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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장 Oct 26. 2024

소년, 소녀가 살아가는 방법.

22살에 남자 앤 갑자스런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하루아침에 다 잃어버려 마땅히 머물 곳이 없어 편의점에서 야간 일을 하며 밤을 보내고 낮엔 PC방에서 게임과 잠을 청하고 또다시 밤이 되면 편의점으로 출근을 한다.

꿈이라고 해야 하나 아님 작은 소망이라고 해야 하나 조금에 목돈이 생기면 작은 고시원이라도 얻어서 다리 펴고 자는 게 소원이란다.

또 다른 20대 소녀는

엄마, 아빠, 언니, 오빠, 20대 소녀 그렇게 다섯 식구가 20평이 채 안 되는 임대 아파트에서 산다고 한다.

20대 소녀가 늦둥이다 보니 엄마, 아빠는 60대 후반

마땅히 일할 곳도 없지만 일할 의지들도 없어 보인다.

물론 소녀에게서 들은 얘기지만

소녀에 옷차림이나 행색을 보면 상황이 대략적으로  맞아떨어진다.

소녀가 우리 매장에서 주말 오후 이틀 근무하면 대략 50~60만 원에 아르바이트비를 받는다.

그중에 50프로는 부모님께서 달라고 하셔서 드린다 고한다.

30대 초반에 언니 오빠 역시 마땅한 곳에

취직은 못한 상태이며 돈이 정말 궁 할 때만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충당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소녀에 꿈은 집에서부터 해방과 독립이라고 한다.

가엽게도 중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학교 생활을 잘 이어 나가지 못하다 보니

겨우 입학한 고등학교 생활은  적응하기도 전에 자퇴를 했다고 했다.

스스로가 바보 멍청이라고 말하면서 편의점

교육을 받으면서도 조금에 실수를 하면  

"못 할 거 같아요"라고 하면서 포기하려고 했다.

고등학교 자퇴 후 처음 돈벌이를 위해 시작했던 아르바이트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거였다고 했다.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는 단순한 설거지 아르바이트마저도 이틀 만에 쫓겨났다면서

"과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요?!" 하면서 

오히려 교육하는 내내 나에게 몇 번에 물음을 했다.

아마도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보단

또다시 쫓겨 날까 두려워서 물어보는 걸로 느껴진 나는 "이 일은 한글하고 더하기 뺄셈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깐 두려워하지 말고 모르는 게 있음 백번이라도 물어보면 된다."

"이것도 못하면 그 어떤 것도 할 수없다"라고 해서 일주일 동안 꼬박 20시간이 넘는 교육으로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교육 이후 나랑 교대를 하지 않다 보니

마주 할 시간은 없지만 손님들의 소녀에 대한 평은 좋다.

인사도 잘하고 청소도 열심히 하고 친절하다고 하신다.

그래서 그 소녀에게 손님들에 칭찬을 문자로 전달해 줬더니

소녀는 답장으로 하트표시와 엄지 척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너무나 해맑고 착한 소녀가 우리 매장으로 왔다.

사실 단순 업무인 만큼 20시간이 넘는 교육이 즐겁지만은 않았지만 손님들에 칭찬과 소녀가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뿌듯하다.

소녀가 우리 매장에서 언제 떠날지는 모르지만

될 수 있으면 오래오래 있으라고 강요해 볼 생각이다.

내년에는 방송통신 고등학교에 입학할 생각이라고 한다.

배움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에  칭찬하고 응원해 줄 일이다.

아직 막 청춘을 시작한 나이인 만큼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더 나은 미래는 얼마든지 올 것이다.

교육 첫날 소녀와 테이블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먹고 싶은 음료수와 과자나 빵을 골라 먹으라고 했다.

소녀는 "아무거나 주시면 먹을게요!"라고 해서 샌드위치와 보름달 빵을 각각 나눠 먹기로 하고 요즘 물 대신 마시는 원두커피를 마시려고 두 잔 뽑았다.

소녀가 내게 말했다.

"사장님 저 커피 대신 물 사주시면 안 돼요? 커피를 잘 안 마셔봐서 커피를 안 좋아해요."

난 흔쾌히 물 한 병 사주고 샌드위치와 보름달 빵을

나눠 먹었다.

"아~행복해~!"소녀가 보름달 빵을 한 입 베어 먹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냈던 것이다.

그것도 눈을 살포시 감으면서 말이다.

보름달 빵에 단맛보다 더 행복한 단맛에 행복을 느낀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날 소녀에 표정을 잊지 못한다.

사람은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을 보며 위안과 행복을 느낀다고 했던가~?!

그날 그 소녀를 보고 내가 느낀 감정은 상대적인 행복감이라기보다는 쓸쓸함과 미안함 여러 가지 감정을 갖게 만든 시간이었다.

나는 소녀가 우리 매장에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종종 안부를 물을 것이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살짝 느껴지는 소녀에 환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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