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지마 새싹아
19주 아기 머리는 달걀 만하다. 작은 새싹이의 태동을 느낀지는 2주가 채 안 되었다.
동네 여성병원 대기실에서 마주친 간호사는 아기를 살릴 수 없다고 했다. 진단명은 '19주 조기 양막 파수'.
숨이 넘어갈 듯 엉엉 우는 나를 향해, 간호사는 내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했다. "오늘만 울고, 내일은 아기를 보내줘요. 저도 14주에 조기 양막 파수로 아기를 보내줬어요."
남편과 나는 아기의 장례 절차를 전해 들었다. 정상적인 출산 과정이라면, 양수가 터지 후 24시간 안에 아기는 나올 수밖에 없다.
배에 손을 올렸다. 양수 안에서 유영하던 새싹이는 갑작스러운 사건에 많이 놀랐는지 심하게 몸부림쳤다. 살려 달라는 외침 같았다. 당직 의사에게 이렇게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녀석을 어떻게 보내냐고 울부짖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방법은 없다"는 말뿐이었다. 야속하게 들렸다. 아기는 이미 많이 내려와 있었다. 태동이 느껴지는 위치가 너무 아래였다. 새싹이가 곧 나올 거 같았다. 오늘 나오면, 틀림 없이 죽는다.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한다.
의사는 "3시간 안에 아기를 분만할 거 같다"고 했고, 간호사는 출산 후 가족들이 함께 머무는 모자 동실에 남편과 내가 함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남편은 내가 들을까봐 소리없이 울고 나는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아기를 보내주기까지 2시간 남짓. 1분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다. 누울 공간은 넓었지만, 몸을 뻗을 공간은 없다. 내가 몸을 돌리며 힘을 주는 순간 새싹이와 이별하는 순간도 가까워지니까.. 남편과 같이 기도했다. 기도했으니 하나님께 맡겨드려야 한다. 낙관하지도, 비관하지도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꼬물거리는 이 작은 생명을 살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답은 없다. 19주에 태어난 아기가 살았다는 얘기는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제발 나오지마 새싹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