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기다리는걸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뽀삐는 자다 깨어 거실 복도를 터벅터벅 걸어서 나왔다. 그리고 방마다 들어가서 사람이 있는지 확인을 한다. 잠깐 멈춰 멍하니 있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누군가 있으면 다가와서 엉덩이를 붙이며 옆에 앉는다.
그날은 나 혼자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터벅터벅 걸어와 거실에 앉아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몇 초간 나를 쳐다본다.
‘뽀삐 안녕? 잘 잤어?’
뽀삐에겐 한 톤 높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준다. 내가 거실에 있는 걸 확인한 후 뒤돌아서 현관 쪽으로 다시 몸을 돌렸다. 자세를 한 번 고쳐 잡고는 서서 멍하니 현관을 쳐다보았다. 늘 똑같은 패턴의 행동들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나는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한참이 지났을까 고개를 돌려보니 뽀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현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뽀삐는 다리가 아픈 아이라 오래 서 있지는 않고 대부분 앉거나 누워 있는데 그날따라 오래도록 가만히 서 있는 행동이 이상하게 보였다.
“뽀삐야, 뽀삐야. 뭐 해?”
뽀삐는 잠깐 휙 돌아보더니 들은 체 만 체하며 현관문 쪽만 응시하고 있었다. 왜 그러지? 밖에 뭐가 있나? 다시 불러보았다.
“뽀삐야!”
이번엔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귀만 순간 쫑긋 움직였다.
“뽀미야, 뽀미야~~~!”
무심결에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뽀미는 뽀삐의 또 다른 이름이다. 어머니만 부르던 이름이었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뽀삐라고 부르는데 어머니만 유일하게 뽀미라고 부르셨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앞으로도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게 참 슬프기도 하다.
뽀미라고 소리를 듣자마자 뽀삐는 재빠르게 고개를 휙 돌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뭔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코를 벌렁거리며 킁킁거렸다. 순간 나도 뽀삐의 행동에 놀랐고, 다시 한번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러보았다.
“뽀미야~~ 뽀미야~ 왜 그래?”
그러자 뽀삐는 나에게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내 곁에 와서 다시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나의 다리를 짚은 채 힘없는 두 발로 서서 얼굴 쪽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왔다. 뽀삐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곤 다시 한번 애써 눈을 마주치려고 했다. 마치 내가 누구인지 확인을 하고 싶어 하는 행동과 눈빛이었다.
그리고 코를 움찔움찔하면서 훌쩍이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응~! 아응~ 아웅~’
뽀삐야, 왜 그래? 뽀삐의 동그란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 맺혀 있었다. 눈이 너무나도 슬프게 보였다.
‘아우 우우우우~~ 앙앙앙!’
뽀삐를 만난 후 처음으로 들어보는 소리였다. 평상시에 짖는 소리가 절대 아니었다. 아아아 앙! 앙앙! 사람이 울 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우는 것처럼 그 작은 뽀삐의 목에선 깊은 울림의 소리가 나왔다. 그래, 이건 분명 슬프게 울부짖는 것이었다.
뽀삐가 갑자기 울고 눈물을 흘린 이유가 뭘까?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머님!! 뽀삐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뽀미란 소리에 놀랐고 어머님이 온 줄 알았던 것이다. 냄새를 맡아보니 어머니 냄새가 아닌데 뽀미라고 하니 더 놀라고 흥분하며 소리 내어 우는 것만 같았다. 뽀삐의 얼굴엔 짧은 순간 기대감과 실망감이 한 번에 온 듯 보였다.
보고 싶었던 엄마가 온 줄 알았나 보다.
현관문 쪽으로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가서 문을 향해 앉아 다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뽀삐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자 눈시울이 붉어지고 참았던 울음이 터져버렸다. 미안해. 뽀삐야. 미안해. 뽀삐. 엄마가 미안해.
다가가서 뽀삐를 만지려고 했으나 원망의 눈빛으로 나를 한번 쳐다본 후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고 으르릉으르릉 소리를 내었다.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다.
뽀삐에게 지금을 상황을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머님을 기다리지 말라고, 오지 못한다고 말하고 싶다.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