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싶었던 그 여름, 입안을 맴돌던 솜털 같은 고백
<휘발되는 분홍>
복숭아 한 알, 여름 가장자리
어딘가에서 미늘처럼 낚였다
모르는 걸까
잊은 걸까
흐려진 멍 위로
솜털 같은 고백이 스쳤다
푸르고 질긴 채찍 한 가닥이 번식한
입안은 소란해
베어 물 때마다 뒷말이 씹히고
보조개가 따가웠다
질끈 삼키지 못한 주말이 거울 속에서
말아 묶은 식은땀에 젖은
잠이 눈을 감았다
숨은 걸까
버려진 걸까
꾹 다문 하루는 덜 아팠다
무너진 평일이 치석처럼
표정을 긁어냈던 그 여름,
발치에 한바탕 쏟아낸 여우비
마른 잇몸 위로 무지개가
송곳니처럼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