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공고를 급하게 올리자마자 한 통에 전화가 왔다.
"사장님? 저 예전에 근무했던 장ㅇㅇ입니다." 누군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상대측에서 내 기억을 되살릴 만한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는 바람에 바로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아~"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대방 쪽에서 "과거에 사장님께 무례하게 굴었고 갑작스럽게 일을 그만둬서 너무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나이도 어렸었고 군대도 안 갔다 왔었던 터라 철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지금은 군대도 갔다 왔고 철없는 나이도 아니니 사장님이 야간 근무자 공고 올리셨던데 채용해 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아~그래요? 그렇다면 그렇게 할게요. 언제부터 근무는 가능할까요?"
"수, 목 야간 공고 올리셨던데 내일이 수요일이니 내일부터 당장 근무 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낼 매장에 9시 50분까지 오세요"
그렇게 전화로 속전속결로 합의하고 약속 시간에 근무자가 출근을 했다.
"4년 전보다 매장이 더 깔끔해지고 물건도 많아졌네요. 간단한 채용절차를 끝내고 근무자에 재촉으로 난 급하게 퇴근을 했다.
과거에 무단결근으로 한두 차례 속을 썩인 적은 있었지만 일 년 가까이 근무하며 다른 문제는 없어 안심하고 집으로 갔다.
퇴근 후 깊은 잠이 든 새벽 5시 반쯤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새벽에 울리는 전화벨 자체가 유쾌하지도 않았으며 비몽사몽인데도 불구하고 불길하게 느껴졌 재빠르게 받았다.
"여보세요!? 편의점 사장님 되시죠!?"
"네"
"저는 장ㅇㅇ아비 됩니다. 우리 애가 편의점 일을 하다 말고 문도 안 잠그고 나왔다고 하네요. 여러 가지 걱정이 돼서 전화드리는 건데 빨리 편의점으로 가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네!? 일단 전화 끊어보세요."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 눈곱도 안 떼고 재 빠르게 편의점으로 갔다. 새벽에 배송 온 물건은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새벽마다 소주를 사 갖고 가는 단골손님이 소주병을 테이블에 올려 둔 채로 한쪽 구석 의자에 앉아 잠이 들어있었다.
부랴부랴 물건 정리를 서두르는 소리 때문인지 언제 마신 술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술이 덜 깬 목소리로 "사장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소주 한 병 사러 왔다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지금 몇 시간째 이러고 있었는지 아세요!??"
"어머나 너무 죄송해요. 얼른 계산해 드리겠습니다."간신히 달래 손님을 보내고 물건 정리를 정신없이 하고 있는데
"사장님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는 말과 동시에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들어오셨다.
서로에 신분을 밝히지 않았지만 서로를 알아채고 바로 본론적인 얘기로 들어갔다.
"도대체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있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너무 죄송하게 됐고요. 아들이 게임카드를 270만 원 긁고 왔다고 하던데 금액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네??? 물건 정리도 하나도 안 해 놔서 물건정리 하느라 돈은 확인 못했는데 확인해 보겠습니다.
일단 게임카드로 확인되는 돈은 270만 원이 맞습니다만 현금까지 챙겨간 거 같습니다."
"아~아들이 게임카드 결제 금액만 얘기해서 일단 270만 원만 마련해 왔습니다."
"저도 확인해 볼 것도 많지만 일단 물건을 정리해야 할 거 같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하시죠."
아저씨 역시 출근하시기 전에 온 거라고 하시면 270만 원을 계좌입금해 주시고 바로 떠나셨다.
물건정리를 대충 마친 후 cctv를 보는데 정말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
계산대에 있는 모든 현금을 주머니에 넣고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맘대로 갖고 와 먹으면서 도박 중독에 걸린 모습으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모습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그렇게 cctv 동영상과 도난당한 현금 내역을 장ㅇㅇ아버님께 보내 추가 지불을 요청했으나 본인도 현재 상황이 좋지 못해 당장은 못주겠고 3개월 후에 도난당한 금액을 변제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일을 마무리가 됐다.
장ㅇㅇ아버님 말로는 이런 일이 한두 건이 아니며 사람까지 폭행한 일이 있어 재판을 받는 도중이었으면 상대방이 크게 다쳐 한두 푼으로 해격이 되지 않을 거 같아 아마 잘못하면 감옥에 갈 거 같다고 했고 도박 중독에 있는 애라 차라리 감옥에 있는 편이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추가적으로 하소연하듯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