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목, 맑음
강릉 한달살이를 시작했다. 8월 4일부터 예정이었으나 마침 전날부터 숙소가 비어 하루 앞당겼다. 집주인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주문진 가까운 강릉 외곽에 자리한 집은 아담한 크기에 남향으로 전체 수리를 마쳐 깨끗했다. 베란다 창밖에는 저 멀리 오대산이 보였다. 원래는 앞에 막힘이 없었으나 신축 아파트 공사가 있어 좀 가려졌다. 그래도 숙소가 꼭대기 15층이라 다행이다.
둘째 날 다른 일행이 왔다. 제주에서처럼 예니 가족과 일주일 같이할 예정이다. 오늘은 35도를 넘나드는 날씨, 소돌해변 근처 유명한 막국수 집에서 첫 점심을 먹고 숙소로 와 뜨거운 햇살이 잦아지길 기다렸다가 늦게 해변으로 갔다.
영진해변까지는 가까워 걸어도 십 분 남짓이다. 백사장에 새로 산 텐트를 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해수욕장 개장 기간은 그럴 수 없었다. 파라솔을 빌리는 대신 시원한 다리 밑을 찾아 돗자리 펴고 물에 살짝 발을 담갔다. 역시 한여름에도 차가운 동해. 같은 바다이건만 제주살이 동안 자주 갔던 얕은 바다가 백 미터 가까이 펼쳐진 협재해변과 사뭇 달랐다. 십수 미터 앞은 어른 키를 훌쩍 넘어 노란 경계 부표가 둘러쳐져 있었다.
바로 앞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과 물놀이하다 이쪽저쪽으로 헤엄쳤다. 모랫바닥을 지나 이어진 커다란 암초 주변으로 작은 물고기가 많았다. 잡을 요량으로 손을 한껏 뻗어 뒤를 쫓았다. 물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바위와 바위는 작은 협곡을 만들었고 그 사이로 크고 작은 것들이 떼 지어 다니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신비한 풍경에 잠시 넋을 잃었다. 십몇 년 전 코타키나발루에서 스노클링 했다. 아직 수영을 못할 때라 공기 흡입구 달린 물안경을 쓰고 바라본 바닷속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가지각색의 산호와 해초 사이로 수많은 열대어가 무리를 지었고 펼쳐준 뭉친 빵을 먹기 위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어떤 것은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내 손가락을 물기까지 했다. 이곳에서도 같은 광경을 볼 수 있을 듯했다. 물고기 아래로 암초를 두텁게 감싼 녹색과 연두색 해초가 일렁이는 파도를 따라 흩날렸다. 흡사 가파도 봄바람을 만난 누런 보리밭 같았다. 사람들 바로 곁에 다양한 바다 생명이 활동하는 모습에서 공존과 신비란 단어가 떠올랐다.