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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윈드 Oct 22. 2022

꽃과 그림 사이를 산책하며 느껴보는 자연과 작품

기온이 다시 영하로 내려갔습니다. 바람도 부니 제법 알싸한 느낌이 듭니다. 오늘은 야외 산책 대신 갤러리를 걷기로 합니다. 갤러리 앞에는 먼저 화사한 난들이 눈길을 끕니다. 축하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어서인지 따뜻하게도 느껴집니다. 이름은 모르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바라봅니다.     


밝은 분홍의 난이 정말 화사하네요. 살짝 너울거리는 꽃잎 안으로는 진한 붉은색의 점들도 있고 노란 꽃술도 보입니다. 흰색에 가까운 아이보리색과 붉은 자주색 어우러진 난은 우아하고도 산뜻한 모습입니다.     


     

전시장에 들어서 봅니다. 또 꽃그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무채색을 배경으로 허공에 꽃송이들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그림 앞에서 잠시 마음을 바라봅니다. 점점 황량해져 가는 우리의 마음에도 어떤 꽃들은 남아있을까요? 다양한 색깔과 크기의 꽃들이 벽에 걸려있습니다. 꽃들은 비록 캔버스 속에서 이지만 관람자의 시선을 끌며 어떤 향기를 느껴보게 하네요.     


다른 전시장에서도 역시 수많은 꽃들이 먼저 맞아줍니다. 연한 연둣빛이 감도는 아이보리색 난이 참 맑게 느껴집니다.      


     

자수로 보여주는 '자연의 호흡'이네요. 실과 바늘만으로 이런 멋진 작품이 탄생하는군요.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 작가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안쪽에는 전통자수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관복의 흉배, 일월오봉도, 풍속도, 문자도 등 전통회화를 자수로 표현하고 있군요. 아, 베개의 양옆을 장식하는 자수 작품도 있습니다. 아마도 붉은 모란꽃 같습니다.      


빙하기를 거치면서 네안데르탈인들은 멸종하고 바늘과 실을 발명한 호모 사피엔스들은 살아남았다고 하더군요. 이제 바늘과 실은 예술의 도구가 되었네요. 정성이 가득한 작품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천천히 걸어봅니다.     


또 다른 전시실 앞에도 화분이 가득하군요. 꽃도 보고 작품도 보는 관람자는 그저 즐거울 뿐입니다. 꽃잎 사이의 분홍색의 선들은 왠지 생명의 혈관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어쩌면 꽃은 자연의 작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작품인 듯한 조그만 화분들이 놓여있습니다. 아마도 생명의 탄생을 표현하시는 듯합니다. 작은 꽃들에서 생명을 느껴봅니다. 비록 땅은 말라있고 화분에서 자라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군요.     


어느 작품은 눈이 많이 쌓인 한 겨울의 풍경 같습니다. 지난가을의 흔적들이 배어있고 씨앗들은 쌓인 눈을 뚫고 나오려는 듯하네요. 아닌가요? 이제 막 떨어져 자연으로 돌아가는 열매들일까요? 질감이 느껴지는 풍경도 봅니다. ‘우공이산’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관람자는 왠지 마음이 평온해지는군요.     


설명판에 있던 '석과불식(碩果不食)'을 기억해봅니다. 중국 고전 주역에 있는 말인데 '씨가 있는 큰 과일은 먹지 않는다'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작가의 해석대로라면 '가지 끝에 남아있는 마지막 과일은 먹지 않고 자연으로 보내 또 다른 생명을 탄생하게 한다'라는 자연 존중의 말이군요. 어쩌면 나눔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감나무의 까치밥이 생각납니다.     


꽃과 그림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지혜도 느껴보는 갤러리 산책이었습니다. 카페에 들러 따뜻한 녹차를 한잔 마시니 몸도 따뜻해지고 정신도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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