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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한 Mar 31. 2024

유치원 교사가 되었다.

유치원 교사가 되었다.



나는 바람대로 유아교육과에 진학하였다.


유아 교육과에서 4년을 공부하며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나름 전공과 관련되게 일해보겠다며 키즈카페 아르바이트를 참 많이도 했었다.


거기서 만난 나의 고등학교 동창.


점장님과 인사하던 그 친구도 나와 같은 키즈카페에서 학부생 때 아르바이트를 했더란다. 그 친구도 유아교육과를 나와 취업을 하였다.  


 "이슬아, 나 알록달록 유치원(가명)에 있으니까, 너도 취업할 때 여기로 와."

 "정말? 그래. 네가 다니는 유치원 공고에 뜨면 지원해 볼게."


나는 휴학을 1년 하느라 다른 친구들보다 1년 늦게 취직을 했는데, 내가 취직할 때쯤 키즈카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공고를 뒤지고 있을 때였다.


 '알록달록 유치원..? 아 그때 그 친구가 말한 곳 아닌가?'


그냥 그 공고를 냉큼 지원했다. 그리고 나에게 날아온 면접 문자에 떨면서 거의 울다시피 면접을 보고는 망했다며 자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같이 일하고 싶은데, 2월부터 출근 가능한가요?"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그렇게 나의 첫 직장이 생겼고, 나는 첫 출근을 앞두고 있었다. 인터넷에 여기저기 '첫 출근 준비물'을 검색해 보고, 과 동기들에게 전화해 뭐가 필요한지 물어 귀여운 놈들로 잔뜩 장만을 해서는 설렘, 기대, 걱정 가득한 손으로 유치원 문을 열었다.


2월에는 보조를 하며 원 분위기를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담임 선생님과 함께 그림도 그리고, 동화를 집중해서 듣는 아이들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 곧 맞이할 새 학기 준비를 하며 바쁘게 보내고, 드디어 3월 1일. 담임으로 우리 반을 맡게 되었다.


즐거운 반.


나의 첫 반이름이었다. 처음 만 3세(5살) 13명의 아이들을 맡게 된 나는 기대에 부풀었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정말 아이들과 즐겁게 보내야지.'


 '띵-동' 문이 열리며 아이들이 등원하기 시작했다. 재잘재잘 교실로 들어와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아이도 있고, 얼어붙어 나를 가만히 쳐다보는 아이, 눈물콧물 흘리며 어린 시절 나처럼 안 들어가겠다며 무섭다고 떼 부리는 아이까지 가지각색의 빛깔로 첫인사를 나누었다.


아이들 준비물 체크를 하는 사이에도 놀이하다 실수를 하는 아이 바지를 갈아입히랴, 피아노 치며 노래를 부르다가 우리 엄마 생각이 난다며 엉엉 우는 아이를 달래주랴, 한 아이가 우니 연속적으로 울음바다 되어버린 교실 속에서 나는 정말 혼란 그 자체였다. 


 '내가 생각한 첫날은 이게 아닌데.. 뭐지..?'


하루 종일 예상 밖 일의 연속이며, 실수의 연속이었다. 많은 아이들이 거의 비슷한 시간에 하원을 하는 바람에 하원 준비를 정신없이 하다 보니 챙겨 보내줘야 할 소지품도 챙기지 못했다. 나도 그 자리에서 엄마를 보고 싶다고 외치며 아이들처럼 펑펑 울고 싶었다. 


초보 선생님은 그렇게 탈탈 영혼이 털린 채로 집에 오자마자 전사했다. 나의 상상 속 행복한 첫 만남과는 다르게 나는 첫 담임을 했던 그날을 '선생님도 울고 싶던 하루'로 기억한다. 그렇게 나의 8년간 우당탕탕 유치원 일과의 서막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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