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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조아 Apr 08. 2024

#2. 금주 1주 차

#알코올이 나를 부른다.

의도치 않게 금주선언(팀 미팅 전 잡담시간)과 금주기한(한 달 후 회식)이 설정되어 시작된 금주일기 입니다.

술을 끊어본 적도, 끊으려 한 적도 없는 나약한 사람이지만, 이 글을 쓰며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금주 1주 차 변화


1. 술이 나를 부른다.

금주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다시 술이 먹고 싶어졌다. 냉장고에는 코스트코에서 박스 채 사온 캔맥주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다시 취하고 싶다. 취한 상태로 유튜브를 보면서 졸릴 때까지 버티다 침대에 쓰러지고 싶다. 언제 자는지도 모르게 몽롱한 상태에서 잠에 빠지고 싶다...

"똑똑똑"

알코올이 내 양심의 문을 두드렸다. 못 들은 척, 눈을 질끈 감으며 맥주 옆에 탄산수를 얼른 꺼내 벌컥벌컥 마신다. 하지만 이걸론 뭔가 부족했다...


2. 하루 4끼, 야식 대잔치

술을 못 먹는 대신, 먹는 건 마음껏 먹기로 했다. 탄산수에 이어 짭짤한 감자칩 과자를 허겁지겁 먹는다. 배가 채워지지 않아 이번엔 핫도그 하나를 전자렌지에 돌린다. 30초를 기다리면서, 찬장에서 첫째 아들 간식용 초콜렛을 몇 개 빼먹는다. 어느새 식탁 위엔 부스러기와 과자봉지가 수북하다. 그래도 금주 약속은 지켰으니 오늘도 내가 승리한 것으로 셀프 판정을 내린다. 배가 부르니 이제야 잠이 올 것 같다. 다른 생각 하기 전에 빨리 침대에 눕는다.


3. 일찍 잔다.

내 육퇴 시간은 밤 10시, 아이들을 재우고 펼쳐지는 육퇴는 오늘의 희망 이자,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원천이다. 이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고(새벽에 출근하는 아내는 일찍 잔다),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간이다(하지만 뭐 특별한 게 하는 건 없다). 안방에서 살며시 나온 나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킨다.

[유튜브, 넷플릭스, 고전게임..]

오늘은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먼저 유튜브부터 킨다. 몇 개 보고 나니 허리만 뻐근하고 별 재미가 없다. 12시가 넘기 전에 컴퓨터를 끈다. 내일 아이와 함께 출근할 생각에 빨리 잠에 든다.


*1주 차 최대 위기 : 조리원 동기 가족과의 주말 모임

주말마다 자주 만나는 조리원 동기 부부가 있다. 점심쯤 야외에서 같이 지내고, 어두워질 때쯤 집으로 초대해 저녁 겸 한 잔을 걸친다. 이번 주말도 그런 일정이었다. 아내가 조동 부부가 좋아하는 화이트 와인을 준비했다. 냉장고에서 칠링 된 와인은, 냉장고에 꺼내면서 부딪히는 '챙'하는 소리 좋자 청명하고 경쾌했다. "아 이건 좀 반칙인데.." 나는 생각했다. 다행히 나보다 더 술을 좋아하던 형님이 가벼운 수술로 금주 중이라, 4명 중에 2명만 마시게 되었다. 다행히 내 편이 있어서 나도 안 먹을 수 있었다.

아내는 나를 생각해서인지 조금 먹.. 기는커녕, 맥주 3캔을 비웠다.

(아내는 술을 잘 먹는다. 연예시절, 편의점에서 '4캔에 1만 원' 하는 맥주를 각자 4캔씩 골랐는데, 아내는 그날 맥주 4캔을 다 비웠다. 난 사온 맥주를 일주일간 나눠서 먹었다.)

그 순간엔 아내가 야속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아내가 나보다 술을 몇 배는 잘 먹는데, 이번 주 첫 술자리이지 않는가.

그리고 나 자신과의 싸움에 다른 사람을 탓할 필요는 없다.

금주에 치명적인 조동 모임



+금주 부작용

1. 식용증가 : 술 욕구를 식욕으로 채웠더니 체중이 늘었다. 아침마다 머리는 상쾌했지만, 배는 더부룩해졌다.

2. 스트레스 증가 : 육퇴 후 나만의 시간의 재미가 반절은 줄었다. 그날의 스트레스는  그날에 푸는 게 내 철학이었는데, 스트레스가 다음날로 넘어가는 게 느껴졌다. 뭔가 새로운 해소방법이 필요했다.




첫 주는 다행히 무사히 넘겼다. 생각했던 것보다 수월해서 조금은 자신감이 붙었다.

하지만 2주 차에 들어 가장 큰 고비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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