졌다. 다리 근육을 쓰고 싶은 것이지 골반에 힘을 주고 싶은 게 아닌데. 오래 수련했다고 잘하는 것도, 늘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오늘은 집중하고 몸을 느낄 때 잠깐 놓아지는 골반을 느끼는 정도. 그 순간의 경험을 위해 수련하는 거지만. 언제나처럼 큰 욕심은 없다.


선 살루테이션(Sun Salutation)부터는 벽에 매트를 붙이고 수련하게 되었다. 곧 인버전(Inversion)이 나온단 신호다. 과연 선 자세 중간중간에 돌핀, 포어암 발란스 등이 나왔다. 역자세를 주제로 한 수업이었다면 변형이 없는 역자세의 원형으로 들어갔겠지만, 이번 주제에 맞게 변형된 역자세들이 나왔다.


돌핀 온 월(Dolphin on Wall)은 돌핀을 벽에 발에 대고 하는 역자세다. 하지만 이번에는, 벽에 한 발을 대고, 다른 한 발은 든 채로 골반에 힘을 빼면서 다리를 넘겼다. 골반에 힘을 더 빼고 숨을 쉬고 있으니 아주 시원했다. 이렇게 긴장을 놓을 수 있는 걸, 계속 힘을 주고 살았구나 싶었다.


스타 차크라 인 포어암 발란스. 예신희 선생님이 자세를 설명하며 데모를 보이고 있다.

포어암 발란스(Forearm Balance) 역시 변형 자세가 나왔다. 스타 차크라 인 포어암 발란스(Star Chakra in Forearm Balance)는 아랫 팔을 바닥에 대고 머리가 바닥에 향한 상태로, 두 다리를 접어 균형을 잡고 유지하는 자세이다. 포레스트 요가 수업 안에서도 인텐시브 수련에서나 만나는 자세라, 이 역시 녹록지 않았다.


"다리가 몸 쪽으로 착 안 와요."

옆에서 벽을 이용해 스타 차크라를 연습하고 내려온 레몬 언니에게 말했다.



"그래? 한 번 해봐."

골반에 힘을 뺄 수 있도록 언니가 도와주었다. 덕분에 나도 벽에 한 발을 두고 한쪽을 무리 없이 해볼 수 있었다. 골반이 정말 힘이 세다며 둘이서 웃었다. 삶에서 어떤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길래, 골반에 뭐가 그렇게 쌓여서 쉬이 힘이 빠지지 않는 걸까. 대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며 답답했던 시기도 있었다. 이제는 긴장이 쌓이면 풀고, 쌓이면 풀고, 계속 살고 수련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레몬 언니의 손길을 기억하며 다른 한쪽은 혼자 해 보았다. 골반에 힘을 빼니 훨씬 잘 되었다. 몇 자세 전에 했던 돌핀 온 월에서 다리를 넘기며 골반에 힘을 뺐던 것과 연결이 되는 자세였다는 것이 느껴졌다. 수업을 안내해 주신 예신희 선생님이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잘했어도 내가 잘해서보다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 잘 된 일들이 참 많다.


여러 자세들 뒤에 들어간 윌(Wheel,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은 너무나 시원했다. 가슴이 열리며 숨이 쉬어져 시원한 것은, 에어컨에서 바람이 나와 시원한 것과는 다르다. 자세에서 나와 매트 위에 누웠다. 쉬는 동안 수련실의 다른 쪽에서 같은 자세를 하던 수련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같은 자세 속에서 눈물을 터뜨렸던 과거의 내가 생각났다.


2019년 발리에서 아나 포레스트와 함께 포레스트 요가 파운데이션 과정(Forrest Yoga Foundation Teacher Training, 이하 FYFTT)을 하던 때였다. 울고 있는 수련자의 곁에 계신 예신희선생님이 당시에도 핸즈온을 해주셨었다. 선생님의 따뜻한 손에 가슴이 들어 올려지자, 가슴 주변으로 엄청나게 많은 공간이 생기며 쌓여있던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감정 상태였는지 인지할 수 없이, 눈물이 터지는 대로 울었다. 그때도 눈물이 난다고 당황하거나 수련실을 나가 펑펑 우는 과는 아니어서, 수련이 끝날 때까지도 계속 훌쩍거리며 수련을 했었다. 그래서 Wheel 자세에서 나온 수련자가 사바아사나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 우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같은 공간 안에서 같이 숨 쉴 수 있었다.


몸에 쌓인 무언가가 풀어질 때 댐이 터지듯 눈물이 나고, 실컷 울고 나면 아주 시원해진다는 것은 포레스트 요가에서의 비밀인 듯 비밀 아닌 비밀 같은 사실이다. 눈물이란 건 그러니까,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가벼워지기 전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인 것이다. 비가 오면 오염된 것들이 싹 씻겨져 내려가고 깨끗해지는 것처럼.


두 시간 반 수련은 그렇게 느린 듯 빠르게 흘러갔다. 매트와 도구를 정리하고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 수련실 안을 빼곡히 채웠던 매트 수만큼의 수련자들이, 탈의실로 순식간에 몰리기 전에. 천천히 나와 여유롭게 점심을 먹고 차 한잔 하는 것도 좋겠지만, 시간 맞춰 바로 가야 할 곳이 있을 땐 상황에 맞춰 서두르는 것이 옳다.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한 이들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햇살이 뜨겁고 습해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는 여름.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고 또 버스를 타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의 집에서 식사를 했다. 사촌언니가 만나면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었던 쌈밥은 정말 맛있었다. 데친 호박잎에 양배추, 밥과 쌈장을 넣어 야무지게 싼 쌈밥. 애정이 담긴 손길이 많이 간 밥이어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 천천히, 먹을 수 있는 만큼, 배부르지만 적당하게 먹었다. 문자로는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선풍기 바람에 나란히 누워서 쉬는 즐거움. 토요일 오전 인텐시브 수련 덕분에, 좋은 주말이 시작되었다.



2023.7.1 요가실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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