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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초이 Jul 01. 2022

여는 글

3년 6개월.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길진 않았다. 주전공은 철학, 복수 전공은 커뮤니케이션인데 어쩌다 보니 CS와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작고 소중한 월급의 일부를 차근차근 모았고, 좀 쉬고 싶었다. 뭘 하며 쉴까? 하고 싶었던 영화를 해볼까? 고민하던 중.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중이었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야! 제주도 너~무 좋아! 그리고 여기 숙소가 진짜 너~무 좋아요! 그러니까 놀러 와요!”


10 정도 고민하고 표를 끊었다. 친구는 서귀포에  2개에 널찍한 거실이 딸린 리조트에서 지내고 있었다. 커튼을 열면 새파란 바다, 혹은 한치 잡이 배가 별처럼 떠있는 새까만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는 느지막한 브런치를 함께 했고, 저녁마다 와인 혹은 맥주를 기울였다. 이따금 PT 선생님을 모셔 일대일 필라테스도 했다. 흔쾌히 렌터카도 내어준 친구 덕에 생전 처음 남의 차를 타고 제주 곳곳을 낮이고 밤이고 쏘다녔다. 줄곧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하며 버스 시간을 확인하던 내게는 생애 처음 겪는 호화로운 제주 여행이었다.


2주간 친구가 제공한 안락한 숙소, 그리고 다정한 관심이 마음의 때를 불리고 벗겨냈다. 아무래도 제주도가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제주에 살아보고 싶어졌다. 여기 살면 나도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안락한 숙소를 제공하고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급하게 이력서를 넣었고 일을 구했다. 길게 근무하진 못했다. 대체로 나보다 권력을 가진 자와 마찰이 잦은 편인데, 이번에도 그랬다. 아, 핵심은 제주도가 아니었나?


어쨌든 일은 벌어졌다. 직장을 구한 , 가족을 제주로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엄마는  환자였고 동생은 자가면역 질환자였다. 아픈 가족이 있는 , 언제든 간병을   있도록 건강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이들이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어깨에 지고 사는 느낌이다. 누구도 부여한  없고  역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어깨는 무겁다.  좋게 엄마는 제주도가 좋다 했다.


백수가 되었고 실업 급여를 받았다. , 나는 아무래도 회사에 다닐 체질이 아닌 것인가? 프리랜서로 살아야 하나? 프리랜서는 진짜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능력이 그만큼 출중한가? 하다못해 그만큼 능력을 키울  있는 자질이 있나? 그러기엔 내가 너무 평범한 인간인데? 같은 물음표가 공기를 지배했지만 이마저도 에너지가 충만해야   있는 . 나는 모두  접어두고 한량처럼 유유자적 남는  시간인 백수처럼 지내고 싶었다. 앞으로 나눌 이야기는  시기에 벌어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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