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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연 Nov 15. 2023

제주도 가족 여행 1일 차

모든 게 다행이다.

기내에서 추억의 가위바위보 게임도 하고, 엄마랑 여동생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제주도에 도착했다. 약간의 연착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기내에서도 즐거워하시는 듯해서 보기 좋았고 여행의 들뜬 기분이 고조되었다. 제일 먼저 비행기에서 내려오는 경험을 처음 하다 보니 앞 좌석 구매를 한 게 아깝지 않았다. 아침에 잠깐 내리던 비는 기억에서 멀어질 정도로 제주도의 날씨는 아름다웠다. 렌터카가 공항에 직접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렌터카 셔틀버스를 타고 렌터카 회사로 이동해야 했다. 제주도에서는 매번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나는 게이트 바로 앞에서는 버스나 택시만 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렌터카 회사는 공항을 나가서 금방이었지만, 이런저런 예약 내용을 확인하고 보험료를 결제하는 등의 절차에 생각보다 꽤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나마도 한산한 시간에 도착했음에도 그랬다. 연착으로 인해 예상보다 일정이 늦어졌기 때문에 예정한 식당을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숙소 근방의 식당을 찾았겠지만, 제주도는 손님이 없다면 네이버에 나온 시간보다 이르게 문을 닫는 매장들이 많다. 렌터카에 타자마자 원래 가기로 한 매장에 문의를 할지 첫 번째 일정의 관광지 근처로 다시 식당을 알아볼지 생각하면서 지도앱을 열었을 때였다. 


"엄마 여권 잃어버렸어요?"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던 여동생이 통화 중에 엄마에게 물었다. 뭔가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듯한 싸함이 느껴졌다. 작년에도 엄마는 거제도 <매미성>에서 휴대폰을 분실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습득하신 분이 연락을 주셨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서 바로 돌려받지 못하고 며칠 동안 불편을 겪었었다. 이번엔 기내에서 떨어트린 듯했다. 항공사 직원이 습득하여 대표자인 여동생에게 연락 준 것이고 공항 내에 보관 중이라 했다. 여동생은 그냥 공항에서 보관해 주시라 했지만, 제주도에서 배를 타려면 모두의 신분증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엄마는 신분증 재발급 신청을 한 상태라 여권 외에는 신분증이 없었다. 우리는 바로 공항으로 되돌아갔다. 여동생과 나는 항공사 직원분과 만나기로 한 게이트 근처에서 한참을 서성인 끝에 엄마의 여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이때부터 거의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물건들을 챙겼다. 




비행기 연착과 분실 여권을 되찾으러 공항에 되돌아가는 등, 원래 일정보다 많이 늦어졌지만, 첫 번째 일정이 공항 바로 옆인 용두암이라 차질 없이 관광할 수 있었다. 용두암 인증숏을 찍은 뒤 조금 걸어서 이동한 다음 용연 구름다리도 건너보았다. 내게는 구름다리가 조금 무서웠지만, 관광지답게 주변은 예뻤다. 점점 어두워지는 시간이었기에 우리는 빠르게 다리 건너 정자까지만 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건너편 정자에서 본 용연 구름다리


용연 구름다리 앞에서 차에 오르니 딱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차로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숙소 근처의 식당은 포기하고 근처 식당을 폭풍 검색해서 <탐나게>라는 식당을 찾았다. 즉석에서 찾은 것 치고는 위치도 괜찮았고, 식당 규모도 적당했다. 입구 쪽 창으로 바다가 보여서 참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식사를 마칠 즈음엔 단체 손님들로 인해 많이 시끄러웠다. 낭만 깨지는 소리만 없다면 친구에게 적극 추천해 주고 싶은 집이다. 


양이 적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메인 메뉴 3인분과 추가 메뉴 1인분 주문은 어렵다고 해서 메인 메뉴 4인분으로 주문을 했다. 대신 남기게 되면 포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우리는 "모듬장"을 주문했는데, 게장, 새우장, 전복장 등의 모듬장이 계란밥과 함께 나왔다. 시장이 반찬이라 하더라도 맛난 음식들이었고, 우리 가족 기준으로 역시나 양이 많았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먹었지만, 결국 1인분은 포장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탐나게> 모듬장 4인분


야식으로 먹을 술안주 미리 샀다고 여기고 남은 포장을 가지고 숙소로 향했다. 잊지 않고 중간에 <함덕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려서 야식거리와 생수, 약간의 술도 샀다. 분명 마트까지는 말이 시골이지 약간의 가게들도 있고 가로등도 밝았는데 숙소가 있는 구좌읍쪽은 많이 어두운 시골이었다. 게다가 렌터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상향등 고정이 안 되는 바람에 남동생이 운전에 애를 먹었다. 알게 모르게 브레이크도, 핸들도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남동생은 렌터카 특성상 험하게 차를 모는 사람이 많아서 그럴 수 있다고, 이 정도는 배테랑인 자신이 컨트롤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컨디션 나쁜 차로 생소한 시골길을 운전하는 것은 보통 스트레스가 아닌 것임에는 분명했다. 




최대한 조심스레 운전해서 도착한 우리의 숙소는 <지미안 펜션>이었다. 제주도 동쪽 끄트머리의 "지미봉"을 마주 보고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 동쪽 관광지를 찾아가기 좋은 위치였다. 1층에 무인카페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운영시간이 7시 30분부터 21시까지여서 우리 일정으로는 이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남동생은 2층, 엄마와 여동생과 나는 3층 방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우리가 입실할 때까지 다른 방은 사람이 없는 듯했다. 


도착한 첫날은 몰랐지만, 밝은 때 보니 앞에 주차 공간 넉넉하고 방도 적당히 2~3명 쉴 수 있는 공간 나와서 좋았다. 남동생이 근처에 공동묘지가 있다 했지만 숙소에서는 약간 떨어진 곳이라 보이지 않았다. 나를 제외하고는 예민한 우리 가족 세 명 모두 이 펜션에서 가위눌리거나 밤잠 설쳤다는 것이 없는 것을 보니 좋은 숙소를 잘 고른 듯했다. 또, 퇴실 때 남동생이 만나 펜션 사장님 말씀으로는 숙소와 마주 보고 있는 지미봉이 일출 명소라고 했다. 새해 첫날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 사이로 떠 오르는 해를 볼 수 있는데 그게 그렇게 장관이라고 한다. 


제주 지미안 펜션


비 오는 아침에 짐 꾸린다, 이동한다, 공항에서 4시간 노느라 고생했다. 

잃어버린 여권을 빨리 찾아서 다행이다. 

즉석에서 대충 찾은 식당이 의외의 맛집이라 좋았다. 

생각보다 펜션 컨디션이 좋다. 

내일 굳이 성산일출봉으로 일출을 보러 가야 하냐. 

내일은 일출 보러 가야 하니까 적당히 자리 끝내고 자자. 


이런저런 여러 이야기들이 오가고 술 한 잔, 이야기 하나에 여행 첫날 마무리를 그럭저럭 잘해가고 있었다.



#즐거운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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