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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모가 된 내 첫 사랑

by Zarephath

국민학교 시절, 좋아하던 여선생님이 있었다. 아마도, 내 첫 사랑일 것이다. 그 선생님은 매우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사춘기가 왔는지 안왔는지 모르지만 난 많은 시간들을 누워서 그 여선생님과의 판타지에 빠져 공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심지어 그 선생님께 야단맞는 것 조차 좋아해서 일부러 야단맞을 짓을 해서 엉덩이를 맞고 실실 웃으며 들어오면 선생님도 기가 차서 같이 웃곤 해주셨다.


그런데, 청천벽력도 이런 청천벽력이 아닌 일이 일어났다. 당시 총각이던 우리 삼촌 중 한명을 우리 엄마가 그 여선생님과 맺어주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그 여 선생님이 다른 남자 친구가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가슴아픈 일일텐데, 우리 삼촌? 그것도 우리 엄마가 주선을? 이건 정말 오! 신이시여, 제게 어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라고 할 판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유치한 짓거리들을 하기 시작했다. 발표 시간에 삼촌과의 일화를 발표하면서 삼촌을 바보 멍청이에 폭력적인 사람으로 묘사를 한다거나, 우리 삼촌에게 우리 여선생님이 얼마나 못생기고 성격나쁜 여자인지 기회 있을 때 마다 주절거렸다. 그런 나의 모든 노력은수포로 돌아가고 드디어 우리 삼촌과 선생님은 맞선을 보게 된다. 나의 심장은 우르르 무너졌다. 무너진 심장을 부여잡고 하루 종일 안절부절 못하며 지냈다. 맞선이 끝난 후 난 곧장 삼촌에게 달려가 물었다. 정말 내가 말한 대로 우리 선생님이 완전 꽝이라는 대답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삼촌은 우리 선생님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나는 선생님에게 다가가 우리 삼촌이 과연 바보 멍청이에 거친 사람 아니더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은 빙그레 웃기만 하셨다.


꽤 오랜 시간 두 사람은 사귀었다. 세상에 내 삼촌과 선생님이 사귀다니. 그것도 우리 엄마 주선으로. 나는 엄마가 원망 스러웠다. 그래서 선생님과 삼촌 얘기가 나왔을 때 엄마에게 왜 그런 쓸데 없는 짓을 했냐고 짜증을 부렸다가 싸대기를 맞으며 어른들 일에 함부러 끼어 든다는 핀잔만 들었다. 나는 매일 기도했다. 제발 우리 선생님과 삼촌이 잘 안되기를.


결국 둘은 결혼을 했다. 선생님은 내 숙모가 되었고, 삼촌은 작은 아버지라 불러야 했다. 세상에 이런 저주가 있는가? 결국 나의 절절한 첫사랑은 그 첫사랑이 내 숙모가 되는 것으로 종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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